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엔터테인먼트가 자사 배급 외국영화 언론시사회를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서 진행하려 했지만 한국영화기자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영화기자협회(이하 영기협)는 지난 15일 협회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긴급공지를 보냈다. 영기협은 언론사 영화담당 기자들이 주축인 영화기자 단체로, 올해 4월 기준으로 총 49개 매체 77명의 기자가 속해있다.

공지에 따르면 최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곧 개봉을 앞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자사 배급 할리우드 영화의 언론시사회를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서 진행할 뜻을 밝혔다. 영기협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행동이 “지난해 말 영화 ‘기술자들’ 시사 개최 이후 언론시사는 롯데월드몰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영기협과의 협의사항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라고 밝혔다. 

   
▲ 잠실동 제2롯데월드. 사진=롯데월드타워 공식 페이스
 

영기협은 그 배경으로 △롯데월드타워의 안전문제를 핵심으로 한 사회적 논란 속 이를 암묵적으로 불식시켜줄 가능성이 있는 부적절한 취재 활동 우려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의 신규 사이트(영화관) 홍보를 위한 언론매체 동원가능성에 대한 우려 △대다수 회원사를 비롯한 언론사들의 현재 위치에 비춰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함에 따른 취재 및 보도 활동의 제약 등을 들었다.

제2롯데월드 시네마와 아쿠아리움은 각각 진동과 누수 현상 등 안전 문제로 지난해 12월 폐쇄된 후 공사를 거쳐 지난달 12일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재개장 사흘만인 지난 15일 제2롯데월드 8층 쇼핑몰에서 전기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감전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인근의 석촌호수 물빠짐 현상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지난 4월 시민단체들이 재개장을 반대하는 진정을 제기하는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영기협 측은 이런 상황에서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시사회가 진행되면 본의 아니게 롯데월드몰에 대한 홍보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영기협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언론시사회가 끝나면 감독 배우들과 간담회를 하는데 기사를 쓰면 육하원칙에 따라 어느 영화관에서 진행됐는지 기사에 나갈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사회적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인데 우리가 취재에 응하면 무의식적으로 롯데월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홍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기자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일간지 영화담당 기자 A씨는 “일 때문에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제2롯데월드에 가기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영기협의 문제제기 이후 17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달 말로 예정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하겠다고 영기협에 알려왔다. 롯데시네마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영기협으로부터 홍보 효과에 대한 지적은 받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취재 편의상 이동 거리나 취재 환경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장소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월드몰에 있는 롯데시네마 영화관이 ‘터미네이터’를 관람하는데 최적의 환경과 사운드 설비를 갖추고 있어 그곳에서 언론 시사회를 진행하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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