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가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의 주요 성과로 소개된 보건·의료·제약 회사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실적에 대해 한겨레가 의문을 제기하자, 해당 기자의 취재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한겨레 측에서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9일부터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한겨레는 9일자 8면 기사 <‘500억 수출 성과’ 구체적 근거 없어>에서 “정부는 박 대통령 중동 순방에 맞춰 국내 제약사가 사우디 쪽과 5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수출 계약 및 1500억원 규모의 제약공장 진출 양해각서 체결 등 모두 2000억원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했으나, 의약품 수출 예상액 2000억원은 정부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막연히 꾸며낸 수치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 한겨레 12일자 10면 기사
 

한겨레는 10일 10면 기사 <‘2천억 수출 계약’ 상대 사우디 제약사 ‘실체 모호’>에서도 “국내 제약업체 4곳과 ‘2000억원대’(정부 주장) 의약품 수출 및 제약공장 건설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우디 SPC사는 설립된 지 막 1년을 넘긴(2013년 말 설립) 신생 제약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12일 10면 기사 <국내업체, 항암제사업 손잡았다 올초 ‘중단’>에서는 “지난해 정부의 주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제약업체 SPC와 함께 사우디에 항암제 공장을 짓기로 한 국내 제약사가 최근 해당 사업을 중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12일 오후 한겨레 10일자, 12일자 보도에 대한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문제는 정부 주도 아래 국내 제약업체와 계약을 맺은 SPC에 대해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한겨레 보도를 반박하면서 일어났다. 

보건복지부가 SPC에 “사우디 빈라덴 그룹 산하 보건의료 사업을 전담하는 HDH의 자회사”라고 설명하면서 ‘<첨부> 사우디 HDH가 한겨레신문사에 보내 메일 중 일부’에서 SPC가 HDH의 자회사인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과 HDH의 답변 등을 공개한 것이다. ”한겨레는 위 세 건의 보도 이후에도 제약회사들의 사우디 진출 건을 둘러싼 추가 의혹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 가운데 SPC 실체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한겨레와 HDH 간의 메일 내용은 HDH가 먼저 제공해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보도해명자료에서 “HDH에서 한겨레신문사에 송부하고, 복지부에 사본 송부”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 김정연 사무관은 13일 통화에서 “정은영 해외의료진출지원과 과장님이 HDH에서 메일을 받았다. HDH는 한겨레가 자신들의 실체(자회사인 SPC)에 대해 이렇게 의문을 가지는 것에 대해 불쾌하다며 저희 쪽으로 이메일을 다 포워딩(전달)해줬다. 보건복지부가 먼저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가 11일 해명자료에서 밝힌 한겨레와 HDH와의 이메일 내용
 

한겨레는 보건복지부에는 이메일을 입수한 경위를, HDH 측에는 보건복지부에 이메일을 전달한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기사를 쓴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 따르면 HDH는 13일 “보건복지부는 우리의 파트너이고, 한국 기업의 신원을 확인하고 관계를 맺는 데 대단히 많은 도움을 줬다. 보건복지부는 한국과 대화할 때 접촉하는 상대”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한겨레에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임종규 대변인은 한겨레 취재 내용을 공개한 이유를 묻자 “한겨레 기자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왜 다른 기자에게 말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한겨레 기자에게 앞으로 해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사우디 현지 관계자에 대한 인터뷰는 한국 정부와 SPC의 관계에 관한 여러 의혹을 밝히는 데 중요한 취재였는데, 언론의 비판 및 검증 대상인 보건복지부가 이를 중간에서 가로채 먼저 대외적으로 발표해버리는 상황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사우디 의료수출 건과 관련해 하나부터 열까지 비정상적 행태를 보여온 복지부가 하루 빨리 이성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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