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테러단체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 인터넷으로 구매한 장난감 BB탄총과 도검, 그리고 코란'

경찰이 테러단체와의 연계성을 주장하며 인도네시아인 A씨를 검거하고 내놓은 증거들이다. 

경찰은 18일 이슬람 무장단체 알누스라를 추종하는 인도네시아인 불법체류자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위조여권으로 입국해 충남 아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을 했다. 경찰은 A씨가 이슬람 무장단체 '알누스라'를 추종해왔고 페이스북을 통해 "시리아 민간인 40만명이 사망했을 땐 무반응이었는데 프랑스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파리 테러를 옹호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새누리당이 파리 테러와 민중총궐기를 비교하면서 국정원이 콘트롤타워를 맡는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터졌다. 누구나 의심할 법한 얘기가 나온다. 수사당국이 테러방지법 제정 쐐기를 박기 위해 테러 관련 사건을 '무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 수사 과정에서 헛점은 무수히 발견된다. 우선, 경찰이 기자들에게 설명한 A씨의 수사 개시 이유와 혐의점 등을 보면 경찰 스스로 이번 수사가 증거를 바탕으로 입증할 수 있는 단계에 있는 게 아니라 추정을 바탕으로 정치적 목적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테러단체를 추종하거나 맹목적 이념 같은 게 표출되지 않고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현재까진 (무장단체를)추종하는 독특한 사례다"

지난 18일 기자들의 질문에 유충호 경찰청 외사과장이 한 대답이다. 경찰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A씨가 테러 무기를 마련하고 장소를 특정하는 등 테러와 관련한 혐의점이 뚜렷한 게 아니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테러단체를 추종하는 선이라고 실토한 것이다.

경찰은 "테러 단체를 추종한다 흠모한다 그 혐의만으로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걸 간과할 수 없고, 이런 부분이 어느 쪽으로 튈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경찰이 확인해야 하고 그 이상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라고 전했다.

A씨의 테러단체를 추종하는 행위가 실제 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행위로 발전해 실행되지 않았고 모의한 흔적조차도 나오지 않았는데 위험하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검거하는 식으로 예방조치를 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기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러면에서 수사의 허점이 보이고 의문투성이기 때문이다. 

"모의소총은 저희 중에도 있다. 코란 같은 책이 불온서도 아니다. 우리집도 성경책도 있고 불교 경전도 있다"

"적용법조도 없는데 불안 조장하는 자료를 낸 게 이례적이지 않나"

"테러 관련 법제(테러방지법)도 있고 시국과 관련해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국정원이나 교감이 있어서 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찰이 하필 왜 A씨를 최근에 검거했는지도 설명이 모호하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A씨의 '테러추종 행위'를 인지했고 9월 내사로 전환해 수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13일 민중총궐기 하루 전 영장을 신청했고 16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하고 경찰이 하고 싶은 말은 정작 따로 있었다.

"현실적으로 국제 테러단체와 관련해 처벌법 조항이 미비하다", "테러는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규정할 만한 법들이 없다. 개별 형법이라든지 이런 걸 끄집어내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여야 관계당국도 고민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민을 한 단계 승화시켜야 한다"

사실상 정부 당국와 집권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검거한 A씨가 테러방지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주노동자단체는 혐의점이 불확실한 외국인 노동자를 경찰이 잡아다놓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A씨 동료의 증언을 바탕으로한 기자회견도 준비 중이어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충남 아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이재영 상담팀장은 인터뷰에서 "증거가 일단 장난총인데 한국 사람들도 이런 장난감 총을 가지고 있지 않나"라며 "심증만 가지고 범죄자로 몰고 있다. 유럽 테러가 있으니까 우려의 일환으로 국민에게 안도를 돌리는 모습으로 보여주기식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조합에서는 A씨가 국내에 들어온 경위부터 조사하고 A씨 지인들을 찾아 증언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테러 대응책 긴급 현안보고를 한 내용도 논란이다. 이병호 국장은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와 135명이 인도적 체류지위를 얻었고, 65명이 공항에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은 이병호 국장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 난민 체류 내용을 마치 테러가 일어날 것처럼 연결시켰다.

(사) 공익법센터 어필 등 난민단체,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135명이 국내체류 중이라는 부분은, 2015년 1월부터 9월말까지의 시리아 국적 총 난민신청자에 관하여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된 현황에 대해 언급한 것에 불과하며, 65명이 공항에서 심사대기 중이라는 부분은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이 언론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도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부정확한 기사가 쏟아지자 법무부는 "2015.1. ~ 2015.9. 간의 시리아인 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허가자, 심사대기자 등의 숫자임 / 참고로 2015년 9월말까지 난민신청 한 시리아인은 총 848명이며, 이 중 난민인정 3명, 인도적 체류허가 631명, 난민불인정결정 9명 및 철회 75명 등 718명이 심사종료 되었으며 ‘15.9월말 현재 130명이 심사중에 있음"이라고 바로 잡았다.

공익법센터 어필 등은 "수많은 오보로 인해 국내 유수 포털사이트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검색어 1위로 등장하고, ‘난민을 더 받으면 안된다’, ‘테러위험을 어떻게 막냐’, ‘공항에 있는 65명을 입국시키면 안된다’와 같은 취지의 여론이 강하게 발생했다"며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 없는 평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가감하고, 전후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관계 법령의 미비’까지 수상하게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국정원장의 정보보고는 범정부차원에서 이와 같은 ‘반난민정서, 외국인혐오’에 더해 전가(傳家)의 보도로 떠오르고 있는 ‘테러방지의 필요성’을 난민문제와 엮는 여론의 발생을 현행 국면탈출이나 특정 법안 처리 여론 형성 등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의도한 것이 아닌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17일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나라도 IS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데 이어 18일 경찰이 파리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국가와 연계된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했다고 한 인도네시아 A씨를 검거한 것도 테러의 위험을 조장해 테러방지법 제정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라는 것이다.

이들은 "만약 정부가 계속하여 난민들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기화로, 바로 그 테러를 피해 온 난민들을 잠정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정략적 목적을 위해 매도하여 이용하고, 시민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고, 난데 없는 테러방지의 필요성 운운하며 누구보다 평화를 갈구하는 한반도의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며 겁박하려 한다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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