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 다수가 속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10일자 성명은 충격적이다. 최근 KBS 드라마 PD 3명이 사표를 내고 JTBC행을 결정했는데, 갑작스레 보도국 기자 5~6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팀이 구성됐다는 것이다. KBS본부는 “TF의 타겟은 ‘우리 PD들을 빼간’ JTBC와 사주인 홍석현 회장”이라고 폭로했다.

KBS본부는 “이게 대한민국 최고 공영방송이 취할 방법인가”, “이게 사측 당신들이 말하는 KBS 저널리즘인가”라고 개탄하며 “만일 이 TF가 실제로 보도까지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공영 방송의 사유화’, ‘보복 취재’ 등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라고 우려하며 보도국 TF 해체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을 보며 지난 9일자 KBS ‘뉴스9’의 손석희 리포트가 떠올랐다.

검찰은 9일 JTBC의 2014 지방선거 지상파3사 출구조사 무단도용 사건과 관련해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사건의 이해당사자인 지상파3사는 이날 일제히 관련소식을 보도했는데, SBS는 메인뉴스에서 해당 리포트를 다루지 않았으며, MBC는 메인뉴스에서 20초 단신으로 처리했다. 반면 KBS는 3사 가운데 해당 뉴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다뤘다.

▲ KBS 메인뉴스 '뉴스9'의 9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KBS는 ‘뉴스9’에서 “다른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조직적으로 도용한 JTBC 방송 과정에 손석희 사장의 구체적인 지시도 있었다고 경찰은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손석희 사장을 범죄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부정적 인물로 묘사한 것이다. KBS는 또한 “다른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빼돌려 무단으로 방송한 일은 국내외 언론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불법적인 행태로, 종편의 비윤리적인 경영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JTBC가 지상파 출구조사를 무단 도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은 순리다. 하지만 자사 인력 유출을 이유로 보복을 하겠다며 보도국이 TF팀을 구성할 정도라면 지금까지 손석희 사장 관련 보도의 ‘의도’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JTBC가 짊어질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KBS의 보도행태가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석희 사장의 검찰소환조사와 관련해 방송기자들 사이에선 KBS를 비롯한 지상파3사가 검찰을 상대로 손석희 소환조사를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물론 목적은 ‘망신주기’일 것이다. 묻고 싶다. 민·형사상 소송에도 모자라 타사 보도책임자를 하루 종일 경찰조사·검찰조사로 괴롭히고 포토라인에 세운 뒤 이를 리포트로 내보내는 행태가 과연 바람직한 언론의 모습인가.

KBS 경영진에겐 ‘JTBC 트라우마’가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국면 당시 KBS 불공정 보도사태가 불거졌을 때, JTBC는 KBS 양대 노조 파업을 유일하게 보도한 방송사였다. JTBC에 대한 일련의 도를 넘은 행태가 트라우마 치유 차원의 ‘보복’이 아니길 바란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KBS경영진을 향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거듭 촉구한다. 여기서 멈추길 바란다.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조금이라도 남겨둬야 하는 게 아닌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