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잘 썼다.” 지난 12일 네이버가 ‘깜짝’ 발표한 뉴스 서비스 개편 방안에 의견을 묻자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개편의 골자는 4가지다. 첫째, 언론사별로 협상을 통해 매년 지급하던 뉴스 판매 비용인 전재료와 상생기금 성격의 플러스 프로그램을 폐지한다. 둘째,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언론이 버는 만큼 수익을 주되 본문 사이에 중간광고를 신설하고, 일부 영역 광고 직접영업을 허용해 수익을 늘리도록 돕는다. 셋째, 독자 충성도 등 질적 평가도 반영하고 실시간 검색어 어뷰징 수익에 패널티를 부여해 양질의 기사 경쟁을 촉진한다. 넷째, 브랜드 정체성을 부각하도록 기사 형식 등에 자유도를 높이고 독자 분석을 위한 데이터 및 시스템을 지원한다.

전재료 폐지, 네이버의 꽃놀이패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개편을 ‘전재료 시장’에서 ‘주목 시장’으로 전환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황용석 교수는 “네이버 전재료는 거래 대가성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시장으로 작동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형성된 카르텔과 유사하다. 온라인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한 언론사에 네이버가 영양분을 제공해온 측면이 있다. 네이버 입장에선 전재료를 폐지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네이버에게 전재료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독자 수요, 콘텐츠의 시장 가치가 아닌 매체력과 해당 매체의 강한 요구가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교롭게도 일부 언론은 전재료 협상 시기에 네이버를 공격하는 ‘특집’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 네이버가 공개한 수익배분 공식. 언론사 광고수익은 구독 페이지의 경우 트래픽을 바탕으로 지급한다. ‘언론사 편집’ 및 ‘MY뉴스 영역’ 광고 수익은 네이버가 외부 연구진에 의뢰로 만든 배분 공식을 적용한다.
▲ 네이버가 공개한 수익배분 공식. 언론사 광고수익은 구독 페이지의 경우 트래픽을 바탕으로 지급한다. ‘언론사 편집’ 및 ‘MY뉴스 영역’ 광고 수익은 네이버가 외부 연구진에 의뢰로 만든 배분 공식을 적용한다.

앞으로 전재료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미하지만 전재료 지급 대상인 CP매체가 늘어나고 개별 언론사는 매년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사들이 온라인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제작 단가가 높은 방송 콘텐츠가 주요 신문보다 낮은 전재료를 받는 게 문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압박, 매체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트래픽은 잡고 발은 빼고 싶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네이버 입장에선 전재료와 플러스 프로그램 지출이 많았고 언론사들과 개별 협상하기 힘들었을 거다. 언론사에게 편집권을 돌려준다는 명분도 있다. (언론사 직접 배열을 앞세우며) 여론을 네이버가 호도한다는 식의 사회적 책임에서도 비껴가게 됐다”고 했다.

다른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네이버가 처음 플러스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예상됐던 방향이다. 젊은 세대가 네이버 뉴스를 보지 않고,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했던 상황이었다”며 네이버 입장에서 구독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언론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시너지를 키울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뉴스 철학의 빈곤

2000년대 초충반 네이버는 한국 여론 지형을 뒤흔들었다. 신문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가진 신문사들은 네이버에서 N분의 1에 전락했고 오마이뉴스와 같은 신생 언론사들을 적극 배열하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데 기여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네이버가 해온 사회적인 역할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저널리즘 가치의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다. 고착화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사다리가 만들어지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 검색제휴 언론사 관계자는 “IT나 연예까지는 네이버가 문을 열었는데, 그 외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진전이 없다. 장애인 전문 매체가 있지만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편이 표면적으로는 ‘구독 경쟁’을 촉발하는 것 같지만 누구나 플레이어로 뛰어들 수 있는 유튜브와 달리 네이버에선 극소수인 CP제휴사들만 자격을 얻는다. 사회적으로 다양성과 공공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제휴 언론사 달래기 차원에서 정책을 세운 결과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이번 개편은 네이버가 순차적으로 도입해온 언론사 구독 시스템, 인공지능 뉴스배열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CP제휴사들이 각기 다른 콘텐츠로 승부하기보다는 대동소이한 출입처에서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낸다는 점이다. 지역, 젠더, 장애인, 청년 등 다양성에 기여하는 매체가 늘고 있고 소규모 탐사보도, 팩트체크 전문 매체가 등장했지만 네이버는 이들 매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관심이 없다. 

