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흘 후면 광복절이다. 올해는 3·1 독립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고 운을 뗀 뒤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하며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모습. ⓒ청와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모습. ⓒ청와대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은 100년 전 피 흘리며 독립을 외치는 순간에도 모든 인류는 평등하며 세계는 하나의 시민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실천했다”며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의 발언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두고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국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연일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한다”며 일본 아베 내각을 정면 비판해왔다. 하지만 일본에 적대적 감정이 최고조일 수밖에 없는 광복절 주간을 맞은 오늘, 오히려 ‘사해동포주의’와 같은 메시지를 전면에 세우며 일본을 향한 비판이 일본 사회 전체를 향한 비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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