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는 성형 조장, 불법 의료 광고 등의 이유로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tvN<렛미인5>, JTBC<화이트스완> 등 메이크오버 TV쇼를 폐지하자고 주장한 데 이어 11일에는 포럼을 개최해 의료계, 법조계, 방송통신심의위의 의견을 들었다.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와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유승희 의원의 개최로 열린 ‘TV 성형 프로그램을 통해 본 의사, 병원 방송 협찬의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성형외과 의사들조차 TV성형쇼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이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의사들은 환자의 개성이나 고통과는 상관없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일갈했다. 

   
▲ 'TV성형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의사 병원 방송협찬의 문제점' 토론회. 사진=곽보아 기자
 

그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의사들 중의 일부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 탈퇴한 의사들이라고 밝혔다. 의사회에서는 도덕적 책무를 강조하는 등 규제가 많아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홍 이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의사에게 환자가 모여들면 자신이 수술할 수 있는 환자의 수에는 한계가 있어 대리 수술, 유령 수술로 이어지게 되고 자칫하면 의료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홍 이사는 “성형외과 의사들도 의사”라며 “환자들이 안 아프고 개성적인 삶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TV성형쇼가 성형을 안 해도 될 사람들을 부추기고 치료 과정이나 실패 케이스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누구나 원하는 외모를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며 TV성형쇼 폐지를 주장했다. 

방송협찬 관련법과 규정이 더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연하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는 방송법 시행령에서 협찬고지의 허용범위와 금지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협찬행위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찬고지란 프로그램이 협찬을 받았을 때 방송에 협찬주를 알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행 법규 해석상 협찬이 무제한 허용되면서 방송사가 협찬을 받고서도 그 사실을 방송을 통해 고지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런 허술한 법적 시스템이 방송사가 협찬주에 대한 간접광고를 하는 것을 부추기고 협찬고지 금지분야인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협찬이 이뤄지는 것을 방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스틸컷 (이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조 교수는 개선 방안으로 방송협찬 행위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을 ‘협찬에 관한 규칙’으로 아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되면 병원이 협찬주로 나설 수 없고 교묘히 이뤄지는 간접광고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요 의학정보나 부작용에 관한 정보의 누락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내용 △의료인의 경력 표기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심의지침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팀장은 “협찬이 방송국과 병원과의 거래인 만큼 방송에 전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며 세세한 규제에 대해 어려움을 표했다. 김 팀장은 “비공식적인 협찬도 비일비재하고 연예인 개인 협찬도 있어서 협찬 행위 자체를 법령을 통해 강제로 규제할 수도 없다”며 “자칫하면 음성적인 협찬 시장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이 지난 2000년에 만들어져 약 15년이 돼 가는 동안 현실을 잘 담아내지 못했다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를 대한의사협회의 자문을 받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보완 항목으로 △출연 의료인의 전문과목이나 경력에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 △건강식품만을 먹고 병이 나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체험사례 방송 △진료비용 고지 금지 등을 규제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국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병원명 등 2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어 방송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병원 광고효과를 줄 수 있는 내용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심의를 강화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는 TV성형쇼 폐지를 주장하며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들은 이달 30일까지는 <렛미인5>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5000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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