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모 전 SBS A&T 사장이 TBJ대전방송 사장으로 내정됐다. 외형적으로 보면 임기가 끝난 이왕돈 현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하는 모양새지만 이번 사장 교체가 불투명한 사장선출 구조와 SBS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민방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선모 사장 내정자는 오는 13일 주주총회에서 선출된다. 대전방송 내부는 이왕돈 사장의 교체에 대해서도, 강 사장 내정에 대해서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장 선출권이 주주들에게 있다고 하지만 ‘방송의 공공성’ 책무를 수행해야 할 방송사의 사장 선출이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 혹은 협의 없이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방송지부(안재석 지부장)는 최근 이번 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낸 성명에서 “마치 쫓아내는 듯한 기습적인 선임방식이 지역의 덕망 있는 존경받는 중부권 최대의 민영방송사 대주주 회장이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밝혔다. 대전방송지부는 2012년 사장 연임 반대 투쟁을 진행하며 사장공모제 및 사장추천위원회 도입 등을 요구했다. 

안재석 지부장은 강 사장 선임에 대해 9일 “회장이 서울에 올라가서 (명단을)받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적나라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대주주가 낙점한 인사가 사장으로 선출되는 구조고, 이 과정이 SBS와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강 사장 내정자뿐만 아니라 이 사장도 SBS 논설위원실장 출신이고, 2009년 선출됐던 이갑우 전 사장도 SBS 프로덕션 사업본부장 출신이다. 대전방송 사장 6명 가운데 3명이 SBS 출신이다. 

   
▲ TJB대전방송(출처=위키피디아)
 

이왕돈 사장 교체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사장이 ‘특이하다’고 평가될 만큼 SBS와 관련해 지역민방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왔다는 것이다. 지역민방과 유료방송과의 재송신료(CPS) 분쟁이 그 예다.

한국지역민영방송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이 사장은 SBS가 이 분쟁에서 프로그램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유료방송을 상대로 소송을 낸 지역민방에 대해 공동원고 자격을 요구했지만 SBS측 요구에 동의하지 않고 지역민방의 독자적인 소송으로 진행해왔다. 김한기 지역민방노조협의회 정책실장은 “대부분 지역민방 사장들은 SBS에 적당히 떼어주자는 입장이었지만 이왕돈 사장이 지역민방이 주장할 건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왕돈 사장이 연임되지 않은 배경에 ‘SBS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 사장이 연임되지 않은 이유는 부실한 경영 실적이지만 내부 해석은 다르다. 안 지부장은 “이 사장은 지역민방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고 직원 입장에서 정확히 싸워왔다. 임기 중 경영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댔지만 이를 핑계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내쫓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민방은 개인소유다 보니 대주주가 방송사 사장을 낙점하는 게 법과 원칙에 어긋하지 않지만 이건 잘못된 원칙과 잘못된 제도로 인한 허점”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장공모제 도입 등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방송에 다시 SBS 출신 사장이 온다. 물론, SBS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SBS 편을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주주의 손에 사장의 거취가 달려 있고, 게다가 SBS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역민방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복불복의 심정으로 차기 사장의 행보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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