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의료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핵심 고리는 차움병원을 포함한 차병원그룹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진행된 의료영리화와 규제완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차병원그룹이었다는 것.

JTBC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1년 초부터 차움병원의 시설을 무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썼던 가명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하지원 역)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가명까지 써가며 병원 이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은 이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처럼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줄기로 차병원이 떠오르고 있다.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씨와 조카 장시호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차움병원의 단골 고객이었으며 이곳에서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순실씨가 대리 처방 받아 갈 정도로 병원과 최순실씨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JTBC 등 언론은 차움병원을 계열사로 둔 차병원이 박근혜 정부 들어 각종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 15일자 JTBC 뉴스룸 갈무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16일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의료영리화 정책과 차병원그룹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차병원그룹은 성광의료재단을 중심으로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대혈 보관사업을 하는 차바이오텍을 중심으로 각종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제대혈은행, 제약산업, 백신연구, 화장품, 기능식품, 해외병원 개발 투자 운영, 의료기관 시설관리 및 전산개발, 임상시험수탁업(CRO), 벤처케피탈 투자업 등에 진출해 있다. 일명 ‘의료산업복합체’라 부를 수 있다.

정부가 7년 만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조건부 승인해준 것이 대표적인 혜택으로 꼽힌다. 윤소하 의원의 보고서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승인은 차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하지만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대혈 보관사업을 하는 차바이오텍이 결과적 수혜자라 볼 수 있다”며 “이 연구승인 이후 차바이오텍은 2016년 9월 무릎 관절 연골 결손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1상 진입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바이오 산업생태계, 탄소자원화 발전전략 보고회’와 ‘제33차 국가기술자문회’에서 정부는 유전자 치료 연구범위의 제한을 없애기로 했고, 5월 개최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시 배아사용 요건을 개선하자는 방침을 만들었다. 그 뒤 해당 연구에 대한 승인이 났다.

경향신문은 지난 11일 보도에서 “복지부 담당 과장이 (차병원이 원하는) ‘비동결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에 부정적인 의견을 주장하다 인사 발령이 나 교체된 것으로 안다”는 의료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최순실씨가 단골병원의 숙원사업인 체세포 복재배아 연구 승인을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었고, 반대하던 과장이 발령받은 지 4개월 만에 보직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1500억 원 규모의 의료산업 펀드인 ‘글로벌헤스케어 펀드’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6월 국내 의료시스템 수출 및 제약‧바이오‧의료기기‧화장품 등 보건의료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기업 중 한 곳이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였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6월 차병원그룹이 설립한 벤처캐피탈이다.

문제는 이미 비슷한 목적의 국책 펀드인 ‘의료글로벌진출 펀드’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투자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성격이 중복되는 대형 펀드를 또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아가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조건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맞춤형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2015년 7월7일 보도자료에서 “펀드 운용사 선정은 보건의료분야의 전문성 및 운영성, 해외투자기관과 협력 네트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1개 운용사를 선발한다”고 밝혔는데, 의료기관과 각종 의료산업체를 보유하고 미국에 병원을 설립운영 중인 차병원그룹 계열사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 보건당국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 관련 각종 특혜 및 대리처방 의혹을 받는 병원에 조사를 지시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차움의원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병원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 정책의 수혜자도 차병원이었다. 정부는 2013년 12월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도 규제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차병원그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2010년 11월 문을 연 차움은 병원으로 영리행위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의료법인 인 성광의료재단이 병원운영을 하고 돈이 되는 프리미엄 건강관리는 차바이오텍을 통해서 운영했다”며 “차움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던 각종 건강관리 서비스는 대부분 차바이오텍 또는 차비오텍의 계열사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업들로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이 차병원그룹의 직접적인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수혜자로도 차병원이 꼽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은 글로벌 수준이 연구역량 확보 및 사업화 성과 창출을 위해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R&D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4년 10월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분당차병원은 2016년 비서울병원을 대상으로 시행된 선정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됐다. 지원과제는 ‘첨단 융합형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개방형 R&BD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및 확산’으로 지원금액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192억 원이다.

보건복지부는 분당차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후 2014년 5월 ‘차 바이오 콤플렉스’를 개원하고, 분당차병원과 차의과대학, 차바이오텍, CMG제약, 차백신연구소등과 원스텝 공동연구 및 산업화 촉진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결국 이 지원사업을 통해 차병원그룹은 차바이오텍, CMG제약, 차백신연구소와 임상시험수탁업을 하는 계열사 서울씨알오에게 까지 수혜를 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유전자 검사제도 규제개선 및 제대혈 공공관리사업, 임상시험 육성 정책, ‘임상시험 글로벌 강화 방안’, 제한적 의료기술평가제도, 글로벌 화장품 신소재‧신기술 연구개발 지원 사업 등으로 차병원그룹이 수혜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의료영리화 정책의 수혜 대상이 차병원그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을 비롯한 대형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과 관련 바이오산업체등을 보유한 제약회사등도 수혜자이기는 하다”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의료영리화 정책과 차병원그룹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났듯이 박근혜와 최순실 모두 차병원그룹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진행된 의료영리화 정책들이 차병원그룹의 이해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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