물론 CP제휴사 가운데서도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기사들이 있다. 과거 네이버가 첫 화면을 직접 배열 할 때도 한계는 분명했지만 의미 있는 기사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적극적인 의제설정 기능을 했다. 

그러나 직접 뉴스배열을 폐지하고 도입한 언론사 편집 구독판은 대부분 자극적이거나 주요 출입처의 발표를 전하는 대동소이한 기사로 채워졌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 페이지의 경우 첫 화면을 네이버가 임의로 배열할 때보다 노출되는 기사의 양이 늘어난 점은 의미 있지만 개인에게 다양한 관점의 기사, 다양한 소재의 기사가 노출되지 않고 있다.

▲ 네이버 모바일 구독 페이지 화면. 40여개 매체만  참여하고 있다. 전체 CP로 대상을 늘려도 100개가 채 되지 않고 네이버 제휴심사 시스템상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소규모 매체  진출이 어렵다.
▲ 네이버 모바일 구독 페이지 화면. 40여개 매체만 참여하고 있다. 전체 CP로 대상을 늘려도 100개가 채 되지 않고 네이버 제휴심사 시스템상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소규모 매체 진출이 어렵다.

지난 5월 기자협회보가 네이버 인공지능 배열을 분석한 결과 심층 기획 기사가 묻히고 실시간 이슈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네이버 모바일 구독 채널 베타서비스 당시 PD저널 분석 결과 언론사 자사 구독 페이지에 ‘제목 장사’ 기사가 많았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구글은 펀드를 조성해서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식의 모토를 제시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이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사 눈치도 보고, 주주들 눈치도 보고, 정치권 눈치도 보니 방향성이 없다. 네이버가 뉴스는 공공재라는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규모, 영향력에 비해 책임 있는 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사 준비됐나

이번 개편이 언론의 혁신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진순 기자는 “네이버의 주문은 브랜드 경쟁을 하라는 거다. 살아남으려면 독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네이버 독자를 어떻게 해석하고, 뉴스 생산에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네이버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사 미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용석 교수는 “전재료 중심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품질 경쟁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용자의 지불 의사는 없고 (유사한 매체의) 공급은 과잉이고 어뷰징을 하고, 전재료를 더 받는 경쟁이 소비자와는 동떨어져 좋은 언론의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는다. 이번 개편이 전환점이 될 수는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편의 잠재력은 있으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본다. 우선 경쟁을 촉진한 결과 광고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지 미지수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기존 전재료, 플러스 프로그램 수익보다 규모가 커질 거 같지는 않다. 기사 본문 중간광고가 들어오면 기존보다 줄지 않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도 “체급이 높은 언론사들이 이득을 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광고직접 영업 허용과 관련 “네이버가 이미 온라인 광고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직접 영업은 주요일간지가 아니면 크게 메리트가 없다. 일부 메이저는 (계열 매체와) 광고 통합판매는 해볼 수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칠 거 같지는 않다”고 했다. 한 인터넷 언론 관계자도 “네이버 뉴스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시장이 줄어들고 그 안에서 경쟁만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사진=금준경 기자.
▲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사진=금준경 기자.

네이버의 바람처럼 언론사 간 퀄리티 경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한 인터넷 언론 관계자는 “전재료가 일종의 기본급처럼 작용했는데 이제는 영업하는 만큼 돈을 준다는 발상이다. 질적 경쟁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순 기자는 “(보완책으로) 나쁜 뉴스를 걸러낸다지만 규정의 헐거운 부분을 파고드는 생리를 감안하면 또 다른 나쁜 뉴스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포털이 정책을 바꿀 때마다 언론은 변칙 어뷰징 기사를 만들어 환경에 적응해왔다.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이번 개편이 혁신의 발판이 되려면 언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황용석 교수는 “새 플랫폼이 성공하느냐의 상당 부분은 언론의 공으로 넘어갔다”며 “데이터 중심으로 업무 패턴을 바꿔야 하고 동시에 정치적인 이념구조 이외의 콘텐츠의 차별화,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보’ ‘보수’ 논조 차이를 드러내는 점 외에 차별성 있는 뉴스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진순 기자는 언론의 개선 방안으로 ‘품질 관리’ ‘구독 관리’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식당을 예로 들면 재료도 달라져야 하고 요리하는 방식과 순서도 달라져야 하는데 정작 네이버가 여러번 개편하는 동안 (기존 매출구조 기반에서) 언론사 뉴스생산 과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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