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사전 예고 없이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2년11개월 만이다. 굴욕적인 한일협상 논란이 핵실험 소식으로 뒤덮였다. 북한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 중단이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 새벽(한국시간) 긴급회동을 갖고 대북 제재 논의 등에 착수했다. 7일자 종합일간지 1면은 북한 핵실험 파장으로 가득했다. 

경향신문 <북, 깜짝 4차 핵실험…국제사회 향한 ‘김정은의 핵도박’>
국민일보 <北 “수소탄 실험 성공”…中도 몰랐다>
동아일보 <北 기습 4차 핵실험…전 세계로 증폭된 위협>
서울신문 <김정은 4차 핵실험…국제사회 인내심 한계 넘었다>
세계일보 <이번엔 중국에도 숨긴 채…북, 핵 도발 한발짝 더 나갔다>
조선일보 <核보다 더 위험한 ‘예측불가 김정은’>
중앙일보 <김정은 ‘수폭 기습’…미국에 핵 대화 압박>
한겨레 <북 “첫 수소탄 시험 성공”…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한국일보 <김정은의 核도박, 새해 뒤흔들다> 

   
▲ 경향신문 1면.
 
   
▲ 조선일보 1면.
 

북한의 4차 핵실험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제2지하갱도에 딸린 갱도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수소폭탄이 아니라 증폭핵분열탄으로 추정된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수소폭탄인지 여부는 언론마다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미리 통보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는 “북한 지도부를 향해 핵무기 보유는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도력에 큰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도발로 한일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기시다 일본 외상과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전화통화를 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위안부 관련 한일합의 문제는 북핵문제로 이슈에서 잊혀지는 모양새다.  

왜 지금 핵실험에 나섰을까. 이번 핵실험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있는 한겨레는 △36년 만의 노동당대회(5월초) 소집을 앞둔 김정은의 정치적 지도력 부각 △핵기술 고도화 필요에 따른 실험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초고강도 압박 전술로 실험 배경을 짚었다. 이어 “3월말 미국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를 겨냥해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환기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한 국제사회 협력은 얻을 수 없다”며 북한의 핵실험을 “합리화될 수 없는 도발”로 규정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정세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한국인만큼 박근혜 정부가 이제라도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문제를 외교와 협상으로 풀 해법 모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을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협상으로 핵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실패했음이 확인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박근혜정부의 ‘협상기조’가 실패했다고 지적한 셈이다. 이 신문은 “북한이 플루토늄·우라늄탄을 넘어 훨씬 위력이 큰 수소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실험 성공 여부를 떠나 근본적인 협상의 틀을 바꾸고 각국이 북핵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우리 스스로 힘으로 북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비상 자위(自衛) 수단을 찾아야 한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작은 대응 카드가 될 수도 있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전후 철수했던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해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호들갑을 떨 것도 아니다. 여야를 떠나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금물이다. 단호하면서도 차분하게 이 국면을 헤쳐나가자”고 주장해 차이를 보였다.  

   
▲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는 “북한의 수폭 실험은 임기 4년 차를 맞아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모색하려던 박 대통령과 정부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게 저의 소망”이라며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 통로 확대”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지난해 8·25 합의로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도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김대중·노무현 책임론도 또 등장했다. 주용중 조선일보 부국장은 7일 칼럼에서 “북핵을 방치한 책임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몫이 가장 크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에 성공했는데도 ‘북핵의 목표가 비군사적이라는 가정’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고위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솔직히 김정은의 머릿속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보도하며 이번 실험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6일 북한의 핵실험을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합참 정보본부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북의 핵실험 징후는 1개월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군 정보당국은 4차 핵실험을 감지하지 못해 군 대북정보 최고책임자 발언은 ‘허언’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방부가 위기조치반을 소집한 것도 인공지진 규모와 진앙 등으로 미뤄 핵실험일 가능성이 크다는 언론 보도가 이미 나온 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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