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비율을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교육계와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도 문 대통령의 이런 대입정책 변화에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정시확대’는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정했고, 조선일보도 수시모집 비중이 높은 현 정부의 대입정책 폐해를 비판해왔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3일 당 원내대표 중진의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포함 입시제도 개편안 마련 언급을 두고 “그동안 ‘정시 확대 절대 없다’고 했던 여당과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대입제도가 좌지우지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조국 자녀들의 ‘불공정 입학’ 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끌어 오르니까 이것도 아마 ‘총선용’, ‘면피용’으로 이렇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정 의장은 자유한국당 당론이 정시확대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22일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정시 확대’를 당론으로 최종 확정했다”며 “2021학년도 대입전형의 경우에는 수시가 77%이고 정시가 23%에 불과해서 권고 차원을 넘어서 법률로 정시 비율을 명시하겠다는 당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정시 비율을 최소 50% 이상 반영되도록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고까지 언급했다. 정시 비율 50% 이상을 강제하는 법안까지 냈다는 얘기다.

정 의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지난 11일 교육계 인사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하나같이 ‘정시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아주 절절한 외침이 있었다며 최근에도 원내대표 교육위 정책간담회에서도 ‘정시확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정시확대하라고 요구할 땐 언제고 정시확대하겠다고 하니 면피용이라는 비난이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2일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2일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조선일보도 문 대통령 발언을 기사에서 비판했으나 한달전 사설에선 문 대통령의 수시확대 정시축소 공약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3일자 5면 머리기사 ‘당정 협의없이 불쑥 지시… ‘1년전 결정한 대입정책’ 뒤흔들다’에서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아무런 교육 철학과 원칙도 없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입시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정시모집을 30% 이상 늘리는 선에서 절충하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지난해 8월 발표했는데, 조국 전 장관 파문 이후 정시 확대 여론이 커지자 1년 만에 입시를 다시 바꾸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교육계에선 대통령이 입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며 한국교총이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고 썼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한 달여 전엔 학종(학생부종합전형) 폐해와 수시모집 과정의 불공정을 질타하며 문재인 정부의 수시확대 공약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일자 사설 ‘조국 강행 文 "공정한 대입" 강조, 이상한 사람들’에서 “2010년 조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사정관제 합격은 ‘금수저 스펙’ 경쟁의 전형이었다”며 “지금도 비슷한 불공정 입시가 적지 않을 거라는 심증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특히 2014년부터는 일선 고교들이 각종 교내 대회를 개최해 상장을 남발하고, 전문 컨설턴트가 붙어 고1 때부터 스펙을 쌓아가는 식의 ‘컨설팅 학종 관리’가 번져 나갔다는 실태를 전하면서 “문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선거 공약으로 ‘정시 축소, 수시 확대’를 내걸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정말 입시 제도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면 당장 조 후보자부터 사퇴시켜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그 의지를 실감할 수 있고 제도가 달라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조선일보는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대통령이 대학입시 정시비율을 늘리겠다고 하자 대통령 말한마디에 교육정책이 뒤흔든다고 비판한 기사를 실었다.

대학입시에서 정시와 수시의 비율 문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무엇이 정답이라 진단하기 어렵다. 정시를 늘린다고 해서 반드시 공정해진다는 보장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시확대가 답안을 찍는 능력만 키울 뿐 아니라 고소득 자녀들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 변화도 문제지만, 야당과 보수언론 자신들도 ‘비판을 위한 비판’의 논리만 내세워 오락가락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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