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무슨 하얀 우주선 같은 곳에 서 있고, 지원자는 어두운 스튜디오에서 자기 고백을 늘어놓잖아요. 전형적인 이분법적인 틀이죠, 외모를 고쳐주는 의사는 구원자고 지원자는 구원의 대상이고” 

문화학 박사 태희원 충남여성정책개발원 교육사업팀장은 tvN<렛미인>을 예로 들며 TV성형쇼가 지원자를 피해자 혹은 도와줘야할 사람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태 팀장은 지난 2월 출간된 ‘성형’(도서출판 이후)의 저자다. 그는 책에서 성형외과 의사들이 ‘열등 콤플렉스’같은 대중심리학과 성형의학을 결합한 담론을 개발해 ‘성형을 하면 열등감이 없어지고 긍정적인 사고가 생긴다’는 환상을 심어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리얼리티쇼라고 하는데 진짜 리얼인지 모르겠어요. 진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형이나 외모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 세팅을 통해 보여주는 거죠”

지난 5일 방송된 <렛미인5> 1화를 보면 지원자가 메이크오버 대상으로 최종 선택을 받는 순간 그가 서 있던 어두운 세트 너머로 문이 열리며 의사들이 서 있는 환한 조명이 내리쬐는 스튜디오가 등장한다. 박수를 치는 의사들과 패널, MC의 축하를 받으며 지원자는 의사들이 있는 쪽으로 건너간다.

또한 태 팀장은 TV성형쇼가 외모와 성형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 tvN ‘Let 美人’  시즌5
 

“현실세계에서는 턱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거나 못살게 굴지 않잖아요, 그런데 TV성형쇼에서는 지원자의 생활환경을 추적하면서 외모 때문에 취업을 못하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이어가기 힘든 것처럼 묘사하면서 극단적으로 몰아요. 사실 현실에서는 외모만 갖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지난 8일 방송된 또다른 메이크오버쇼 JTBC<화이트스완>에서는 지원자가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는 모습을 다루며 그 이유로 고르지 못한 치열을 지목한다. 지난 5일 방송된 <렛미인>에서는 지원자에 몰래카메라를 부착해 판매직 면접에서 외모 때문에 번번히 퇴짜를 맞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TV성형쇼는 과거의 나와 결별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데, 그걸 보면 사람들은 ‘지금 상태서 변화하는 게 나은 것이다’하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으로 성형을 권하는 거죠.”

TV성형쇼가 지원자에게 성형 뿐 아니라 심리 상담이나 직업훈련을 병행하며 성형조장 논란을 비껴가려는 것에 대해 태 팀장은 “그게 지원자 개인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그래도 그걸 보는 시청자의 불안이나 외모에 대한 욕망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제작진이 좀 더 시청자의 입장에서 쇼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팀장은 외모의 중대한 결점이 있고 정말 ‘재건성형’이 필요하다면 TV쇼라는 상품보다는 공공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서 내용에도 있는 영국 의료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는 어떤 이가 외모 때문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면 무료 수술이 가능하다. 정부 산하의 임상위원회(CCGI)는 신청자들이 정말 건강상의 이유로 성형이 필요한지 심사를 한다. 

태 팀장은 “결국은 외모가 사회에서 어떤 담론으로 소비되는지를 먼저 살펴야 사회 구조적인 원인으로 일어났을지 모르는 개인의 불행을 단지 외모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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