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교수와 경제학을 전공한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이 공저한 이 책은 첨단 기술혁명이 판치는 현대 사회의 예견된 문제들에 독특한 해법을 제시한다. ‘경매’로 모든 걸 해결하자거나 투표권을 저축했다가 한꺼번에 행사하는 ‘제곱 투표’로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보강하자고 주장한다. 

구글은 왜 구글 맵으로 여행계획 짜는 걸 도와줄까? 이를 통해 구글은 사용자 이동 패턴을 알고 그 정보를 모아 승차 공유 회사나 대중교통 플랫폼에 판다. 

사람들은 자신이 데이터 생산자로 하는 노동이 디지털 경제에 얼마나 공헌하는지 모른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 제공하는 정보를 무상으로 수집,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에 적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페이스북이 프로그래머에게 지불하는 돈은 창출하는 가치의 1%에 불과하다. 사용자들의 데이터 노동이 그들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지만 보상은 전무하다. 이런 ‘기술 봉건주의’ 때문에 데이터의 질과 양이 감소하면서 디지털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혜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 노동자들이 단결해 데이터 노동운동에 뛰어들어야 할 시점이다. 

▲ 구글 (Google). 사진=ⓒ gettyimagesbank
▲ 구글 (Google). 사진=ⓒ gettyimagesbank

인터넷은 군대 플래폼으로 시작했기에 데이터 노동을 보상하기 보다는 참여의 장애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에서 톰은 담장을 하얗게 칠하려고 친구들에게 돈을 주겠다고 하지만 친구들은 거절한다. 반면 페인트칠이 재미있는 놀이처럼 보이게 하자 친구들은 돈 안 받고 대신 칠해준다. 노동을 여가나 놀이로 만든 것이다. 

구글은 초기에 광고는 거들떠보지 않고 사용자 수수료와 유료가입만 고려했다. 그러나 인터넷 초기 온라인 회사들은 소규모라서 지불 관련 인프라 구축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구글은 이윤을 내려고 고객을 기반으로 돈 버는 방안을 필사로 찾았고 차츰 광고로 눈을 돌렸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도 구글을 따랐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가 전통 광고매체보다 고객 수요에 더 잘 맞다는 걸 날카롭게 포착했다. 구글은 검색 히스토리로 사용자 선호에 맞는 광고를 노출하면 됐다. 

유튜브 동영상 공급자가 받는 보상은 매우 작다. 동영상 공급자는 1분에 0.05센트를 받는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1분에 0.5센트를 주고 50센트를 주기도 한다. 덕분에 넷플릭스 영상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는 작품도 나온다. 반면 유튜브 동영상은 문화적 가치로 찬사 받는 일이 덜하다. 트위터를 사용자가 이여한 가치에 비해 훨씬 적은 보상을 준다. 

거대 IT 기업들은 뉴스부터 음악까지 창조적 콘텐츠의 가치를 절하하고 콘텐츠를 만든 사람에게 돌아갈 몫을 자신들이 가져가고 있다. 덕분에 IT 기업의 임금 비중은 약 5~15%에 불과하다. 월마트 임금 비중은 80%에 달한다. 이처럼 데이터나 온라인 콘텐츠에 보상이 계속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땐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수결과 1인1표제는 차악이나 부적격 후보의 당선, 소수 집단 배제라는 폐해를 안고 있다. ‘제곱 투표’는 투표권을 모아 뒀다가 더 중요한 사안에 더 많은 표를 행사한다. 이를 통해 열정적인 소수가 무관심한 다수를 이기고, 유권자 선호를 가장 잘 반영하는 후보가 당선돼 사회 전체의 후생이 극대화된다. 제곱 투표의 원리는 모든 집단적 의사결정에서 최고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제공한다. 

▲ 래디컬 마켓 / 에릭 포즈너·글렌 웨일 지음 / 박기영 옮김 / 부키 펴냄
▲ 래디컬 마켓 / 에릭 포즈너·글렌 웨일 지음 / 박기영 옮김 / 부키 펴냄

저자들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려면 이런 획기적인 발상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책 이름도 ‘래디컬 마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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