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정의당 당사 건물 6층 복도 끝에는 녹음실 한 개가 딸린 작은 스튜디오가 있다. 이곳이 회당 평균 90만 다운로드가 이뤄지는 인기 팟캐스트<노유진의 정치카페(이하 정치카페)> 녹음이 이뤄지는 장소다. 공개 방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송은 이곳에서 매주 월요일 1·2부를 합쳐 4~5시간 동안 이뤄진다. 

지난달 22일 정치카페 55회 녹음을 앞둔 스튜디오는 출연자인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제작진 서너 명의 움직임으로 부산스러웠다. 유 전 장관은 일어선 채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주인공 앨런 튜링이 암호를 어떻게 해독했는지, 식당에 지갑을 놓고 왔다는 진 교수의 말에 자신이 아는 한 유명인사는 ‘알돈’, 즉 현금만 써서 지갑을 잃어버릴 일이 없다는 등 끊이지 않는 얘기로 줄곧 분위기를 띄웠다. 유 전 장관의 말에 진 교수는 적절히 받아쳤으며 노 전 대표는 둘을 바라보며 사람 좋게 웃었다. 정치카페 녹음이 이미 시작된 느낌이었다.  

 

   
▲ 왼쪽부터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진중권 동양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교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곽보아 기자
 

이 날의 초대손님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원형 테이블 위에 마이크만 달랑 있는 작은 녹음실이 네 명이 둘러앉으니 꽉 찼다. ‘내 안의 작은 우주 뇌’라는 주제로 ‘100분 토크’가 진행됐다. 정 교수는 영화 ‘인터스텔라’와 천문학자 칼세이건 얘기로 서두를 열었고, 뇌를 쓴다는 것은 아령 든 왼손을 쓰는 것처럼 에너지 소모가 많아 웬만하면 사람들이 안 쓰려고 한다는 등 생활에 밀접한 주제로 뇌과학을 풀어갔다. 유 전 장관이 “그러니 언론을 통해 시민의 뇌를 조종하려는 거 아니냐”, 진 교수가 “맞다. 익숙한 편견과 결합하도록 하는 거지”라며 짓궂게 정 교수가 정치색 짙은 발언을 하도록 유도했지만 정 교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유 전 장관이 “아 교수님 되게 (정치 이야기로)안 끌려오시네”하며 손을 들자 출연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치카페는 이름만 놓고 보면 정치·시사만 다룰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역사, 영화, 음악, 경제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뮤지션 강허달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초대손님 폭도 넓다. 정의당이 만들지만 당 홍보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 날 정 교수가 출연해 뇌과학을 설명한 것도 정치카페의 컨셉인 ‘공부하는 팟캐스트’에 따른 것. 이종철 정의당 기획홍보실 부장은 “지난번에도 진화생물학같은 과학 이슈를 다뤘는데 학부모들이 관심이 많았고 맘스카페 같은 곳에서 교육용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팟캐스트 녹취록도 만든다. 다음카페에 올라온 녹취록으로 공부하는 청취자들도 많다고 이 부장은 설명했다. 지난 해 5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진 팟캐스트지만 벌써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치카페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공개방송과 녹음 등을 통해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자 출신으로 정치카페 전반적인 주제와 대본을 담당하는 백정현 정의당 기획홍보실 부실장은 “정당이 유권자들과 언론을 매개하지 않고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정치카페의 의미를 짚었다. 

녹음 중간 쉬는 시간에 만난 노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도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 의식되지 않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좋은 방송이 많이 나오면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유 전 장관도 “긴장할 게 뭐 있어 우리는 영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부가 되는 팟캐스트를 내걸었으니 방송 듣고 나서 하나라도 남는 게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이 “일주일에 하루를 여기(팟캐스트)에 쓰는 거니까 준비랑 방송 합해서 우리 생활 20%를 자원봉사하는 거야. 평당원치고는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자 또 한 번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