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장관이 거짓말 논란을 부른 ‘북한 어선 삼척항 입항 사건’ 브리핑이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김 장관에게는 사건 대응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국회 정상화 합의를 뒤집고 선택적 상임위원회 참석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김 장관은 이날 “사용하기 어려운 선박의 경우 선장 동의 하에 폐기되는 것이 일반적인 매뉴얼이고 선원을 송환하는 과정에서 선박을 송환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명 과정에서 그렇게 됐다”며 “정확하게는 선박 동의하에 폐기되는 걸로 알고 있다는 게 대변인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취지가 잘못 보도된 걸로 봐야 하느냐(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질문에는 “그런 ‘뉘앙스’를 밝힌 것은 저희도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국회 보고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18일 오전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선원 2명 송환 사실을 밝히며 ‘선박은 관련 매뉴얼에 따라 선박포기동의서를 받은 후 보관기관에서 폐기 처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19일 해당 어선이 동해 해군 1함대에 보관 중이라고 밝혀 통일부의 거짓 브리핑 논란이 불거졌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강석호 한국당 의원은 “목선이 폐기되지 않은 것을 선장 동의로 폐기했다고 하는 것 자체로 틀린 것 아닌가. 합동심문에 기무사·경찰·국정원이 들어가는데 통일부가 무슨 권한으로 브리핑을 하느냐”며 “누구의 지시였느냐”고 질타했다. 김 장관은 “선원을 송환할 때 배 부분에 대해 북한에 통지해야 한다. 배를 보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배가 너무 낡았고 선장이 동의했기 때문에 폐기 절차를 밟는다는 걸 대북조치와 관련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강 의원은 ‘합동정보조사팀 결과를 받아서 폐기 처리했다고 브리핑했나’, ‘의견을 듣지 않고 통일부만의 매뉴얼을 따랐다는 건가’ 등 선박을 폐기했다고 브리핑한 이유를 여러 차례 물었다. 김 장관은 결국 “합동정보조사팀 판단으로 예를 들어 선박을 북한에 인도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통일부가 그렇게 발표했다는 거냐”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매뉴얼에 대해서는 “부처 간 합동 매뉴얼이다. 전체 매뉴얼에서 통일부가 갖고 있는 역할(대북조치)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척항에 진입한 어민 4명의 신원을 충분히 조사했느냐는 의혹도 이어졌다. 외통위원장인 한국당 소속 윤상현 의원은 “장관 보기에 그 배가 어선으로 보이나? 어민이라는 증거가 있나? 북한은 배를 잡을 때 옷을 말끔히 차려입고 가느냐”고 물은 뒤 “북한에서 출발할 때 1.8톤 짜리 목선에 연료도 제대로 채우지 않고 왔다는 거고 2명은 돌아가고 2명은 남겠다는 건데, 귀순인지 작전인지 세밀하게 조사하고 검증해야 하는데 다 한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북한 주민이 거의 6일 정도 NLL을 넘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을 2시간 심문하고 돌려보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어떤 조사를 거친 후에 보냈는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며 “국민이 의혹이 많기 때문에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장관이 “2시간이라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의원은 “언론에 그렇게 나왔다”고 답했고, 김 장관은 “조사는 만 하루가 넘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 질의가 끝난 뒤에도 “사실이 다른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2시간 심문하고 돌려보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정부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박병석 의원은 “어선에 의해서 경비태세가 구멍 뚫렸다는 건 중대한 문제다. 군 기강 해이에 대해 우리 군은 심각한 자성을 해야 한다”며 “귀순 과정에 자꾸 논란이 계속되는 건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것은 진실에 입각해서 솔직히 소상히 설명하고 은폐 축소 의혹에서 더 이상 논란되지 않게 명쾌하게 처리해주길 촉구한다”고 김 장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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