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지를 밝힌 뒤 청와대 참모들의 관련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매매 허가제’ 언급이 파장을 부르면서 청와대는 ‘강 수석 사견’이라 선을 그었다. 대체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보수성향 신문들은 ‘초법적’, ‘위헌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매매 허가제’ 언급은 15일 강 수석이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부동산 대책’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강 수석은 “(집값이)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된다는 발상도 하는 분들이 있다”며 “(집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을 거래할 때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허가를 받도록 하는 주택거래허가제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을 검토하다 무산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KBS라디오(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대출규제, 거래질서 확립, 전세제도와 공급대책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자 경향신문은 1면 하단에 “집을 투기 수단 삼는 사람에겐 매매 허가제 도입 주장도 있어” 기사에서 두 참모진 발언을 전한 뒤, 6면 관련기사(‘주택거래허가제’ 참여정부 때 중도 포기…국토부 “검토 안 해”)에서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주택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도입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정부는 대신 자금출처 조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확대하고, 증빙자료 제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 내달부터 한국감정원과 함께 조직을 구성해 직접 부동산 가격 신고와 주택구입 자금조달계획서 등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증여세 탈세나 다운계약 등 편법 거래를 잡아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 1면 기사는 “부동산 정책 수단 아직 많다”는 김 실장 발언을 헤드라인에, 강 수석 발언(“매매허가제 검토 해볼만”)을 부제에 달았다. 한겨레는 강 실장 발언과 관련해 “그는 방송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매매허가제와 관련해 ‘실제 청와대 안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며 ‘그만큼 부동산 안정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1면 기사(부동산 극약처방 ‘매매허가제’까지 떠보는 靑)는 “청와대가 ‘강력한 대책’을 찾는 과정에서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낮은 수위에서라도 검토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강 수석이 극도로 민감한 정책을 놓고 방송 인터뷰에서 ‘실언’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매매 허가제 시행 국가에 대한 사례 조사 정도는 해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도 전했다. 강 수석이 여론을 떠 보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3면(靑 ‘매매 허가’ 선 그었지만…시장선 “슈퍼대책 나올 것” 초조) 기사에서 “부동산 업계는 반(反)시장적이고 위헌적인 규제라며 반발한다”면서도 “법조계에서는 운영 범위와 대상에 따라 위헌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위헌 논란은 제도 설계에 따라 시각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서울시나 강남 3구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땐 사유재산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노희범 법무법인 제민 변호사)는 의견과, “모든 주택이 아닌 투기성이 아주 강한 지역이나 시세 차익이 일정 범위를 넘어선 지역에 한해선 규제가 가능할 것”(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이라는 의견을 함께 전했다.

▲ 1월16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 1월16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들은 청와대가 ‘초헌법적 발상’을 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각 신문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사를 배치하는 1면 톱(좌측 상단 머리기사)에 중앙일보는 “정부 허락 받고 집 사라? 청와대 초헌법적 발상”, 동아일보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 공개 허론한 강기정” 기사를 올렸다.

중앙일보는 이어 ‘반시장 부동산 정책’이라는 주제로 2, 3, 4, 5면을 할애했다. 3면 기사(“하늘 두 쪽 나도 잡겠다” “땅 소유권 국가가” 끝없는 강남 저격)는 “진보 정권 인사들의 ‘강남’ 말말말”이라며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들의 발언을 한 데 모아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주택매매 허가제라고? 대한민국 헌법이 안중에도 없나)은 “주택매매 허가제는 ‘내 집을 마음대로 팔 수도 없다’는 의미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하려다 사유재산권 침해 등 위헌 논란에 거둬들였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문재인 정부가 같은 제도를 다시 거론했다. ‘투기’란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다가 실수요자마저 집을 제대로 팔지 못하고 애꿎게 다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정책을 철회한 이유”라며 “이명박 정부는 강남 인근에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을 지어 집값을 잡았다. (…) 투기자로 규정해 혐오스러운 적으로 만드는 부동산 정책만으론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시장을 거슬러 성공한 정책은 없는 법”이라 주장했다.

▲ 1월16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 1월16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2면 기사(총선서 ‘집값 책임론’ 터질라, 위헌조치도 서슴없이 거론)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폭등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극단적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 초고강도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집값을 낮추는 장기적 실효적 대책보다는 강남과 강북, 지방을 편 가르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며 부동산을 정치 이슈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치' 때문에 이제 서울에 집 가진 사람은 모두 죄인이 됐다”는 최민섭 도시정책학회장(서울벤처대 교수) 발언을 전했다. 같은 면에 실린 또 다른 기사(실수요자들 ‘한국이 공산주이 국가냐’ 부글부글)는 “인터넷에서는 제도 도입 가능성과 영향을 두고 ‘주택 거래 비하기가 올 것’ ‘집 사려던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볼 것’ 등 강 수석 발언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공산 국가’, ‘독재 국가’라는 단어도 보였다. 몇 시간 뒤 청와대가 ‘허가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자, ‘부동산 정책을 장난하듯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엔 정부가 주택허가제를 도입하려는 수순일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이러다 주택 몰수제도 나올 것’이라는 등 부동산 정책을 우려하는 글도 많았다”고 전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등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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