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거부하고 노조를 파괴하려는 공작을 했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언론 탄압 정권 못지않은 극악한 사례라고 평가한다”(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노동조합 설립 이후 편집국장 임명에 문제를 제기한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1년 동안 3차례 노조 간부 등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노조위원장을 해고시킨 전기신문 이야기다.

전기신문 노동탄압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무가내 식 징계 남발에 해고자까지 양산해 언론계 대응이 주목된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신문 노조탄압 실체 폭로 기자회견에서 나온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노조 설립 뒤 전기신문에서 노동탄압 행태가 적나라하게 벌어졌다.

전기신문은 지난해 7월 54년 만에 처음 노조를 설립했다. 전기신문 경영진은 노조 설립 총회를 앞두고 에너지경제 부국장 출신의 한 인사를 편집국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를 포함한 기자 8명은 실명을 내걸고 편집국장 임명이 경영진의 독단으로 이뤄졌다면서 임명을 철회하고 “편집국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편집국장 임명 방안을 도출”하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그러자 전기신문은 대자보를 철거하고 지난해 8월8일 기자들을 징계했다. 회사는 조정훈 위원장과 노조 부위원장에게 6개월 20% 감봉을 내리는 등 중징계를 포함해 기자 8명 모두를 징계했다.

전기신문 경영진은 노조 탈퇴시 정상적으로 출입처에 복귀시켜주겠다거나 신규채용 기자들과 식사나 사적 모임도 금지했다고 한다. 특히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겐 기사 작성을 금지하고 일간지 기사를 필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기신문 경영진은 1차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지난해 8월13일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각각 영남과 호남 지역본부 등으로 전보시켰다. 조정훈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전보 지역에서 업무 대신 823페이지 분량의 필사를 해야만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0일 1차 징계를 취소하더니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본사로 발령냈다. 그리고 출근한 지 40분 만에 대기발령을 내리고 한달 뒤인 12월11일 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각각 정직 6개월, 사무국장에겐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취소했던 1차 징계보다 과한 결정이다. 사측은 조합 탈퇴자 등 비조합원에겐 징계에서 제외시켰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명백한 표적 징계로 볼 수 있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올해 4월 2차 징계에 대해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전기신문 경영진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전기신문 노조는 경영진 탄압이 갈수록 높아지자 5월 언론노조에 가입해 전기신문 분회 자격을 얻었다.

사측은 지노위 판결이 나오자 지난 6월20일 2차 징계를 취소했다. 하지만 사측은 조정훈 분회장을 해고했다. 전기신문 분회에 따르면 조정훈 위원장은 조합 해산 및 조합원 색출을 더 이상 요구하지 말라며 자신의 징계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화해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은 화해 신청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조 분회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정훈 위원장은 “부사장이 반려했고 사직서 폐기를 분명히 얘기했다. 본인이 그 이후에 사표를 들고 들어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지난달 12일 조 분회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은 분회장 해고 통보 하루 전 부위원장에게 5개월 20% 감봉, 사무국장에게 2개월 20% 감봉의 징계를 내렸다. 1차 징계를 취소하고 중징계를 내리고, 지노위 결정에 따라 2차 징계를 취소했는데도 3차 징계까지 내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측이 2차 징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한 지노위 판결에 재심을 청구한 것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각하시켰다. 중노위도 부당노동행위를 재차 인정한 것이다. 또 지난 13일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사무국장을 전기공사협회 경기도북부(의정부)로 전보시킨 것도 부당전보에 해당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고 봤다.

전기신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4차 징계를 예고했다. 사무국장이 의정부로 출퇴근하면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3번 쓰게 했고, 이에 징계를 내릴 조건이 성립됐다면서 징계를 예고했다.

▲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신문 노조탄압 실체 폭로 기자회견.
▲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신문 노조탄압 실체 폭로 기자회견.

조정훈 전기신문 분회장은 “징계 처분 통보서를 받아보면 제대로 된 사유가 없다. 인사위에 들어가면 대자보 작성에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했다.

전기신문 분회는 “아직도 대자보를 이유로 조합원들에 징계와 취소, 재징계하고 있다. 공개된 3명의 조합원은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징계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5차까지 진행된 단체교섭에서도 사장, 부사장 등이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사측의 무성의한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언론노조 차원에서 면담을 요청했는데 경영진이 안 나왔고, 전기신문 대주주로 있는 전기공사협회에도 면담을 요청을 했는데 거부했다”고 말했다. 3년마다 선거를 치러 당선되는 전기공사협회장은 대주주 자격으로 전기신문 사장을 선임한다.

언론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전기신문 사태에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제성 연합뉴스 지부장은 “언론 노동 운동사에서 최악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1만5000명 언론 노동자들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장지호 스카이라이프 지부장은 “노동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상생 파트너로 보기보다 머슴과 같이 생각한다”면서 “21세기 촛불혁명을 만든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이후 부당노동행위로 세 차례 인정을 받았다. 고용노동부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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