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불리한 자사 기사를 빼기 위해 경향신문에 수억원의 협찬금을 제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이는 가운데, 그간 SPC 관련 보도와 대언론 관행에도 이목이 쏠린다. SPC 관련 기사 가운데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아하게 여긴 보도 흐름이 있다. SPC가 남북‧북미정상회담 취재진에 간식을 무료 배포한 소식을 다룬 기사들이다. 

지난해부터 남북‧북미정상회담 당일 앞뒤로 ‘SPC의 회담 성공기원 무료빵’ 기사가 거듭 쏟아졌다. SPC는 지난해 4월 첫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 지난 2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 등 세 나라의 양국정상회담 때마다 기자 취재를 위해 설치된 프레스센터에 간이매장(부스)을 차렸다. SPC는 파리바게뜨의 빵과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오생수 등이 자사 제품이 든 스낵박스를 수천개를 내외신 취재진에 공짜로 나눠줬다.

다수 언론이 어김없이 ‘정상회담 이모저모’, ‘정상회담 파리바게뜨 부스’, ‘발벗고 나선 허영인 SPC 회장’ 등 제목과 내용으로 보도했다. 기사들은 부스 설치를 두고 “황해도 실향민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남북 평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라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파리바게뜨 부스 사진과 영상도 덧붙였다. 지난 2월 남북회담 땐 최소 10곳,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땐 최소 19곳이 회담 당일 이같이 보도했다.

▲포털 뉴스페이지 ‘SPC 정상회담’ 검색 결과 갈무리.
▲포털 뉴스페이지 ‘SPC 정상회담’ 검색 결과 갈무리.

언론사 수십 곳이 수차례 회담에서 일제히 같은 내용을 취재하게 된 시작점은 어디일까.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당시 관련 기사를 쓴 한 경제지 기자는 취재 경위를 묻자 “따로 보도자료가 나오진 않았다. 현지 취재진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썼다”며 구체적인 취재 지시 및 경위에 대해선 “디테일로 들어가면 복잡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한 또다른 기자는 “발제해서 쓴 기사다. 오히려 SPC만 부스를 차린 게 독점 아니냐는 관점에서 발제했는데 나중에 사측 설명을 덧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기사를 쓴 다른 기자는 “대표단은 현지로 가고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취재가 한정되다 보니, 프레스센터 안 부스를 취재하게 됐다. 따로 지시를 받진 않았다”고 했다.

한 언론사에선 윗선 데스크의 지시에 따라 관련 보도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종합편성채널 데스크는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당시 SPC를 비롯해 현장에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해 리포트하도록 정상회담 현장팀이 아닌 다른 기자에게 지시했다. 해당 리포팅은 허 회장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언급했고, 회담 당일 메인종합뉴스에 방영됐다. 내부에선 ‘이런 뉴스가 어떻게 메인뉴스에 올라올 수 있는지 배경이 의문’이라며 데스크와 SPC 관계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SPC그룹 홍보영상 갈무리. SPC 홈페이지
▲SPC그룹 홍보영상 갈무리. SPC 홈페이지

SPC는 어떻게 정상회담마다 단독으로 프레스센터에 부스를 차릴 수 있었을까.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SPC 관계자는 “이번 프레스센터 운영을 맡은 대행사 쪽에서 공급 규모, 식품안정성 등이 검증된 SPC에 제안을 해와 수락한 것이지, 수익을 남기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무료 간식을 주는 간이매장이 판매수익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로, 당연한 얘기다. SPC ‘빵 부스’ 행사는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자발로 간식을 배포해 ‘통 큰 희생정신’을 보이는 홍보‧마케팅 의도일 가능성이 짙다. 반면 기업이 취재진에 간식을 무료 제공한 사실이 보도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디어오늘은 SPC 측에 기사화를 통한 홍보 추진 여부와 단독부스를 열게 된 절차, 당일 보도자료 배포 여부 등을 묻기 위해 전화와 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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