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5회로 구성됩니다. 1부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편에서 소개할 4개의 글에서는 뉴스가 신뢰를 상실한 시대를 진단합니다.

정형돈의 불안장애와 안정환은 무슨 관계?

지난 11월 12일 개그맨 정형돈이 불안장애가 심각해져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비중 있는 진행자였던 만큼 많은 매체들이 소식을 다뤘는데, 유독 눈에 띠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불안장애 정형돈, 안정환 “애는 어떻게 낳았냐” 일침 날려>라는 기사였다. 정형돈이 불안장애가 있다는 소식에 안정환이 악담을 했다는 뜻일까? 궁금해서 기사를 읽어봤다.

기사를 읽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전형적인 ‘낚시’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은 “개그맨 정형돈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과거 그를 향한 안정환의 일침이 새삼 눈길을 끈다”는 것으로 지난 1월 KBS 예능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정형돈이 안정환에게 발씨름을 지자 안정환이 “힘 진짜 없네. 아기는 어떻게 낳았대”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안정환의 과거 발언과 정형돈의 불안장애를 엮은 것이다. 눈길을 보낼 사람은 기자 본인 말고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기사다.

   
▲ 11월 12일자 한강타임즈 기사 갈무리.
 

포털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즐비하다. 연예인 한 명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면, 이 연예인이 예전에 했던 온갖 발언을 다 끄집어내 기사로 만든다. 제목만 살짝 바꾼, 내용은 똑같은 기사들이 수십 개씩 올라온다. 2013년 11월 13일 동아닷컴에는 모델 미란다 커의 근황과 몸매에 대한 기사가 27개 올라왔다. 미란다 커의 벗은 몸매에 네티즌이 감탄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볼펜으로 탑을 쌓아올렸다는 소식도 제목만 바뀐 채 22개가 올라왔다.

이러한 행위를 ‘어뷰징’이라고 부른다. 메이저, 마이너 가리지 않고 수많은 매체들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탈 인기검색어를 가지고 기사를 만든다. 검색어로 유입되는 누리꾼들을 자사 홈페이지로 끌어들이고 이런 트래픽을 바탕으로 광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런 어뷰징은 오늘날 기사와 기자, 나아가 언론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이런 기사 밑에는 “이런 것도 기사라고 쓰냐”는 댓글이 달리고, 기자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 불린다. 이런 낚시기사에는 ‘진전된 정보’가 없다. 새롭게 알아야 될 정보 대신 낚시성 짜깁기가 가득하다. 누리꾼들이 이런 기사를 기사로 보지 않는 이유다.

예컨대 토익 성적이 발표되는 날이면 포털에 ‘토익’이 인기검색어로 오르기 마련이다.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 응시생들이 ‘토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몇몇 매체에서는 “오늘이 토익 성적 나오는 날”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만들어냈다. 이 기사를 보고 “아 오늘 토익성적이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던, 조선닷컴 검색 아르바이트(어뷰징) 매뉴얼은 어뷰징 기사를 만드는 원칙을 “‘클릭을 유발하는 제목+눈길 끄는 사진+간단명료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내용을 조금씩 바꿔 자주, 많이 내는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어를 크로스 체크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네이버에 ‘김희애 눈물’이 인기검색어로 오르고, 다음에는 ‘김희애 폭풍오열’이 오르면 기사제목은 ‘김희애 폭풍오열 눈물’이라고 달아야한다는 것이다.

누리꾼 반응도 필수다. 앞서 소개한 ‘정형돈 불안장애 안정환 일침’ 기사는 “누리꾼들은 ‘불안장애 정형돈 힘내세요’ ‘불안장애 정형돈 화이팅’ ‘불안장애 정형돈 어쩌다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다수의 어뷰징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누리꾼 반응은 그냥 기자가 만들어낸 말이다. 모 닷컴사에서 한 달간 어뷰징 일을 했던 A씨는 “그냥 검색어에 자주 올라가는 단어를 조합해 아무 말이나 지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뷰징 알바의 조건 “착하고 체력이 좋아야”

이런 기사에는 기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윤리가 상실돼 있다. 따라서 어뷰징이 일반화될수록 기자와 기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어뷰징 기사에는 취재가 없다. 어뷰징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블로거 도도는 뉴스타파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내 자리에는 전화도 없었다. 다시 말해 취재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 조선닷컴의 검색 아르바이트(어뷰징) 매뉴얼.
 

