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가 지난 29일부터 이틀동안 진행된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중계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신 드라마 재방송 등을 편성해 방송사 내부에서는 “국민의 관심과 분노가 쏠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청문회를 외면하면서까지 같은 시각에 편성해야 했느냐”는 질타가 나온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지시에 따라 특위 행정실은 지난 27일 오후 방송 3사에 생중계 요청을 했으나 불발됐다. 우 의원은 “국회방송은 중계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 3사는 중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 26일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를 열었다.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는 3~4등급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윤미애씨가 발언하고 있다. 작은 액자 속 사진은 사망한 윤씨의 첫째 아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에서는 청문회 생중계를 외면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31일 “청문회가 열리는 월요일(29일)로부터 이틀이 채 남지 않은 토요일 오후 국회로부터 중계 요청이 들어왔고, 이에 중계 실무진으로서는 시간이 촉박해 중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도 “국회 요청이 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KBS는 책임을 벗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해당 사안을 취재해 온 KBS 보도본부와 국민적 행사 중계를 책임져온 방송본부 모두 생중계 검토와 대비를 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KBS는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이외에도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도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미 두 차례 열린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도 중계하지 않은 것은 물론, 3차 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생중계를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교통방송 tbsTV가 오는 1일부터 열리는 세월호특조위 3차 청문회 전체 일정을 특별 생중계하기로 한 것과는 대조적인 방침이다. 

방송사들의 청문회 중계 외면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다.

우원식 의원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방송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뿐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할 의무도 있다”며 “국민의 관심 속에서 치러져야 할 청문회가 공영방송 등의 외면 속에서 진행됐다. 방송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옥시 등 기업의 무책임과 정부의 직무유기 속에서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정부가 현재 공식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256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12명이라고 밝혔으나 환경보건시민센터는 853명이 사망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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