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갈등으로 송출중단(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랙아웃과 같은 시청권 침해가 발생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중간에서 조정, 재정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상임위원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최종 입법 절차는 국회를 거쳐야 하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아 방통위안이 골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기 방통위는 2013년 9월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방송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 지금까지 추진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이날 기존 입법예고 내용을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방통위가 갖게 되는 ①직권조정, ②재정, ③방송유지·재개명령권이다. ①직권조정 제도가 도입되면 재송신료 협상 과정에서 블랙아웃이 예상될 경우, 방통위가 직권으로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거부하면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가장 논란이 된 ②재정 제도는 준사법적인 재판절차로 당사자가 신청하면 방통위가 직접 재송신료 협상을 조정할 수 있다. 당사자는 방통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하면 재정은 중지되며 판결 확정 시 재정도 종료된다.

재정 대상은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려 ‘국민관심행사 등(올림픽, 월드컵 등)’으로 축소됐다. 방통위는 고시에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 축구A매치’로 대상을 규정할 예정이다.

③방송유지·재개명령권은 분쟁으로 인해 블랙아웃이 임박한 경우, 방통위가 30일 기간 내로 방송을 유지, 재개하게 하는 권한이다. 당사자가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와 미래부는 허가취소, 업무정지, 과징금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이날 개정안이 방통위를 통과했지만, 사업자 간 갈등이 첨예해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로 구성된 방송협회는 개정안을 ‘방송법 개악’으로 규정했다. 방송협회는 이날 즉각 성명서를 내고 “건전한 재송신 거래 질서를 훼손하고,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방통위의 불합리한 의결 행위에 방송협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민영방송협회도 지난 17일 “협상 결렬에 따른 송출중단 등의 파행을 막아 시청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민간의 협상권을 정부가 빼앗아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고수익의 감소로 재송신료 수익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유료방송업계 편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재송신 분쟁으로 인한 송출중단 등 시청권 침해를 막고, 사업자간의 공정경쟁 여건 조성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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