예컨대 정형돈의 불안장애 소식을 들은 기자는 정형돈의 불안장애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정형돈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방송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등을 분석할 수 있다. 그간 불안장애를 견디고 방송을 할 이유가 있었다거나, 아니면 방송계 사람들은 이 소식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취재한다. 취재를 통해 ‘진전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어뷰징 기사는 취재 대신에 ‘짜깁기’ 수법을 쓴다. 정형돈이 과거에 했던 온갖 발언들을 다 엮어서 기사로 만든다. 안정환이 과거에 했던 전혀 무관한 발언도 기사가 된다. 예전에 불안장애를 겪었던 연예인들을 다 끄집어내 ‘새삼 눈길을 끈다’고 쓰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이런 기사들은 데스킹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반적인 경우 기자가 기사를 쓰면 차장->부장->국장 등이 검토하는 데스킹을 거친다. 팩트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뷰징 기사들은 데스킹을 거칠 시간도 필요도 없다. 트래픽을 늘려 광고수익을 얻는 게 목적이기에 팩트가 틀리든 말든 상관이 없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냥 기사를 슬쩍 삭제해버리면 끝이다.

이 바닥의 유일한 준칙은 ‘경쟁’ 뿐이다. 남들보다 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다른 회사로 갈 누리꾼들을 자사 페이지로 끌어들이면 된다. 베끼기도 용인된다. 키보드 타이핑보다 복사 붙여넣기 기능이 더 중요하다. 조선닷컴 어뷰징 매뉴얼에는 방송사 기사나 스포츠연예매체, 동아, 중앙, 매경의 검색 기사를 참고하라며 사실상 베끼기를 지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타사 기사를 참고할 경우 반드시 자기문장으로 고칠 것. 일부 단어와 문구, 문장 순서 등을 손봐 저작권 시비에 걸리지 않아야 함”

정형돈을 향해 안정환이 “아기는 어떻게 낳았대”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는 ‘이투데이’ ‘한강타임즈’ ‘스타뉴스’ 등 세 개 매체에 등장한다. 같은 내용이지만 일부 단어와 문구, 문장 순서 등에 차이가 있다. 어뷰징 매뉴얼에 따른 기사인 걸까?

한 외신기자는 “인터넷 매체에 북한 관련 기사가 올라 왔기에 출처를 알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근데 기사 쓴 기자도 ‘내용을 모른다’면서 ‘우리만 쓴 건 아니지 않아요?’라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자기가 써놓고도 뭘 보고 썼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기사에 기자 이름이라도 박혀 있으면 다행이다. 이런 어뷰징 기사 중에는 기자 이름, 즉 바이라인이 없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기자 이름 대신 ‘ㅇㅇ닷컴’ ‘온라인뉴스팀’ ‘디지털뉴스팀’ 등의 바이라인이 달린다. 기사를 보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고, 표절 등의 시비가 일었을 경우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진다.

   
▲ 권범철 화백 만평.
 

잘못된 정보가 한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 모든 매체들이 이를 다 받아쓰니 피해가 확산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에 대해 잘못된 소식이 전해지면 수십 군데서 다 받아쓴다. 해명하려고 한 마디만 하면 어떤 매체에서 자극적이고 악의적으로 붙여 기사를 쓰고, 또 다른 매체들이 그걸 다 받아 쓴다”며 “논란을 잠재우려고 해명을 해도 계속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해서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메이저 언론의 경우 이런 기사들을 생산하는 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팀에는 기자와 알바생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조선닷컴의 경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가 정해진 기사들은 기자들이 쓰지만 그 외 기사들은 외부 알바를 쓴다.

조선닷컴에서 근무했던 한 기자는 “정식 기자들은 거의 데스킹을 거치지 않지만 알바들은 데스킹을 거친다. 저작권 있는 사진을 갖다 써서 문제가 될 뻔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자들은 5일 중 3일은 이름 없는 어뷰징 기사를 쓰고 2일은 바이라인이 달리는 취재가 필요한 기사를 쓴다. 이 2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밝혔다.

어뷰징 기자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는 불필요하다. 한 어뷰징 매체 기자는 “어뷰징 알바는 착하고 체력이 좋아야한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할 정도로 착해야하고, 가만히 앉아서 하루에 기사 수십 개를 써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야한다는 뜻이다.

블로거 도도 역시 “학력과 경력이 없는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배운 것은 이런 게 아니라며 제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 타 언론사에서의 경험을 내세워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이들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물고 시키는 대로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기레기의 탄생

이런 낚시기사들의 존재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였다. 세월호 참사로 사람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4월 16일 몇몇 매체에서 어뷰징 기사가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로 음악방송 결방이 됐다는 연애매체 OSEN의 기사 <음악방송, 여객선 참사로 결방될 듯…엑소 못 보나>, 세월호의 침몰을 언급하며 재난영화를 소개한 이투데이의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이 대표적이다.

