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885년 한성전보총국에서 출발했으니 135년 된 회사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땐 체신부였다. 전보와 전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일하던 곳이다. 

그만큼 중요한 국가 사무를 담당했는데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법에 따라 공기업이 됐다. 1990년 한국통신으로 이름을 바뀐 뒤 노태우·김영삼 정부가 민영화를 계획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야금야금 민영화됐다. 

2002년 5월 정부 지분을 완전매각해 완전 민영화돼 지금의 KT가 됐다. 정부의 성격이 사뭇 다른데도 민영화 방향은 한결같았다. 

어떤 정치권력도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수십년을 운영하던 국가기간통신사 한국통신을 민영화하면서 국민에게 일언반구 허락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그저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바로 잡으려면 경쟁과 효율화를 앞세운 민영화가 유일한 답이라는 홍보만 해댔다. 

▲ 사진은 서울 광화문 KT빌딩. ⓒ 연합뉴스
▲ 사진은 서울 광화문 KT빌딩. ⓒ 연합뉴스

2002년 민영화하고 KT는 이듬해 5500여명을 구조조정했다. 시키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아무도 명예롭지 않은데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무려 5500명을 잘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6년 봄 조선일보는 이들을 역추적하는 엄청난 기획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2006년 3월20일부터 ‘한국의 新빈곤층’이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기획기사 첫 회에 ‘명퇴 중산층의 몰락’이란 이름을 달아 3년 전 명예퇴직을 당한 KT직원 5500명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추적했다. 조선일보는 4대 보험 가입현황을 분석해 명예퇴직을 당한 5500명 가운데 3788명을 찾아내 그들의 3년 뒤 재취업 여부와 월 수입 등을 조사했다. 

▲ 조선일보 2006년 3월20일자
▲ 조선일보 2006년 3월20일자

 

명예퇴직 전 모두 3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던 전직 KT 직원들은 3년 뒤엔 네명 중 한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였고, 그나마 재취업한 사람의 절반이 월 100만원 이하를 받고 있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네명 중 한명은 직장 못구해, 취업자 절반 月100만원 이하’라는 제목을 달아 1면에 이 기사를 실었다. 이어진 3면 해설기사에는 ‘재취업도 창업도 막막… 한숨 속에 시드는 중년’이란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이 기획기사로 과거엔 중산층이었는데 IMF로 인해 새로 빈곤층에 떨어진 이들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 

‘구조조정’은 원래 가치중립적인 말이다. 구조조정엔 여러 방법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 단어는 ‘해고’와 동의어가 됐다. 한국 자본주의는 여러 구조조정 방법 중에 가장 최후에 써야 하는 집단해고를 늘 가장 먼저 빼들었다.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은 해당 기업의 고질적 문제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오로지 사람만 줄이기에 결코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지난해 11월4일 구현모 당시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4일 구현모 당시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래 공무원으로 출발한 KT는 조직문화도 오랜 권위주의 군사문화를 닮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KT에 새 사장이 뽑혔다. 아시아경제는 17일자 14면에 ‘예스맨은 싫다… 소신껏 일하라, 구현모의 소통법’이란 제목으로 KT 사장 내정자가 위계보다는 소통, 겉치레보다는 실용을 강조한다고 보도했다. 임기 시작도 안한 사장을 향해 “예스만 하는 참모진을 오히려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름도 못 밝히는 내부 고위 관계자 입을 빌려 긍정 신호만 가득 담긴 기사를 썼다. 사장 임기 1년은 지나야 나올 법한 기사가 임기 시작도 전에 불쑥 튀어 나왔다. 언론에 이렇게 슬쩍 흘리고 언론이 받아쓰는 걸 보면 KT 조직문화는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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