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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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공영방송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2018년 2월 양승동 사장이 사장 출마 의사를 밝히며 미디어오늘 인터뷰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양 사장 취임 이후 KBS 보도의 변화와 적폐청산 작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청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시청자 서비스를 담당하는 최용수 시청자미디어부장을 만났다.

시청자와 소통을 위한 KBS의 노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멈춰 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 등 대표성을 갖기 힘든 이들이 대거 시청자위원으로 선임되고 회의 역시 형식적 논의로 전락했다. 최 부장은 “참여정부 말기 수신료 납부자에 대한 책임 논의가 시작됐으나 정부가 바뀌면서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양승동 사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논의를 다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최용수 KBS 시청자미디어부장. 사진=금준경 기자.
▲ 최용수 KBS 시청자미디어부장. 사진=금준경 기자.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KBS는 시청자위원회를 개편했다. 그동안 사측이 일방적으로 위원들을 선임한 방식을 바꿔 시청자위원회 선정위원회에 PD협회, 기자협회등 실무자 대표들이 참여하게 했다. 최용수 부장은 “여성과 남성의 성비가 7:8로 개선되었고 이전에 없던 20대가 포함됐다. 평균 연령은 5살 가량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지역 시청자위원회 활성화도 시작됐다. 그동안 지역 시청자위는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했다. 최 부장은 “어떤 곳은 회의 내용을 제대로 올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위원도 지역 유지나 기업체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표준 권고안을 내 규정을 정비하고 시청자위원회 연대회의를 열어 중앙에 대한 요구사항을 수렴했다”고 했다. 지역 시청자위원회의 요구안은 지역방송 인력과 예산확충, 재난방송 때 지역방송 역할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청원 사이트도 등장했다. 최용수 부장은 “청와대 청원을 벤치마킹했다”며 “1000명이 동의하면 답변하도록 설계해 그동안 10건을 답변했다. 현재는 보완을 위한 평가작업 중이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기자 욕설 논란이 불거졌을 때 KBS가 빠르게 대응한 것도 청원시스템 덕”이라고 했다. 청원 1000명이 넘자 KBS 보도국에 자동으로 통지됐고, KBS는 당시 백화원 내부에 촬영기자 없이 청와대 전속 촬영 담당자와 북측 인사 등만 동석한 상황이었다고 즉각 답변했다.

최 부장은 “앞으로는 직접적인 미디어 교육 사업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지난 3월 ‘시청자미디어부’를 신설했고 산하에 ‘미디어 교육사업 기획팀’을 만들었다. 기획팀은 각 지역의 시청자미디어센터와 협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중으로 공모를 통해 미디어 교육사업을 담당할 전문가도 채용할 계획이다.

▲ KBS 전국시청자위원회 연대회의 모습. 사진=KBS.
▲ KBS 전국시청자위원회 연대회의 모습. 사진=KBS.

이처럼 KBS가 시청자와 소통하고 미디어 교육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공영방송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있다. 최 부장은 “한국 사회는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고 정치권이 사유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매체는 다변화하고 민영기업과 통신사는 오락적 측면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신료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구성원의 노력과 권리를 주장하는 시청자의 요구가 맞물릴 때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실패하고 성공하는 건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부에서도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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