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가족의 인권침해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청원 답변 관련 공문을 인권위에 보냈다가 일부를 폐기요청하는 등 소동을 빚어 뭇매를 맞고 있다.

독립기관인 인권위에 청와대가 직접 청원인의 조사요청이 담긴 공문을 보내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과 함께 조국 전 장관에만 유독 청와대 나서느냐는 시각과 맞물려 파장이 커졌다. 특히 단순 실수라 해도 공문처리도 부정확하게 해 의혹을 더 키웠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조 전 장관과 가족 수사에서 나타난 인권침해를 인권위가 조사해달라는 청원에 답변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 답변 내용을 담은 공문을 국가인권위에 송부했다고 했다. 그러나 14일 국가인권위는 ‘13일 오후 청와대가 착오로 송부됐다고 알려와 반송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해당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관련 공문을 인권위에 두 차례 보냈는데, 두 번째 보낸 공문이 폐기하기로 한 안이어서 이를 폐기해달라고 인권위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8일 인권위로부터 답변을 받아 그 답변을 바탕으로 9일 청원 답변서를 작성했는데, 이날(9일) 잘못 보낸 공문이 있어 폐기시켜달라고 요청해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13일 인권위가 ‘폐기 요청’을 정식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고, 그래서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9일에 보낸 폐기했다는 공문의 내용을 두고 이 관계자는 “어떤 내용인지 밝히는 것 자체가 법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별 내용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특별한 내용을 담은 게 아니라 이 청원 답변 준비에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 이런 정도”라고 답했다.

▲검찰이 지난해 9월23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해 9월23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조 전 장관 건을 청와대가 독립기관인 인권위에 보낸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는 기자의 지적에 청와대 관계자는 “비판하실 분들은 비판하는 입장이 있고, 저희 입장은 저희 입장이 있다”고 답했다.

한 기자가 과거 독립기관과 관계된 청원답변의 경우 ‘청와대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는데 이번엔 이와 달리 결정한 배경이 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판사에 대한 감사, 감찰을 요구하는 청원에 성실히 답했고, 그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들어온 청원에 이렇게 답변 하겠다고 국민청원 제도를 만들어 가급적 답변할 부분은 답변 하겠다라는 원칙하에 답변을 받아서 전달했다”고 답했다.

인권운동가 미류는 14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가 인권위에 무언가 조사하라거나 조사하지 말라는 것, 누가 봐도 명백한 인권위 독립성 침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일에 지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류는 “어떤 사건을 조사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국가인권위의 판단이어야 하며 그 판단에 대한 책임 역시 국가인권위가 져야 한다”며 “그게 독립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원인들의 청원내용을 전달한 것 조차도 명백한 지시적 성격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크게 졌다’고 한 발언을 두고 미류는 “빚진 느낌,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갚으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지난 1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한 청원답변. 사진=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청와대가 지난 1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한 청원답변. 사진=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