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도 싸고 가공도 쉽고 무게도 가벼운 화합물,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오는 원료를 결합시켜 만든 고분자 화합물로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물질들이 태어났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았는데 지금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노트북, 스마트폰, 테이크아웃 컵, 음료수병, 빨대, 펜. 비닐봉지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에 쓰인다.

늘 우리과 함께 있는 이 ‘판타스틱’ 플라스틱은 이젠 전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낀 바다거북이 발견되고, 비닐봉지를 먹은 고래가 잡히고, 심지어 인간이 마시는 물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 사람들은 플라스틱에 심각성을 깨닫고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버린다. 

지난해 봄, 폐플라스틱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더 이상 플라스틱을 수입하지 않기로 하자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중국이 플라스틱 수입을 멈추자 대한민국 재활용 업체들이 플라스틱 수거를 멈췄고 동네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 거리도 더러워지고 처치곤란 쓰레기가 쌓였다. 이 ‘쓰레기 대란’을 겪은 환경부는 지난해 8월부터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규제하고 올해 1월1일부터는 마트 내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국인이 연간 1인당 소비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이웃 국가 중국(57.9kg)보다 2배가 더 많은 132kg나 된다.

▲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 고금숙 지음 / 슬로비 펴냄
▲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 고금숙 지음 / 슬로비 펴냄

 

이 책은 쓴 고금숙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자기가 사는 서울 망원동에서 인근 주민들과 함께 ‘알맹@망원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알맹@망원시장’ 프로젝트는 안 쓰는 장바구니와 종이 쇼핑백을 모아 손님들에게 빌려주고, 장바구니 또는 개인 용기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혜택을 줘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운동이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은 1인당 약 370장의 비닐봉지를 사용했는데 이는 쓰레기 대란 이후 사회적 인식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년도(2017년)의 420장에서 50장이 줄어들긴 했다. 한편 덴마크와 핀란드 사람은 한 해 비닐봉지를 4장만 사용한다.

‘오염’에 민감한 우리는 ‘일회용+플라스틱=위생’이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오직 한 번만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오염과 정반대로 깨끗함의 상징으로 여겨 플라스틱 사용을 마구 늘려왔다. 

정작 이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이 지구를 오염시켜 지구를 병들게 만든 꼴인데 지난해 UN은 환경의날 공식 주제를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의 탈출’로 정했다. 

고금숙씨는 빨리빨리 문화가 최대한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최대한 빠른 소비를 장려하고 최소한의 관계를 맺게 한다고 봤다. 전날 밤에 주문하면 일회용 포장재에 둘둘 싸여 몇 시간 만인 새벽에 도착하는 초고속 배달망을 유통 혁신이라고 하지만 이는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나쁜 혁신일 뿐이다. 사회적 속도만 높일뿐 일하는 사람을 지워버린 채 더 많은 물건을 더 쉽게 사서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게 만드는 사회. 물건과 사람을 일회용품 취급하며 오로지 ‘빨리’만 사고 파는 사회의 밑바탕엔 플라스틱 쓰레기와 소외만 자리 잡았다. 

플라스틱을 분리수거만 잘 하면 재활용 돼 다른 곳에서 쓰이고 있을 거란 막연한 믿음은 태평양 쓰레기섬(한반도 면적의 7배가 넘는다고 한다)이 만들어지면서 산산조각 났다. 일회용 플라스틱 반대는 그저 쓰레기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안녕과 지구의 건강을 챙기는 여정이다. 빨리빨리와 효율성에 잠식된 우리 사회의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문화의 변화가 더 근본적 해결책이다. 사람도 물건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세상 만들기, 작게나마 플리스틱 프리부터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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