이투데이는 또한 <[진도 여객선 침몰] SKT, 긴급 구호품 제공·임시 기지국 증설 “잘생겼다~잘 생겼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잘생겼다~잘생겼다’는 SKT 홍보문구가 논란이 됐다. 해당 기사들은 누리꾼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아 삭제되거나 제목을 수정해야 했다.

관련 기사 : <네이버마저…세월호 침몰보도에 “자극적 편집 자제” 요청>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단어 ‘기레기’는 세월호 참사를 거치며 일상어가 됐다. 누리꾼들은 이런 기사들을 모아 SNS나 커뮤니티로 퍼나르며 ‘대한민국 언론 누가 누가 미쳤나’ 등의 제목을 달았다. 자극적인 제목의 어뷰징 기사들이 누리꾼들의 모니터링 대상이 된 셈이다.

이런 어뷰징 기사를 쓴 기자들은 신원이 털릴 정도로 강한 비난을 받았다. 당시 나도 해당 기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 기사를 쓴 기자가 직접 나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는 “충격을 많이 받아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라며 “제목은 내가 달지 않았다. 조회 수를 의식해 온라인 뉴스팀과 부장이 붙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나아가 “온라인뉴스팀이 잘못했다고만 말할 수도 없다. 회사, 아니 전체 언론사들의 온라인 담당이 그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윤리적으로 비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기본적인 윤리조차 지키지 못하게 만드는 물질적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 2014년 4월 16일자 이투데이 기사 갈무리.
 

뉴스 소비자 대다수가 포털 검색어를 통해 유입되는 현실에서 광고로 생존하는 인터넷 매체들은 어뷰징을 안할 수가 없는 처지다. 그리고 이런 매체의 언론사 데스크는 이러한 현실에 너무 철저히 적응해버렸다. 조중동 같은 주류 매체들의 온라인 뉴스팀도 검색어 장사를 한다.

한 인터넷 매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 세월호’가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자 부서 기자들을 모두 동원해 어뷰징 기사를 쓰라고 지시했다. 이 매체의 한 기자는 “기자들이 원해서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나름 어려운 시험 봐서 들어왔는데 이런 거 하고 싶겠나. 회의 때마다 기자들이 검색어 장사 할 필요가 있냐, 방식을 바꾸자고 해도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며 “어뷰징을 하겠다는 데스크 의지가 너무 강하다. 미디어오늘에 우리만 따로 취재해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언론사가 어뷰징에 집중하고 PV를 강조할수록 멀쩡한 기사를 쓰던 기자들도 클릭 수에 얽매이게 된다. 열심히 취재해서 쓴 심층취재기사는 클릭 수가 별로 안 나오고 대충 베껴 쓴 기사는 조회 수가 폭발하면 허무해진다.

한 경제지 기자는 “심층리포트 형식의 기사는 같은 기자들은 많이 봐도 조회 수가 잘 안 나온다. 그런데 YTN 속보를 인용해서 쓴 기사는 조회 수가 몇 백만씩 나온다”며 “그럴 때는 허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 매체 기자는 “열심히 인터뷰해 만든 기사는 SNS에 공유도 별로 안 되는데, KBS 기사를 베낀 시덥지 않은 기사는 엄청 많이 읽힌다. 그럴 때면 힘이 빠진다”고 밝혔다.

불신이라는 이름의 망각에 맞서 기억하기

언론사에 대한 불신은 ‘망각’으로 나타난다. 제목만 눌러 들어갔다가 욕하고 백스페이스(back space) 버튼을 누르게 되는 낚시성 기사들은 그 기사의 제목 외에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조금만 지나면 그 기억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다른 기사의 제목으로 대체된다. 예컨대 이런 기사들은 특정 부분만 돌려보는 야한 영화와 같다. 제목도 감독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채 특정 장면만 뇌리에 남는다. 더 야한 장면으로 언제든지 대체 가능하다.

반대로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은 기억이다. 믿고 보는 영화감독, 믿고 보는 배우들. 그래서 그들이 만들면 찾아서 소비하는 영화들. 기자 이름과 언론사 이름이 기억에 남는 기사가 신뢰받는 기사다. 어뷰징 기사의 범람 시대에 좋은 언론이란 기억에 남는 기사를 만들고 네이버나 다음이 아닌 언론사 이름을 뉴스 소비자의 뇌리에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뉴스 소비자란 이런 좋은 기사를 찾아내 읽고 신뢰할 만한 언론사를 찾아다니는 소비자이다.

 

* <뉴스 파파라치> 연재목차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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