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경기방송과 OBS의 방송사업 재허가를 조건부 의결했다. 경기방송의 경우 방통위에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정부 부처를 상대로 기망에 가까운 행위를 했음에도 방송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방통위는 경기방송에 대한 수사 의뢰도 검토키로 했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는 30일 오후 열린 전체 회의에서 경기방송에 대해 1안 재허가 거부, 2안 조건부 재허가를 제시했으며 방통위원 다수 의견으로 조건부 재허가가 결정됐다. 

허욱 방통위원은 “현준호 전무이사는 필요 시 다른 사람을 대표이사로 내세우며 1인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현준호 전무이사는 본인이 의장을 맡은 이사회에서 본인의 사직서를 반려하며 부결시키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한 뒤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경영의 투명성과 편성 독립을 위한 실질적 계획도 내놓지 못했다. 재허가 심사마다 반복된 최대주주의 소유제한위반 문제도 개선하지 못했다”며 “경기방송의 재허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표철수 방통위원과 김창룡 방통위원은 조건부 재허가를 주장했다. 김창룡 방통위원은 대신 “현준호 전무이사가 2대 주주로부터 (경영권의) 포괄적 위임을 받았다고 했는데 상법상 이사회에 대해서는 대리 규정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전무이사가 포괄적 위임을 내세운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며 “경기방송에 대한 수사 의뢰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현준호가) 방송법상 실질적 경영권을 갖고 있는데 방통위에 신고도 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에 낸 허위자료 제출 부분도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며 “수사결과에 따라 방송허가는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방송은 2대 주주가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 출석했다고 밝혔으나 사실확인 결과 일본에 있었던 경우를 다수 확인했다. 결국 허 위원도 2안으로 입장을 바꿨다. 

▲경기방송 로고.
▲경기방송 로고.

방통위는 전체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경기방송에 대해 심사 기준 점수 미달, 경영 투명성 및 편성의 독립성 제고 등을 위한 개선계획의 미흡, 방송법 위반상태 지속, 대표이사의 경영권 제한,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 허위자료 제출, 편성의 독립성 문제, 협찬 수익 과다 등의 사유로 재허가 거부를 엄중히 고려했으나 경기방송이 지역 종합편성 라디오 사업자로서 20년 넘게 방송을 해온 점, 시청자들의 시청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재허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자는 방송법에 따른 방통위의 승인을 얻을 것 △대표이사 책임경영을 위한 정관 개정 및 공개채용 등 대표이사 선임 절차 마련 △재허가 이후 3개월 이내 주요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독립적 사내이사로 위촉할 것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3개월 내 경영투명성 제고 및 편성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경영개선 계획 제출 등을 재허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번 재허가와 관련해 경기방송은 “법적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겠다. 전임 대표이사 사임 시 이사회 차원의 압력은 없었다. 직원 징계의 경우 외부에 자문을 구했고 노조에서도 반대 안 했다. 편성·보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방통위 기류는 경기방송 재허가 거부에 가까웠으나 재허가 취소가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이례적인 일이어서 다시 기회를 주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 경기방송에서 부당해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경영진의 대응에 여전히 문제가 많아 과연 경기방송이 재허가조건을 이행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이날 OBS에 대해서도 조건부 재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방통위는 “유료방송 재송신료 협상 타결 등 신규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한 점, 경인지역 시청자의 시청권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OBS는 청문회에서 향후 3년 간 2017년·2018년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계획 미이행으로 부과받은 시정 명령액 138억 원을 포함하여 총 499억원의 프로그램제작비 투자계획과 2021년까지 본사의 인천 이전 계획, 최다액출자자의 30억 원 자금대여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허욱 방통위원은 OBS를 가리켜 “2013년·2016년·2019년 재허가 심사 때마다 방송사업자로서 최소한의 공적책무 수행 의지가 있는지 많은 의구심을 안겼다. 외부 의견은 사실상 재허가 거부 의견이었다. OBS는 완전 자본잠식에 가까운 부실기업이다. OBS는 개선된 게 없다. 그동안 운영행태를 보면 재허가를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허 위원은 그러나 “청문을 통해 경영정상화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OBS의 존재가치를 입증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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