지난주 유튜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소식 중 하나가 ‘영국남자’의 폭로입니다. 37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영국남자’ 채널에서 “유튜브의 한국어 차별, 더이상 못 참겠어서 폭로합니다”라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국남자’는 유튜브에서 영어 댓글을 우선순위로 올리면서 한국어 댓글이 실제 수에 비해 드러나는 양이 급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유튜브 기본 정렬인 인기 댓글 순으로 보면 영어 댓글이 다수인 반면 시간순 배열로 바꾸면 한국어 댓글이 70~80%를 차지했습니다. 

‘영국남자’는 지난해에도 댓글 배열이 이상하다고 지적한 적 있습니다. 당시 유튜브는 단순 버그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미팅 자리에서 고의로 한 일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조쉬는 “‘유튜브가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며 “몇몇 한국 채널에서 영어 댓글을 우선순위로 올리면서 그게 외국 시청자 유입에 도움이 되는지 테스트 중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쉬는 “저희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회의 중 무심결에 말해주기 전까지는 고의적이라는 것도 전혀 몰랐다”고 했습니다. 

▲ 영국남자 화면 갈무리.
▲ 영국남자 화면 갈무리.

영상의 파급력은 컸습니다. 1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영어권 인간들만 챙기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와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여러 언론이 ‘한국어 차별 논란’을 기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구글코리아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굳이 유튜브 입장을 생각해보자면 억울한 면이 있을 거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특정 언어를 차별하려 한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구글이 미국 기업이기에 필요 이상으로 이 문제에 비판을 받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 배열에 따라 콘텐츠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알고리즘 테스트를 해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영국남자’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용자는 물론 크리에이터들도 이 테스트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테스트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고 각각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글이 노출되도록 한 다음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문을 썼다가 ‘감정 조작실험’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 있습니다. 

▲ 유튜브 댓글 논란은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 유튜브 댓글 논란은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지난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호텔 예매 서비스를 통해 검색 알고리즘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이용자 평가가 달라지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서비스만 제공할 때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을 이용하여 조금 전 입력하신 고객정보와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비교하여 유사한 고객(성별, 연령 등)이 가장 많이 선택한 호텔을 상위에 배치하였다”고 고지했을 때는 비판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사람들은 기술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지만 추천 방식을 설명하자 결과의 신뢰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리즘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이용자의 합리적인 정보 소비에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검색 알고리즘에 대한 실험이었지만 댓글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원상복구를 하거나 지금보다 한국어 댓글을 더 많이 노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겁니다. 댓글 추천 방식을 어떻게 바꾸든 간에 배열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댓글로 논란을 겪은 국내 포털은 댓글 추천 방식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기도 하죠.

“이딴 실험으로 내 의사소통의 권리를 막아왔다는게 말도 안나오게 화난다” “무엇보다, 난 유튜브의 그 실험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대체 누가 그 실험을 허락한 겁니까?” ‘영국남자’ 채널의 댓글입니다. 크리에이터와 이용자의 문제제기를  그냥 넘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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