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63회 한국일보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린다. 한국일보가 1954년 창간과 함께해온 행사다.

▲ 2019 한국일보 미스코리아 대회 티저 영상 갈무리. 사진=한국일보 유튜브 캡쳐
▲ 2019 한국일보 미스코리아 대회 티저 영상 갈무리. 사진=한국일보 유튜브 캡쳐

본선 대회 전에 15곳의 지역대회가 열린다. 미스 전북, 광주, 전남·제주, 강원, 인천, 대전·세종·충청, 경북, 경남, 대구, 부산, 서울, 경기, 미주, 일본, 중국 등이다. 지역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진선미로 당선된 사람만 본선 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지역 대회 참가자들은 일부 미용실, 학원, 드레스·한복업체 등으로부터 수백, 수천만원, 심지어 억대의 돈을 내면 당선시켜주겠다는 유혹도 받는다. 업체들은 지역대회 심사위원에게 돈을 주거나 주최 측에 돈을 줘 당선자를 배출한다는 의혹을 수십년째 받고 있다.

▲ 5월23일 벌어졌던 미스코리아 경기 선발대회 본선 현장 영상.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 5월23일 벌어졌던 미스코리아 경기 선발대회 본선 현장 영상.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9 미스 전북, J 미용실 출신 7명 전부 수상

지난 5월30일 벌어졌던 미스코리아 전북대회 참가자 A씨는 같은 달 5월1일 J 미용실 원장에게 “접수하기 전에 계약금을 200만원 넣고,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100만원을 또 넣으면 돼. 그렇게 하면 접수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9일 주장했다.

A씨는 “300만원 말고 돈이 더 필요하냐”고 묻자, J 미용실 원장은 “더 들어가는 돈은 없고, 드레스 20만원, 신발은 내가 빌려줄게”라고 답했다.

참가자인 A씨는 J 미용실이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소식에 찾아갔다. 상담 후 큰 금액이 부담됐고, 소위 ‘돈 주고 미용실을 끼고 나간다’가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대회에 참가해보자고 다짐했다.

J 미용실은 올해 미스 전북대회 참가자 25명 중 총 7명을 지도했다. 공교롭게도 J 미용실이 지도했던 7명 모두가 진, 선, 미, 포토제닉상, 매너상, 스타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J 미용실은 1992년부터 현재까지 미스코리아 관련 일을 해오고 있다.

선발된 7명 중 1명인 B씨는 J 미용실뿐 아니라 서울 S 아카데미, 서울 S 미용실 등 3곳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많은 업체를 끼고 나간 이유는 당선이 절실해서다.

한국일보와 한국일보E&B는 2017년부터 전북일보가 주관해오던 전북대회를 새전북신문사로 바꿨다. 2016년 당시에도 전북일보는 미용실과 심사위원들이 유착됐다는 이유로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항의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한국일보E&B는 지난 5월22일 공식 홈페이지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관련 중요공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띄웠다. 회사는 “한국일보 및 한국일보E&B는 부정한 청탁을 시도한 후보자들의 자격을 박탈할 것이며, 해당 후보자와 관련된 업체 및 심사위원들에게도 미스코리아 브랜드 및 본사에 명예 훼손으로 인한 손해 배상 청구 등의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일보가 지난 5월22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관련 중요공지'를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진=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한국일보가 지난 5월22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관련 중요공지'를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진=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J 미용실 원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육비 명목으로 받았을 뿐이다. 워킹, 자기소개 멘트, 질의응답 등을 교육한다. 300만원, 500만원도 모자라다. 타산이 안 맞다. 가끔 교수님도 초빙해 질의응답을 봐준다. 사실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을 받아서 심사위원에게 청탁한다는 의혹을 묻자 원장은 “올해 우리 미용실에서 7명 모두가 수상했다. 맞다. 그런데 지금이 어느 시대냐. 심사위원에게 돈 주는 건 옛날에나 했지 지금은 그렇게 못 한다”고 답했다.

새전북신문 대표이사는 “2017년부터 3년째 이 행사를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니까 미용실 중심으로 참가한다는 걸 알았다. 잘못된 거지만 현실인 걸 어떻게 하나. 그러면 참가자들한테 미용실 통하지 말라고 할까? 그런다고 참가자들이 제 말 듣겠냐”며 “미용실 통하지 말라는 규정이 어딨냐”고 주장했다.

이어 대표이사는 “새전북신문이 대회를 맡기 전인 2017년에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사실 주최 측도 미용실 문제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첫해 J 미용실을 배제해보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했다. 억울하다. 새전북신문은 유착 의혹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 gettyimagesBank
▲ gettyimagesBank

미스 경기 참가자들, 와인가게·헬스장·병원 등 협찬사 방문 왜 하나?

지난 5월23일 벌어졌던 미스코리아 경기 선발대회 본선 참가자 C씨는 “협찬사 방문 일정이 이해 가지 않는다”며 “일부 협찬사 대표들은 심사위원이었다. 정말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협찬사인 S치과 원장이 2019 미스코리아 경기대회 심사위원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2019 미스코리아 경기 본선 진출자들은 4월26일부터 5월17일까지 협찬사 9곳을 방문해야 했다. 협찬사는 기센터, 헬스장, 쥬얼리샵, 미용실, 치과, 와인가게, 병원 등이었다. 예산심사를 통과해 본선 대회를 앞둔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짜준 일정에 따라 12cm 구두를 신고, 미스코리아 띠를 두르고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했다.

본선 참가자 D씨는 “협찬사 홍보물이 되기 위해 방문하는 것 같다. 협찬사 대표들이 이거, 저거 들고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하고 원하는 대로 해줬다.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예정에 없던 수영복 심사도 있었다. 5월23일 본선 대회 일주일 전 참가자들은 반장이 단체채팅방에서 “수영복 촬영 있으니까 제모하라”는 공지를 했다고 말했다. 본선 당일 주최 측은 수영복 심사를 진행했고, 이후 영상들은 인터넷에 게시됐다.

현재 한국일보는 본선 미스코리아 대회 당일 수영복 심사는 폐지하지만, 영상은 촬영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한국일보 E&B는 9일 미디어오늘에 “지방은 큰 미용실이 많지 않다. 한두 개 큰 미용실로 사람이 몰릴 것이다. 그래서 (진선미 포함) 7명이 한 미용실에서 배출된 것 같다. 좋지 않은 결론이지만, 제보의 내용이 기사화할 내용인가. (당선 결과가) 당황스럽긴 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최 측은 “협찬받는 곳을 방문해서 사진 찍는 시간이 있다. 맞다. 대회를 진행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협찬사 방문뿐 아니라 교육시간이 있는 것도 알아달라. 참가자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수영복 심사에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 솔직히 (수영복 심사) 안 했으면 좋겠다. 지역에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일부 지역에서 행해졌다. 앞으로는 미뿐만 아니라 인성, 지성 등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유착 의혹이 있는 이유는 대회 관계자들끼리 여성을 도구화해서 심사위원이 돈을 쓰게 하거나, 주최 측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슬아 사무국장은 “미인대회 출신 누군가가 이전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시대도 아닌데 끈을 못 놓고 있는 한국일보와 관련 언론사, 협찬사 등이 문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 대회가 없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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