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15일자 조간에서 최근 자사 주식을 인수하고 3대 주주가 된 호반건설의 승계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지난 5일 언론사가 민간 건설사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서울신문 구성원들의 원칙을 1면에 밝힌 데 이어 대주주 승계 문제까지 보도 검증에 나선 것이다. 

서울신문은 이날 1면(“호반건설, 8조 그룹지배권 ‘꼼수 승계’”)과 3면(“‘내부거래’ 아들 회사, 단 10년 만에 매출 94배 키워 그룹 장악”)에서 ‘일감 몰아주기’ 편법을 통한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의 아들 승계를 직격했다. 바이라인(기사 하단에 달리는 기자 이름)은 ‘특별취재팀’이다.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김상열 회장은 10여년 간 그룹 계열사 일감을 연간 최대 99%까지 몰아주는 방식으로 장남 김대헌 부사장 소유 회사를 키운 뒤 합병을 통해 아들에게 그룹 지배권을 승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사장이 이끌던 (주)호반이 호반건설을 비롯 특수관계인 계열사들과 내부 거래를 한 비중은 2007년 45.2%에서 2010년 99.4%, 2012년 96.1%까지 크게 상승했다. 대부분 영업을 계열사 일감으로 채웠다는 지적이다. (주)호반은 2007년 매출액 170억원, 당기순이익 223억원에서 2017년 매출액 1조 6033억원, 당기순이익 616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 서울신문 15일치 1면.
▲ 서울신문 15일치 1면.

서울신문은 “공교롭게도 이렇게 (주)호반 매출이 정점을 찍은 직후인 지난해 초 (주)호반은 호반건설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매출액이 더 많은 (주)호반의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해 합병비율은 1대5.89로 산정됐다”고 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제대로 납부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호반건설 측은 서울신문에 “내부 거래가 많았던 것은 당시 시공·시행 등 건설 사업 전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비슷한 업종끼리 합병해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회계법인 조언에 따라 합병한 것이고 비율 산정은 회계법인에서 진행한 것이라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언론사가 자사 주주 치부를 보도로 파헤치는 건 이례적이다. 서울신문은 3면에서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의 이번 서울신문 주식 매입을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짓고 호반건설의 도덕성과 기업 행태 등을 조목조목 분석하기로 했다”며 “호반건설이 과연 언론사 대주주로서 적합한지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보도를 위해 서울신문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과 함께 6월 말부터 20여일간 호반건설과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했다.

박찬구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15일 통화에서 “서울신문 편집권은 독립돼 있다. 충분히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편집국은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외압을 우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기자가 기사쓸 때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명분과 원칙에 따라 쓰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과거 지역 사례를 보면 건설 자본이 인수한 언론 논조가 180도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건설 자본이 인수하기 전에는 비판적이었던 언론이 인수 뒤 건설 자본을 칭송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민간 건설 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했을 때 발생하는 악영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박찬구 서울신문 편집국장. 사진=서울신문
▲ 박찬구 서울신문 편집국장. 사진=서울신문

박 국장은 “서울신문은 올해 창간 115년이다. 그런 역사를 갖고 있는 언론사를 건설 자본이 침탈하는 것에 내부 구성원들의 문제 의식이 크다”며 “내부에서 지배 구조 논의가 이뤄지던 중 나온 이번 건설 자본의 지분 인수 소식은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추가 보도 계획 등에 대해 “내부에 편집 방침은 있다. 다만 이를 외부에 공개·공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지분 구조는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9.01%), 호반건설 (19.4%), KBS(8.08%) 등이다. 최근 호반건설은 포스코가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 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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