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현지에서 기성 언론에 속하지 않은 저널리스트가 장기간 취재를 해오고 있다.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다. 그는 홍콩 이공대 시위가 격화될 시점인 지난 18일 홍콩으로 건너갔다. 홍콩 구 의원 선거 결과에 따른 시위 양상을 지켜보고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구의원 선거는 홍콩 민주파 진영이 전체 452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기존 327석이었던 친중파 진영에 압승을 거뒀다. 시위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박 PD는 지난 10월에도 홍콩행에 몸을 실었다. 홍콩 시위는 중국과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는 전세계적 관심이다. 박PD는 홍콩 현지 상황을 보도하는 것을 현장 저널리스트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박 PD는 “5년 전 우산 혁명 때도 취재를 했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가 실패한 이후 다시 한번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기 위해 지난 10월에 한번, 그리고 이번 일주일 동안 취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PD는 현장과 별개로 현지 언론인과 시위대가 정보를 교류하는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 온 신뢰할만한 저널리스트라는 인식을 얻으면서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박 PD는 홍콩 시위 양상에 대해 “초기 행정장관 직선제와 폭력 희생 독립 조사 요구 등 5가지 요구로 시작됐지만 시위가 격화된 것은 총기 발사 사건 이후 공권력에 대한 분노가 크기 때문”이면서 “홍콩 이공대 강경진압은 경찰과 시위대 양쪽이 게릴라 방식으로 충돌한 것을 넘어서 정면충돌해 수많은 연행자와 부상자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 PD 역시 시위대 틈에서 취재를 하다 경찰이 쏜 최루탄과 벽에 튕겨져 나온 고무탄에 맞기도 했다.

강경진압을 당한 홍콩 이공대에선 아직도 20~30명이 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이 최종 진압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고립돼 있는 시위대를 구하자는 여론이 형성돼 시위가 격화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박PD는 구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경찰과 시위대의 대응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지난 11월18일(현지시간) 홍콩 이공대 인근에서 경찰이 총을 겨누자 시위대와 취재진이 흩어지고 있다. ⓒ AP연합뉴스
▲ 지난 11월18일(현지시간) 홍콩 이공대 인근에서 경찰이 총을 겨누자 시위대와 취재진이 흩어지고 있다. ⓒ AP연합뉴스

 

박 PD는 “선거 전에 민주파 진영이 이기면 시위 명분이 살아나 강경한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고, 친중파가 승리면 시위대가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됐다”며 “현재까지 과격 시위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이 강경하게 나오지 않은 이상 시위대가 돌발적으로 폭력 시위를 하지 않으면서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PD는 해외에서 한국 언론 보도를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 PD는 “JTBC, MBC, KBS, SBS 등 지상파 방송들이 들어와 취재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대부분 베이징 특파원을 활용하는 것 같은데 외신과는 큰 차이가 있어 보였다”며 “외신의 경우 시위대와 가까이서 스케치를 하고 현장 속에서 리포트 방송 화면으로 쓰는데, 우리 언론들은 스케치는 열심히 하지만 격화된 상황이 종료되면 방독면을 쓰다든지 하면서 한발 비껴간 보도를 한다”고 말했다.

박 PD는 “위험을 무릅쓰고 왔으면 현장의 상황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지에서 올라온 소스를 보도해도 되지만 현장에 왔다면 감정 전달 면에서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취재기자들은 상황이 격화되면 빠지고 위험지역을 벗어나 보도한다. 외신과는 확연히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박PD는 “항상 우리 언론을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취재 과열 양상을 조성해놓고 나오는 내용을 보면 끝까지 현장을 지켜보고 않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다”며 “홍콩 시위는 보통 새벽 4~5시까지 이어지는데 우리 언론은 저녁 8~9시 스탠딩 보도가 끝나면 빠져 버린다. CNN, 로이터 등 백발의 외신 기자들은 시위대와 아침에 만나 새벽에 인사하고 헤어진다. 현장을 지키는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의 현장 저널리즘이 취재 과열 양상만 띠고 현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면서 보도의 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박PD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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