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한겨레 기자의 취재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가 “노골적인 취재방해 행위”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한겨레지부는 지난 16일 “보건복지부가 최근 보도해명자료를 내면서 해당 사안을 취재 중인 언론사 기자의 이메일 내용을 임의로 공개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우리는 이번 일을 정부 부처의 노골적인 취재방해 행위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의 성과로 소개된 보건·의료부문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대해 의약품 수출 계약 및 제약공장 진출 성과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또한 정부 주도로 국내 제약회사가 계약을 맺은 사우디아라비아 제약회사 SPC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12일자 10면 기사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보도해명자료에서 SPC에 대해 “사우디 빈라덴 그룹 산하 보건의료 사업을 전담하는 HDH의 자회사”라고 답변하면서 한겨레 추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진행한 HDH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HDH가 한겨레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자신들에게 보내줘 인터뷰 내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이메일 인터뷰는 아직 기사화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사우디에 질문 보냈더니 복지부가 해명, 취재 내용 가로챘나>)

한겨레지부는 “우선, 정부기관이 취재 중인 언론사 기자의 이메일 취재 내용을 공개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언론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정부기관의 퇴행적이고 위험한 언론관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면서 “이는 노골적인 취재 방해 행위임을 물론 정부기관이 기자들의 사적인 이메일까지 가로채 공개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줘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 보건복지부가 11일 해명자료에서 밝힌 한겨레와 HDH와의 이메일 내용
 

한겨레지부는 “보건복지부는 한겨레 기자의 이메일을 입수해 공표한 구체적 경위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한겨레와 기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사우디 2000억원 의료수출’과 관련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추진배경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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