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소통 부재’ 해소를 위해 연 사장과 직원 간 토론 결과를 두고 “이젠 보도국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소통 부재는 갈등 원인 중 일부인데 이를 전가의 보도로 두면 보도국 내 세부 책임 규명은 가려진다는 지적이다. 장기 파업 후 보도국 내 이견을 조율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게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이 전제다.

정찬형 YTN 사장은 지난 9일 열린 ‘2020 보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임직원 200여명과 토론했다.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가 두 번 연속 부결된 후 사장과 직원들 간 소통 부재가 도마에 오르자 열린 토론회다. 저녁 7시 시작한 토론회는 5시간 넘게 진행돼 다음 날 새벽 12시15분께 끝났다.

주요 쟁점은 소통 문제였다. “주니어기자들이 위쪽에 말을 해도 듣지 않는 느낌”이라거나 “쉽게 (위쪽에)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기자는 “후배 기자들의 다양한 불만이 많다. 이 자리가 왜 이제야 열렸는지 이상하다. 사장이 더 소통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7시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2020 보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원과의 대화’가 열렸다. 사진=YTN 제공.
▲지난 9일 오후 7시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2020 보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원과의 대화’가 열렸다. 사진=YTN 제공.

정 사장은 이에 ‘오늘 많이 듣기 위해 나왔다. 두 차례 보도국장 임명 동의가 좌절된 것에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동시에 ‘소통 부재라고 하는데 뭘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본질이 무엇이냐’거나 ‘(각 주장에) 구체적인 근거를 대달라’며 거듭 반박하기도 했다. 

홍주예 공정보도추진위원장은 토론회에서 보도국 구성원 75여명을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1차 보도국장 후보 노종면 앵커 임명 동의가 부결된 후 실시한 조사였다. 홍 위원장은 응답자들이 YTN 문제를 크게 △편향 보도 혹은 기계적 중립 △현장성 약화와 이슈 팔로잉 실패 △부서 간 조율 기능 실종이라 본다고 밝혔다. 

토론회 평가는 엇갈렸다. “소통 없던 상황에서 서로 입장을 확인한 시작이었다”고 보는 직원이 있는 반면, 간부진이 직원들 반발심 자체보다 구체적인 말 한마디에 골몰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직원 A씨는 “회사 운영에 저마다 불만을 가진 직원과 사장이 만났는데 집단적으로 형성된 반발심에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이냐’는 자세로 ‘정확하게 비판해라’고만 따지면 갈등이 완화되겠느냐”고 말했다. 

‘보도국 책임론’은 보도국 간부와 직원을 중재하는 중간 창구가 없다는 점에 공감이 모이면서 나왔다. 토론회에서 다뤄진 주제는 모두 보도국 운영과 관련된 문제였다. 실제 마케팅팀과 기술국 직원은 토론회에서 ‘보도국이 먼저 논의하고 해결할 문제를 왜 사장과 대화하고 있느냐’는 취지로 꼬집기도 했다. 

특히 ‘편향 보도’ 지적과 관련 보도국 직원 B씨는 “지금의 YTN은 사장이 보도국에 개입하거나 구체적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보도국장을 비롯해 각 실·국장이 나섰을 것”이라며 “비판한 직원들도 어떤 부분이 편향적이었는지 근거를 대지 않았다. 지금 회사 인트라넷엔 ‘사장 제언’ 카테고리가 따로 생겼다. 지금까지 간부회의에서 나온 사장 발언인데 직원들에게 판단하라고 투명히 공개한 것”이라 말했다. 

YTN에선 조국 교수 일가 사태를 둘러싸고 편향 보도 주장이 나왔다. ‘정경심 교수 사건 특별취재팀을 꾸리지 않았다’거나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는 주장이다. B씨는 “당연히 문제제기 가능하고 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왜 지금인가”라며 “공추위부터 기자협회, 노조, 각 팀장 등 보도국엔 역할을 담당하는 여러 기구가 있는데 지금까지 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느냐. 기자 개개인은 어땠느냐”고 말했다. 

고개 드는 소수의견 “보도국 치열했느냐”

보도국 일각에선 경영진 소통 문제와 별개로 자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 보도국 직원은 “진영논리를 가진 시청자, 경영진, (YTN) 해직자 탓만 했지 책임을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YTN 내 쌓인 갈등을 구조적 문제로 본다. YTN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은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시작으로 10년 간 정부·회사와 싸운 장기 투쟁 사업장이다. 노사가 오래 반목한 곳은 투쟁이 끝난 후 직원 간 화합보다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그만큼 면밀한 대응이 필요했지만 각 기구의 자정 작용 등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불만을 조율하거나 대안을 두고 서로 설득해 나가는 역할에 오래 공백이 생기며 분열이 확대됐다는 것.

보도국 내 토론도 소극적인 편이었다. B씨는 “시청자들의 검찰 발 편향 보도 비판이 거세질 때나, 조국 사태를 두고 내부에서 기계적 중립 비판이 나온다면 보도국 구성원들이 책임지고 논의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크고 작은 불만 사례들이 계속 쌓이면서 이 불만이 소통 부재로 튄 것은 아닌가” 추측했다. “팥죽 솥이 끓어 넘치면 불을 줄이거나 누군가 죽을 저었어야 했는데 그 시점을 계속 지나쳤다”는 평도 있다. 

노종면 앵커는 자신의 SNS에 “여전히 소통 부재 실체를 모르겠다. 정말 알고 싶고, 알려고 노력하겠다. 다만 보도와 관련된 소통이라면 소통이 안 된다고 입을 닫으면 안 되고 발제를 막고 기사를 막으면 들이받고 드러내자”며 “(이러다보면) 자연스레 편향 문제가 구체화된다. 언론사의 보도 방향성은 이런 과정의 결과물이 쌓여 드러나는 것이지 극소수가 미리 결정해서 제시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토론회에선 이견이 분열된 상황을 상수로 받아들이고 “지금 YTN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가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YTN은 보도국장 임명 연속 실패 후 세 번째 임명도 부결될 수 있다고 보고 대안으로 제도 개선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대의원 대다수의 반대를 확인하고 제안을 거부했다.

YTN은 이달 설 전후로 3차 보도국장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다. 정찬형 사장은 그전까지 기수별 간담회를 꾸준히 열어 직원과 접촉 면적을 넓힐 계획이다. 

직원 C씨는 “각자 관점에 따라 지금 상황을 평가할 따름”이라며 “9일 토론으로 서로 무엇을 문제라 보는지, 지금 쌓인 불만이 뭔지 전달됐고 이건 끝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임원진과 직원 사이에 중간 소통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이뤄졌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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