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여름휴가철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폭염 속 그늘 없는 활주로에서 지열과 항공기 엔진바람을 맞으며 일한다. 성수기라 노동강도는 더 심하다. 쉬는 시간도 쓰지 못하고 일한다. 4명의 노동자가 지난해 여름 인천공항에서 일하다 쓰러졌다.

이들은 이번 여름에도 일하다 쓰러질 위험에 놓였다. 여전히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더위를 피할 곳도 찾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성수기로 접어든 10일 인천공항공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에 노동자들의 휴게 보장과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10일 오전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공사에 노동자들의 휴게 보장과 인력충원 등 폭염 성수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10일 오전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공사에 노동자들의 휴게 보장과 인력충원 등 폭염 성수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여름에 가장 큰 고충으로 ‘햇볕을 피해 쉴 공간도, 시간도 없는 점’을 꼽는다.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일과 중 더위를 견디다 못해 항공기와 조업 장비 아래 그늘을 찾는다. 쉬는 시간엔 복도와 빈 의자를 휴게 공간 삼는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복도에 몸을 대고 누워 있기도 한다. 노동청이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에 즉각 휴게공간을 마련하라 했지만,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과 멀찍이 떨어진 계류장에 버스 4대를 놓는 데 그쳤다.

노동자들은 성수기 이같은 휴게시간마저 보장 받지 못한다. 평소에도 비행기 이착륙 스케쥴이 불안정한데, 휴가철이 겹치면 이들의 노동시간과 강도는 한층 더 빡빡해진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인천공항 노동자 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휴게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이들은 “우리가 일하는 현장은 보안구역을 지나야 해 철저하게 차단돼 있다. 그만큼 근로기준법과 노동청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하다 쓰러지는 사태를 막으려면 최소한 더위를 피할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폭염에 몸을 식힐 냉난방 가능 컨테이너 설치를 공사에 요구했다. 쉬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하려면 근본 인력충원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성수기에 노동강도가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야만 작업 시간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10일 오전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공사에 노동자들의 휴게 보장과 인력충원 등 폭염 성수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10일 오전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공사에 노동자들의 휴게 보장과 인력충원 등 폭염 성수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이들은 이날 “정시출발은 압박하면서 왜 휴게시간은 지키지 않느냐. 세계 일류공항이라 선전하며 왜 처우개선과 인력충원엔 억제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와 승객 모두가 안전한 공항을 만들려면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중부지방노동청에 인천공항 노동현장 실사와 감독을 요청하고, 이달 말 실제 현장이 어떤지 언론의 후속 보도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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