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함께 광장으로 나왔다. 민주당의 당론과 지도부 입장은 ‘2선 후퇴 등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 퇴진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날 열린 당원대회에서 의원들과 당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은 12일 오후 2시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만 여명의 당원들이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채 “국민들은 알고 있다” “박근혜가 몸통이다” “박근혜를 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추미애 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안규백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9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 대선 주자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을 향한 퇴진 여론이 점점 높아져 가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아직 ‘2선 후퇴 등을 수용하지 않으면 퇴진 투쟁’이다. 민주당이 준비한 손 피켓에도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적혀 있었다. 본대회 사회를 맡은 김영진 의원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무너진 대한민국 새로 세우는 규탄대회”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대표는 연단에 올라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폭발직전인데 민주당 입장은 너무 조심스럽고 신중하지 않느냐 답답해 하신다”며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초지일관 확고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수사를 받아야 할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만 검찰 수사도 국정조사도 특검도 제대로 될 것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 추천총리도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또한 “국가 외교안보의 중요기밀문서를 무자격자 최순실에게 넘기고 최순실 말만 믿고 개성공단을 폐쇄했다는 대통령이다. 최순실이 챙겨주는 색색 옷을 입고 최순실이 써준 대로 행동하면서 웃으며 해외순방 다니는 게 외교가 아니지 않나. 이런 대통령에게 외치를 맡길 수 있나”라며 “위험천만한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일 저지를 수 있는 대통령이 군수통수권도 내려놓으라는 게 국민의 명령 아니냐”라고 밝혔다.

안규백 사무총장 역시 “우리는 국민적 요구를 존중해 10월31일부터 매일 비상의원총회와 하루 몇 차례에 걸 걸쳐 최고위원회를 개최했고, 단계적 퇴진론을 당론으로 확정했다”며 “대통령는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앞으로 우리당은 국민여러분과 함께 대통령이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그 날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규탄대회에서는 박 대통령이 당장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회를 맡은 최 총무가 ‘박근혜를 수사하라’는 구호를 외치자, 주변의 몇몇 당원들은 “수사하라 가지고 안 된다” “박근혜는 집에 가라고 해야지”라고 외쳤다.

연단에 오른 더민주 의원들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저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라는 이름을 반대한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 아니라 박근혜가 중심에 서 국기문란을 저지른 사건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박근혜 게이트”라며 “이 엄중한 상황에 우리 야당은 어찌해야하나,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한 “야권 지도자들께서도 계산기 두드리면 안 된다. 국민이 만들어준 길로 촛불 민심이 만들어준 길로 우리가 함께 해야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송영길 의원은 “단원고 학생과 시민 304명이 백주대낮에 수장됐다.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나”라며 “대변인이 어제 7시간 동안 청와대에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 7시간 동안 뭘 했나. 오후 5시15분에 나타나서 ‘안전조끼를 입은 학생들을 그렇게 발견하기 어렵냐고 한 대통령을 보며 국민들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26살의 딸을 둔 한 아빠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워서 낯을 들 수가 없다. 이미 대통령은 무너졌다.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한다”며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이를 비호해 왔던 세력들,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현웅 법무부 장관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 이정현, 김진태, 김태흠을 비롯한 이 새누리당 비호세력들을 이번에 한꺼번에 해체 시켜야 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정재호 의원 역시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 개고생을 하고 있나. 누구 때문인가?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라며 “퇴진이다. 국민들은 박근혜 퇴진을 위해 총단결 총투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저는 단 하루도 박근혜를 우리나라의 지도자로 인정할 수가 없다. 단 한 시간도 일분도 박근혜가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그 위험한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단에 오른 의원들이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자 몇몇 당원들은 “공식입장이 ‘손 떼라는 건데 (퇴진이 아니라) 손 떼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라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세 가지 업적을 이뤘다”고 말해 당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 전 의원은 “첫째, 그 어렵다는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의 논조를 통일한 업적이 있다. 둘째, 전 국민의 95%를 대동단결 시키는 업적을 쌓았다”며 “셋째, 학생들의 민주주의 체험학습을 이렇게 잘 시킨 대통령 이전에 없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1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박근혜는) 나라를 순실공화국으로 만들었다. 준엄하게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며 “또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야 한다’는 헌법 제20조도 위반했다. 박근혜는 사이비종교에 농락당하고 무당국가로 만들었다. 박근혜는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규탄대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오늘 서울 시내 전역에서 들끓는 민심 보고도 모른 척하면 위험해지지 않겠나.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일 쯤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한 ‘민주당이 탄핵, 하야 요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퇴진운동으로 옮겨가겠지만, 제일 좋은 건 역시 큰 국정의 혼란 없이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촛불집회로 표출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또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하루빨리 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질서 있는 퇴진마저 어려워지고 우리 국정은 파국에 빠져들고 말 것”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저와 우리당은 부득이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탄핵 및 하야를 요구해왔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저대로 국민의 뜻에 따라서 대통령 퇴진운동 주장할 것”이라며 “당은 신중하게 이 사안을 접근해야하기 때문에 조금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결국 국민들의 뜻에 따라서 대통령은 퇴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당 또한 그 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반 경 규탄대회를 마친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 당원들은 개별적으로 흩어져 7시 반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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