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주총회를 앞두고 SBS는 적자가 허덕이면서도 자사 수익이 대주주 계열사에 흘러들어가는 경영구조를 감사위원회가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채수현)는 현 감사위원 전원을 해임하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에 포함하기로 한 2007년 노사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SBS본부 집행부는 20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에 있는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켓을 들며 출근하는 SBS 사원들을 대상으로 노조의 요구사항이 담긴 특보 ‘이대로라면 적자는 계속된다!’를 돌렸다. 집행부가 든 피켓에는 “노조 추천 감사위원 경영투명성 업그레이드”, “마른 SBS 수건 쥐어짜 지주 홀딩스회사 물주기?!”, “사상 초유 쌍둥이 적자 경영진은 각성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출근하는 사원들은 노조가 나눠준 특보를 유심히 들어다봤다. 

SBS본부가 주주총회 당일 피켓을 든 건 SBS가 사상 초유의 적자가 단순히 스포츠이벤트와 악화된 방송광고 시장 상황에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SBS의 2014년 영업손실은 127억여원이고, 당기순손실은 34억원이다. 하지만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 계열사는 반대로 1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당기순손실도 SBS가 SBS콘텐츠허브와 미디어넷 등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약 100억원의 콘텐츠 유통수익을 추가로 받아냈기 때문에 34억원으로 줄었다. 

SBS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SBS콘텐츠허브는 영업이익 14억원, 당기순이익 88억원을 기록했고, SBS 콘텐츠를 유료방송 매체에 주로 재방송하는 SBS플러스는 영업이익 115억원, 당기순이익 105억원을 올렸다. SBS 해외 비디오 판매와 올림픽, 월드컵 축구 중계 등 빅 이벤트 계약체결 시 3% 수수료를 받는 SBS인터내셔널도 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 언론노조 SBS본부가 20일 오전 회사 1층 로비에서 피켓농성을 하고 있다. ⓒ조수경 기자
 

SBS와 미디어홀딩스 계열사의 콘텐츠 요율도 문제가 있다는 게 SBS본부의 입장이다. SBS콘텐츠 허브에 대한 2014년 수익분배율은 68%로 SBS와 콘텐츠허브는 각각 781억원, 368억원을 나눠가졌다. SBS플러스에 대한 수익분배율은 50%로 SBS와 플러스는 각각 231억원, 230억원을 나눠가졌다. SBS가 콘텐츠를 만들어 창출한 수익이 대주주 계열사로 지나치게 많이 흘러들어간다는 거시다

SBS본부는 특보에서 지난해 적자에 대해 “SBS가 재산을 헐값에 이들 3회사로 넘기기 때문이다. SBS 지분 35%를 소유한 미디어홀딩스가 SBS의 경영을 완벽하게 지배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완벽하게 지배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특히 SBS 경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회에 대해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매년 홀딩스가 수십억원의 경영자문료를 받아가면서 3회사에게 이익을 몰아주고 SBS는 이익 공동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SBS 감사위원회에는 원래 노조 측 위원이 포함돼야 했다. 감사위원회는 SBS가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도입했다. 이번 특보에 따르면 SBS 노사는 지난 2007년 12월29일 임단협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도입에 관한 특별합의서에 서명했다. 

   
▲ ⓒ조수경 기자
 

특별합의서에는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추천되도록 노력하고,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해당 인사를 감사위원회에 포함해 구성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노사 대표의 서명이 담긴 특별합의서 원본을 ‘복사하고 돌려주겠다’로 회수한 뒤 폐기했다. 사측은 서명이 없는 특별합의서를 노조에 돌려줬고, 합의서 내용은 이후 이행되지 않았다. 

SBS본부는 20일 낸 성명에서 “SBS의 콘텐츠 유통 부문 이익이 홀딩스 종속회사로 심각하게 새어나가고 있지만 감사위원 중 누구도 경영자들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 사측 추천 인사들로 모두 채워진 감사위원회의 원초적 구성 오류 때문에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제25기 주주총회 즈음해 업무를 해태한 사측 추천 감사위원의 해임을 요구한다. 그리고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경영의 투명성과 SBS의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해줄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주주들께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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