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앞서가는 변화와 조직 개편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종합일간지 가운데 ‘디지털 혁신’을 가장 강도 높게 추진한 조직이기에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표방한 지난 10일자 조직·인사 개편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현재 중앙일보 조직은 크게 ‘신문제작본부’, ‘편집국’, ‘뉴스서비스국’ 등 세 부문으로 나뉜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격한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이 직접 신문제작본부장을 맡으며 ‘콘텐츠 생산’(편집국)과 ‘지면 제작’(신문제작본부) 업무가 보다 명확히 분리됐다.

먼저 이 주필이 이끄는 신문제작본부는 종이신문 제작을 담당한다. 편집국과 논설위원실(20여명)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갖고 고급 독자를 타깃으로 한 지면을 제작한다. 신문제작본부 산하에 논설주간(논설위원실+칼럼니스트) 및 제작국을 편제했는데, 논설위원들과 칼럼니스트들이 논설주간 소속으로 사설과 칼럼은 물론, 취재에 기반한 자체 콘텐츠 제작까지 맡고 있다. 

정치외교·사회·경제·네트워크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되는 제작국 산하 ‘콘텐트제작에디터’(4명·논설위원 겸직)는 편집국 취재 기자들이 디지털에서 먼저 출고한 콘텐츠 및 기사를 지면용으로 다듬는 역할이다. 흔히 신문사에서 현장과 거리가 멀다는 고연봉·고연차 기자들이 제작을 담당한 격이다.

‘조강수의 시선’, ‘논설위원이 간다’ 등을 연재하고 있는 조강수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관훈저널 겨울호에서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은 지난 7월 인사를 계기로 논설위원이 23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한 뒤 “중앙일보 내부로 보면 이철호 논설주간이 새로 논설실의 수장이 되면서 논설위원실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과 지면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기사를 쓰자는 회사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 회사가 디지털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논설위원들도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회사 차원에서 논설위원 전진 배치는 사설과 칼럼에만 할애됐던 고비용 노동력 활용 방안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고참들만 신문에 남고 젊은 인력은 방송(JTBC)이나 디지털로 빠지는 분위기”, “신문은 아예 고연차들에게 맡기겠다는 건데 그게 잘될지는 모르겠다”는 입말도 나온다.

▲ 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은 지난 6일 사내 컨퍼런스에서 세 부문(‘편집국’, ‘뉴스서비스국’, ‘신문제작본부’) 역할을 강조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구독자 수”라며 “이미 디지털 세상에는 일관된 브랜드를 가지고 유의미한 구독자를 확보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며 이제는 중앙일보도 다시 구독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은 지난 6일 사내 컨퍼런스에서 세 부문(‘편집국’, ‘뉴스서비스국’, ‘신문제작본부’) 역할을 강조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구독자 수”라며 “이미 디지털 세상에는 일관된 브랜드를 가지고 유의미한 구독자를 확보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며 이제는 중앙일보도 다시 구독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별동대처럼 움직일 60여명 규모의 ‘뉴스서비스국’은 새 디지털 시장을 개척하고, 그 성공 모델을 편집국에 전파하는 역할이다. 뉴스서비스국 콘텐트실 산하 콘텐트팀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주목도가 가장 높다. 내부에서는 이 조직을 두고 “신문을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을 팀”이라고 설명한다. 김영훈 뉴스서비스국장 겸 콘텐츠실장을 중심으로 기자, PD 등 편집국 주력들이 뭉쳤다는 평가다. 이곳에선 포털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기존 채널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경쟁을 넘는, 새 스토리텔링 개발과 콘텐츠 연구에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특히 뉴스서비스국은 기존 중앙일보 조직보다 1년여 앞서 내달 초 JTBC 상암동 사옥으로 이전한다. 박승희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선발대 형태로 먼저 가게 됐다. JTBC는 동영상 플랫폼 자원이 중앙보다 풍부하다. JTBC 디지털부서와의 컬레버레이션(합작·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새 시장을 먼저 개척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해온 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 뜻이 관철된 조처다. 홍 사장은 지난 6일 사내 컨퍼런스에서 세 부문(‘편집국’, ‘뉴스서비스국’, ‘신문제작본부’) 역할을 강조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구독자 수”라며 “이미 디지털 세상에는 일관된 브랜드를 가지고 유의미한 구독자를 확보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며 이제는 중앙일보도 다시 구독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우리가 하루빨리 가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만들고 구독자 수를 늘리게 되면 선순환 고리에 탈 수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중앙일보 기사를 보게 되면 기회가 왔을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중앙일보 가치는 굉장히 많이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개편은 전문성을 특화하고 실질 성과를 내는 데 방점을 둔 조치이지만, 잦은 개편으로 조직 내 피로감이 쌓여 있고 여전히 인력 부족에 허덕인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특히 취재를 담당하는 편집국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6명가량 편집국에서 뉴스서비스국으로 이동했고 편집국장 직속으로 탐사보도부문이 확대 개편되는 등 원 편집국 부서에서 최소 1~2명 줄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여기저기로 사람이 왕창 빠진 상태”라며 “편집국에 남은 사람들은 보다 적은 인원으로 기존 업무 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정작 취재를 해야 할 편집국에 사람이 너무 없다”며 “5년차 이하 기자가 부서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근무 체제 변화는 사람이 넉넉해야 가능한 일인데 지금은 기사 막기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승희 편집국장은 “지금껏 우리가 했던 디지털 혁신이 디지털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번에는 ‘선택과 집중’, 제대로 된 ‘아웃풋’(성과)을 위한 조치”라며 “아무래도 편집국 리소스가 줄어든 측면은 있지만 신입기자들을 작년과 올해 연속 두 자릿수로 채용했다. 새로 뽑은 기자들을 채우고, 필요하면 추가 경력 선발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인력과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와 고민”이라며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 일선 현장에서 ‘사람이 적다’는 피드백을 준다. 추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지 수시로 살펴보고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생산과 지면 제작 분리를 두고도 우려가 있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지면 제작을 몇몇 에디터들과 논설위원들이 담당한다는 건데 이 구조가 현장의 출입처 기자들 요청을 얼마나 즉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디지털을 강조하는 방향성은 맞지만 잦은 조직 개편으로 인한 내부 동요를 어떻게 추스르고 실질적 성과를 낼지 중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의 또 다른 기자 역시 “디지털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지면 퀄리티가 저하될까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부서 간 ‘협업’이 관건인 셈이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당연히 협업은 필수적”이라며 “이번 조직 개편은 종이신문과 단절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문 분야에 보다 집중하자는 취지다. 신문제작본부에서 신문 제작을 할 때 편집국 지원과 공급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 편집국과 뉴스서비스국도 마찬가지다. 뉴스서비스국이 만든 좋은 성과는 편집국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 국장도 “경쟁 매체들이 광고주들에게 ‘중앙일보는 종이를 포기했다’는 식으로 말을 흘린다는데 가장 쉬운 혁신은 ‘포기하는 것’”이라며 “종이신문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어느 매체도 디지털 영역에서 의미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면을 통한 광고 매출과 판매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무엇보다 “독자들은 디지털이든 종이신문이든 콘텐츠가 좋으면 소비한다. 우리는 콘텐츠 강화를 위해 탐사보도팀을 꾸렸고, 논설위원들의 장점을 활용한 지면도 확대됐다. 종이신문 독자들은 이제 신문에서 스트레이트 뉴스만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공을 들여 가공한 뉴스, 깊이 있는 뉴스를 읽고 싶어 한다. 오피니언면 확대와 논설위원 생산 콘텐츠는 그런 수요에 맞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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