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서 기업 협찬금을 받고 관련 기사를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자 기자협회가 사안을 공론화하면서 명확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22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 지난 13일 경향신문 1면과 22면에 게재 예정이던 A기업과 관련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제작 과정에서 삭제됐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지회는 “A기업은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협찬금 지급을 약속했다. 사장과 광고국장은 A기업에 구체적 액수를 언급했다. 사장은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했다”며 “편집국장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해당 기자는 사표를 냈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한 즉시 사장·국장·해당 기자 면담을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12월19일 기자총회를 열었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CI.
▲경향신문 CI.

이에 경향신문지회는 “경향신문 편집권은 경영권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오랫동안 ‘독립언론’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 왔다. 경영난과 정부의 견제,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오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감시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적절한 통제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지회는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은 이번 일에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외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저희는 이번 일이 경향신문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지회는 책임자들의 총사퇴를 포함한 5가지 요구안을 걸었다. 지회는 △이동현 사장은 즉각 모든 직무를 중단하고 신속히 차기 사장 선출 절차에 착수하며 △최병준 편집국장, 박문규 광고국장도 모든 직무를 중단하고 사규에 따라 이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회는 △A기업이 약속한 협찬금의 수령 절차를 중단하고 △기자협회, 노동조합, 사원주주회가 포함된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내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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