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현대무용 안무가이자 유명 무용단 대표인 남성 무용수가 26살 아래의 제자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4일 류아무개(49) ‘ㄷ무용단’ 대표를 성폭력특별법 위반인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2015년 자신에게 무용 실기 개인 강습을 받은 학생 A씨(23)를 교수, 무용계 권위자 등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다.

공소장에 따르면 류 대표는 2015년 4~5월께 A씨를 네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 모두 그의 개인 연습실에서 단둘이 있는 시간대에 일어났고, 추행 수위는 날을 거듭하면서 심해졌다. 검찰은 류 대표가 처음엔 강제로 A씨 신체 추행 등을 했고 이후 강제로 탈의하거나 강압으로 성관계도 시도했다고 봤다.

사건이 중단된 때는 A씨가 ㄷ무용단의 한 무용수에게 피해를 알린 뒤다. 네 번째 사건 발생 이후 또 개인 연습실로 불려간 A씨는 ‘이번엔 강간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떨고만 있다 발길을 돌려 평소 의지했던 무용수를 만나러 갔다. A씨는 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 무용수는 류 대표에게 이를 전했다.

▲ 자료사진. ⓒpixabay
▲ 자료사진. ⓒpixabay

당시 A씨는 서울 소재 ㄱ대학 실용무용예술학부를 휴학 중이었다. 학부장 이아무개 교수는 류 대표 아내다. A씨는 1학기 재학 중 휴학을 결심하며 학부장 이 교수에게 재입시 계획을 밝혔고, 이 교수가 류 대표 밑에서 훈련해보라 소개했다. 성폭력 발생 1여년 전이다.

A씨가 당시 경찰에 신고 못한 이유는 무용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류 대표, 이 교수 모두 현대무용계 각종 협회·조직, 콩쿨, 대학 등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진 권위자다. A씨에게 신고는 곧 무용계 퇴출이었다. 미디어오늘과 만난 한 무용수 ㄴ씨는 “무용계는 선생 눈 밖에 나는 순간 퇴출”이라며 “그래서 제자들이 북한처럼 자기 선생에 복종한다”고 했다. 처음 피해 상담을 했던 무용수도 A씨에게 ‘선생님이 너를 예뻐한 것 같다’고 말하는 등 A씨는 무용계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 여겼고 2차 가해도 두려웠다.

그렇게 4년을 숨거나 피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류 대표는 ㄱ대학 강사였다. 복학한 A씨는 그를 피해 다녔지만 종종 마주쳤다. 콩쿨 준비로 이 교수 지도를 받을 때 이 교수가 바쁘면 류 대표가 A씨를 지도하기도 했다. 동료·선배 공연을 가거나 일부러 먼 부산으로 콩쿨을 보러 가도 심사위원인 그를 봤다.

결국 A씨는 2017년 여름 이 교수 앞에서 바닥에 주저 앉아 오열하며 피해 사실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니가 착각하는 게 아니냐’ ‘지난 일이니 다 잊으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이후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무용계 외부 사람들은 A씨를 적극 도왔다. 편입한 ㄴ대학의 상담가와 정신의학과 의사다. A씨는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A씨 이야기를 들은 상담가와 의사는 ‘늦지 않았다. 신고하자’고 말하며 경찰 신고를 도왔다. 특히 이들은 ㄴ대학에 강사로 온 류 대표 임용도 막았다. A씨가 편입한 2018년, 류 대표도 ㄴ대학 전공필수 수업 새 강사로 왔다. 그는 ‘학교를 나가달라’는 A씨 요청을 거절했다. 상담가는 A씨 일을 대학 본부에 고발해 임용취소를 관철시켰다.

류 대표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 “혐의는 인정하지 않지만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 더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행위는 인정하나 합의관계였고 피해자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류 대표는 A씨보다 26살 많은 데다 학생 보호 의무를 가진 선생이고 기혼자다. A씨는 성추행 당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A씨 피해를 처음 들었던 무용수는 2015년 당시 A씨에게 ‘류 대표가 자기행동을 인정하며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A씨는 현재 무용을 포기했다. 편입한 대학도 1학기만 다닌 후 휴학해 지금까지 쉬고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기피 등의 문제를 여전히 겪으며 치유 중이다. 사건이 알려지며 ㄷ무용단에 있었던 한 무용수는 A씨에게 “류 대표로부터 성추행 당했다 직접 말해준 여성 무용수가 3명이 더 있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