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주고 돈 버는’ 언론사의 실태가 또 한 번 드러났다. 한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연말 시상식에서 가상인물이라도 일부 금액을 내면 상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이 시상식에서는 기상인물뿐 아니라 지자체 등에서 홍보비로 수백만원을 사용한 사례도 있어 ‘세금 낭비’ 비판과 언론사가 돈벌이 목적으로 시상식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7일 KBS가 보도한 ‘의원과 상: 200만원 내고 상 받았습니다’에서는 KBS 기자가 만들어 낸 가상인물이 한 언론사가 주최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과정이 담겼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해당 언론사는 가상인물이 상에 대해 문의하자 200만원을 입금하라고 알려준다. 가상인물 이름으로 200만원을 입금하자, 가상인물의 실체나 공적을 확인하지 않고 대상을 줬다. 더 나아가 “1면에 기사를 원하면 100만원을 더 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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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물을 만들어 21세기뉴스미디어그룹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KBS 기자. 사진=KBS 보도 화면. 

이런 상을 주최한 곳은 ‘21세기뉴스미디어그룹’(법인명)이다. 21세기뉴스미디어그룹에는 민주신문 등의 매체가 속해있다. 21세기뉴스미디어그룹은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물대상’을 29회 동안 시상했다.  

KBS의 경우 가상인물을 통해 이 상을 받는데 200만원을 지출했지만 이 상을 받기 위해 세금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28일 경상북도 예천군의 이 모 군수가 21세기뉴스미디어그룹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을 빛낼 21세기 한국인상’ 대상을 받았고, 홍보비 목적으로 550만원을 지출했다. 

▲자료출처=경실련.
▲자료출처=경실련.

비슷하게 충청북도 보은군도 2015년 같은 단체가 주최하는 같은 상을 받았다. 다만 보은군은 홍보비 지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지난해 11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언론사가 주관한 상을 받고 광고비나 홍보비 명목으로 세금을 지출하는 행태를 전수조사해 발표한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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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측은 8일 미디어오늘에 “시상식의 수상 기준도 불명확하고, 돈만 주면 상을 주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며 “누가 봐도 객관적이지 못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상에 주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에 대해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체장, 기관장 등이 개인의 치적을 쌓기 위해 이러한 시상식에 응모하는 것을 근절해야 하며, 예산 낭비 사례가 발견되면 환수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언론사도 공공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고 상을 매개로 돈벌이에 나서는 행태는 강하게 비판 받아야 하며, 이러한 시상식은 폐지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상식을 주최한 21세기뉴스미디어그룹 측은 8일 미디어오늘에 “앞으로는 공적 조사 등 절차를 좀 더 꼼꼼히 하겠다”며 “다만 ‘1면에 수상자 기사를 내주는 거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연말에 이런 시상식을 진행하는 곳은 수십, 수백 군데인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라며 “또한 시상식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공익적인 활동을 해왔는데 사회에서 인정을 못받았던 분들 중 우리가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신 적이 있는데 정말 고맙다고 하시는 등 긍정적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1세기뉴스미디어그룹은 “순수한 차원에서 상을 받으신 분들도 있는데 (이런 보도는) 그분들이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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