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새마을운동 지원예산이 최근 2년간 30배 가까이 폭증한 규모로 편성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행정자치부의 ‘201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새마을운동 지원예산’은 2014년 4억6200만원에서 2015년 56억5300만원으로 증가했고, 내년도엔 143억2300만원이 편성됐다. 국정원 부정선거 논란이 한창이던 2013년10월 전국새마을운동지도자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다시 한 번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자”고 지시한 후 박정희 관련 기념 예산과 관변단체 지원예산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내역별로 살펴보면, 명목은 새마을운동 지원예산이지만 새로운 사업 내용은 없고 대부분 유신 후인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예산임을 알 수 있다. 즉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에 137억4300만원, 새마을기록물관리 아카이브 구축 및 현지어 언어번역 5억원 등이다. 전체 새마을운동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고 있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경북 구미)은 올해 55억8000만원에서 2016년 137억4300만원으로 증가하며 201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행정자치부의 '201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 중 새마을운동 지원예산 항목
 

행자부의 ‘새마을운동 지원예산’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도 많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새마을운동세계화(ODA) 예산이나 새마을운동중앙회 등이 사업주체로 된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 건설’ 예산 등을 포함하면 새마을운동 지원 예산 규모는 더 커진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새마을운동중앙회로 들어가는 32억원 가량의 예산은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라며 “새마을운동중앙회가 하는 정신교육과 초청, 시범사업 등을 위해 사업비가 매년 30억 정도 지원된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세계화 예산의 경우에도 올해 25억3800만원에 이어 내년에도 같은 액수가 편성됐다. 정부 설명자료엔 새마을운동세계화 예산의 사업근거에 “‘13. 10월 : 대통령의 전국 새마을지도자 대회시 말씀(지구촌 새마을운동을 국제협력 프로그램의 중요사업으로 추진해나갈 것” 등이 제시돼 있다. 올해 진행된 사업을 보면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 몽골, 미얀마 등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의 관계자들을 초청해 박정희 생가를 둘러보는 등의 방식으로 ‘새마을정신’을 확산했다는 내용 등이다.    

전용열차를 잠시 멈추고 마을을 살피신 후 

   
▲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새마을운동을 되살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캠페인이 본격화되면서 새마을운동과 박정희 평가를 둘러싼 논쟁도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경북의 한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의 알림마당에 올라와있는 새마을운동 기념관 홍보물을 보면 새마을운동의 발자취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969. 8. 4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경상북도 수해피해 현황 시찰시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이 동네에 전용열차를 잠시 멈추고 하천 정비, 마을 안길정비, 마을 뒷산의 산림 가꾸기 등 마을 전체가 잘 정비되어 있음을 살피신 후 이 마을을 새마을의 표본이라 하심.”

“1971. 9. 17 박정희대통령께서 전 국무위원, 시도지사, 시장·군수 등을 대동하여 문성동을 방문하셔서 비교행정회의를 주재하시고, 마을안을 구석구석 둘러보신 후
- 전국의 시장군수는 문성동과 같은 새마을을 만들어라.
- 자조, 자립, 협동정신이 곧 새마을정신이다.
- 농어촌 개발에 있어 부락지도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힘써라.
- “시장군수는 새마을정신주입에 점화 역할을 하라.”고 지시하심으로 새마을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음.”

새마을운동이 한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념관 건립이나 기록물 아카이브 구축은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업들이 박정희의 친일행적과 군사정변 및 유신독재에 대한 비판이 없는, 새마을운동과 박정희의 치적에 대한 찬양 일색의 홍보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뉴새마을운동, 제2새마을운동 등 군사독재 시절에 대한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캠페인이나, ‘박정희 장군이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혁명을 감행했다’는 식의 과거 국정교과서 체제로 회귀하려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잘 알려진 바, 새마을운동은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추앙했던 만주 군관학교 출신의 박정희가 일본 군부의 지방개량운동을 본 따 만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본의 메이지-쇼와 유신을 모방한 10월 유신 선포 이후 총력안보와 고도국방, 반상회 등 일본 군부세력의 제도와 용어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은 “현재 진행되는 새마을운동 부활 시도는 독재에 대한 미화일 뿐 아니라, 재정건정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민생과 상관없는 선친 치적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붇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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