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개념을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도입해 개인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그렇게 규제가 완화된다면 공익의 모호함을 말미암아 개인정보 침해가 횡행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규정의 규제합리화 방안 모색’ 공동학술대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한국 현행법상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을 위반했을 때 행정·형사적 규제가 과하다보니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정보 활용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개인정보를 ‘공정이용’할 수 있는 법조항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법에서 공정이용이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즉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위 목적에 맞는다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다. 저작권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영리성 등 목적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등이 고려된다. 

 

   
▲ '개인정보보호규정의 규제합리화 방안 모색' 학술대회. 사진=곽보아 기자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선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정보주체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확인할 수 없거나 주소불명으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 범죄수사, 학술연구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제공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최경진 교수의 주장은 일부 상황에서는 본인 허락 없이도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최경진 교수는 한국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잘 갖춰져 있지만 개인정보보호가 남용됐을 때 통제할 장치가 없어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는 주체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악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네이버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10~20명이 매일 네이버에 있는 개인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면 네이버가 곤란해지는 것”을 예로 들면서 “법상 보장되는 권리지만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며 개인정보권 남용을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경진 교수는 정당한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15조 6항의 유형을 보강해서 별도 조문을 만들고 사후적으로 개인정보 제공자와 처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토론자로 참석한 최성락 동양미래대학교 교수는 “개인정보활용에 공정이용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이 의도는 좋지만 실제 운용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경우에 개인정보 제공이 허용될 것인지에 대한 많은 제약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런 준비 없이 공정이용이 도입된다면 제도의 취지가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 후 미디어오늘과 만난 최성락 교수는 “공정이용이 되면 포털사이트의 경우 누가 무슨 글을 썼나, 언제 로그인을 했나 이런 명단 공개를 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며 “공정이용이라는 게 법이 규제해도 공익을 우선시해 개인정보를 활용하겠다고 하는 건데, 결국 공익의 모호한 개념이 어떻게 규정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최성락 교수는 또 “한국에서는 공익을 여론이 원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 만약 여론이 어떤 사람의 개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면 포털이나 기업이 너무 쉽게 개인정보를 다 공개하게 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개인정보보호법학회와 한국규제학회가 공동 주최했고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정보화진흥원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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