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와 무급휴직자, 그 가족의 심리치유를 위해 만들어진 ‘와락’과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건강을 연구해 온 고려대학교 김승섭 교수팀이 국가폭력과 해고 후 트라우마에 시달린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심리 치유와 회복을 위한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번 사업은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으로 선정해, 보다 안정적인 지원 위에서 연구와 활동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있었던 쌍용차 노동자 정리해고와 파업, 그리고 이어진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은 햇수로 10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피해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는 심리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32일 동안 단식을 했고, 감옥에 있는 쌍용차 출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뒤이어 옥중 단식을 시작했다. 모두 2009년 벌어진 정리해고 사태 때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전원복직을 요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사업 착수 기자간담회모습. 사진=김승섭 교수 연구팀
▲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사업 착수 기자간담회모습. 사진=김승섭 교수 연구팀
심리적 문제도 크다. 2009년 파업에 참여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 2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5명(50.5%)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 같은 측정도구를 이용한 미국의 연구에서, 1990년 제1차 걸프전에서 실제 전투에 참가했던 군이 중 22%가,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힌 군인 중 48%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전쟁보다 더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노동자들이 시달린 것이다.(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동아시아, 2017)

이에 ‘와락’과 김승섭 교수팀은 인권위 지원을 통해 해고자와 복직자 건강에 대한 추적조사와 함께 2009년 파업 당시 공권력의 과잉진압과 폭력진압 등 국가폭력의 문제, 해고노동자들이 대한문 앞에서 농성을 하던 과정에서 일어난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 손배가압류 문제, 파업참가자에 대한 DNA추출 등 불합리한 요구를 지속해온 인권침해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김승섭 교수 연구팀 관계자는 “국가인권위 사업을 통해 ‘와락’과 고대 연구팀을 중심으로 기존의 건강 실태조사를 계속하면서, 국가폭력과 인권문제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이 2009년 파업 과정에서 벌어졌던 국가폭력 등의 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해본 적이 없는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치유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