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한국의 전문기자들’ 기획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저널리즘의 가치가 추락하고 선정적인 이슈 경쟁과 가십성 낚시 기사가 범람하는 시대, 격동의 취재 현장에서 전문 영역을 개척하면서 뉴스의 사각지대와 이면을 파고들고 저널리즘의 본질을 추구하는 ‘진짜 기자’들을 찾아 나서는 기획입니다. <편집자 주>

IT블로거 광파리. 2013년 ‘트위터 코리아’는 ‘파워 트위터리안’인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국내외 테크 인더스트리 동향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명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쉽고 친근한 필치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 주는 분”.

‘광파리’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김광현 한국경제신문의 IT전문기자다. 그의 활동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그의 명함이다. 한 면엔 한국경제신문 부서, 직책 등이 담겨있고, 다른 한 면에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트위터 주소가 빼곡히 적혀 있다.

   

▲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 사진=김병철 기자.

 

 

한국 나이로 55세, 28년차 기자인 그는 2008년 블로그를 시작하고, 다음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면서 이른바 대중적 ‘스타 기자’로 거듭났다. 지난 7일 기준 그는 트위터에서 약 12만명, 구글플러스에서 48000여명의 팔로워가 있다. 지난 3년여동안 블로그에는 711개의 글을 올렸다. 올해엔 줄었지만 2013년 한 해엔 무려 350개의 글을 썼다.

김 기자는 현재 IT부 소속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동시에 한국경제신문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한경+(플러스)’부장을 맡고 있다. 보름에 한 번 발행하는 종이신문 섹션 ‘스마트&모바일’에는 ‘광파리의 IT이야기‘라는 기명 꼭지에 기사도 쓴다. 대중적 전문기자의 길을 개척한 그에게 전문기자가 되는 길을 물어봤다.

- 블로그,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트위터, 블로그를 모두 어떻게 운영하나.
“나는 해외 IT동향을 빨리 파악해 쉽게 전달하는 역할에 약간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우리 IT업계에 도움이 될만한 해외 정보를 찾는다. 그리고 영어를 우리말로 아주 쉽고 짧게 메모해서 구글플러스에 올린다. 엔지니어가 많은 구글플러스엔 가감 없이 다 올리고,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것들을 올린다. 그걸 트위터에도 보낸다. 좁은 공간에 정리하기 어려운 내용은 블로그에 따로 쓴다.”

 

- 광파리_IT 이야기 (@kwang82) 2014년 11월 15일-

- 기사와 블로그 내용이 모두 다른가. 

"다르다. 같은 주제를 다르게 쓰기도 한다. 최근 블로그에 '순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이 어떤 사람인지를 썼고, 신문에는 그가 어떤 강점이 있어서 43세(한국나이)에 구글 2인자가 됐는지를 썼다. 블로그엔 구어체로 내가 쓰고 싶은 표현도 사용하지만, 신문에선 정제된 표현을 쓰려고 한다. IT를 모르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게 쉽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해외 기사는 새벽엔 좀 빨리 일어나야 볼 수 있으니깐 오전 4시30분에 일어난다. 7시30분까지 '서핑'하고 메모를 올리는데 3시간이 금방 간다. 그리고 한경플러스 알림을 보내고, 8시30분쯤 출근한다. IT부 아침보고를 하고, 업무시간엔 한경플러스 업무를 한다." 

- 많은 신문 기자들은 여전히 '지면 메우기'만 해도 하루가 바쁘다. 결국 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나. 

"기자를 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독자들과 어울리는 걸 충분히 할 수 있다. 그걸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가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자기 주장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홍보실 얘기만 전달한다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없다. 

아이폰 들어오기 전에 정말 아끼는 후배 기자와 말 다툼을 한적이 있다. 그 친구는 '우리가 왜 무릎 꿇으면서 아이폰을 들여와야 하냐'며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논리 그대로 말했다. 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사진 보내고 있는데, 우리 기껏 문자나 날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계속 기업 홍보실하고만 소통하면 독자들의 생각을 읽기 힘들다. 독자와 소통해야 한다. 기자는 그런 독자의 말이 맞는지 취재원에게 물어볼 수 있다. 해명을 듣고 '그게 아니라 이렇다'고 얘기해주면 된다. 또 반박이 있으면 그걸 또 확인해서 소통하면 된다. 기자가 기업 홍보실 얘기를 앵무새처럼 전달만 하면 안된다." 

- 어떻게 IT 전문기자가 됐나. 

"우리 세대는 여러 부서를 돌아서, 내가 IT전문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전자신문에서 기자를 시작하면서 IT분야를 많이 다뤘고, 국제부를 하면서도 이쪽을 오래 맡았다. 그리고 영문학을 전공한 것도 맞물리니깐, '나는 해외 IT분야에 강점이 있겠구나'하고 특화를 한 거다." 

-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제너럴리스트'라고 밝혔다. 이젠 전문기자가 됐는데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려도 되는 것 아닌가. 

"전문기자는 '세미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 또 그런 사람에게 주어져야 하고. 그래서 참 부담스럽다. 내가 IT분야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구글플러스 같은 곳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과 어울리면서 정보를 얻는 것이다." 

- 전문기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적어도 자기 분야 이슈에 대해선 '이거다 저거다' 방향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젠 독자들이 미디어에서 원하는 게 방향인 것 같다. '아이폰6, 단통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누가 이랬다, 저랬다'는 팩트만 전달하지 말고 의견을 전달하라는 게 독자들의 요구다. 그런 역할을 하려면 그 분야에서 오래 일한 기자여야 한다. 단통법 기사를 보니 IT부 기자들이 우리 사시에 맞춰서 명확한 '스탠스'를 잡더라.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시대는 끝난 건가. 언론의 당파성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기사는 공정해야 하고 기자가 사심을 가지고 써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그 차원을 넘어서 많이 똑똑해졌다. 그들이 원하는 수준은 단순한 팩트 전달을 뛰어넘는다. 단순 보도만이 아니라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 한국경제신문의 전문기자 현황과 제도를 설명해 달라. 

"전문기자는 각 부서에 소속이 돼서 후배 데스크의 지휘를 받는다. 지금은 노동, 중소기업, 유통, 부동산, 중국, 연예, IT분야에 7명이 있다. 특별한 제도가 있는 건 아니고, 본인이 희망하고 위에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면 인사위원회를 거쳐서 주어진다. 물론 본인이 전문기자가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의견을 올려야 한다. 

온라인 매체도 워낙 많고 정보홍수 상황이다. 전문기자 제도도 중요하지만 기자의 전문화가 우리 신문 같은 경우는 굉장히 절실하다. 특히 경제신문 기자라면 국내외 경제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면서 자기 전문분야에선 어느 누구와도 토론할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도 기자의 전문화에 대해 생각을 한다. 수습기자를 뽑아서 언제 내공을 쌓는가. 외부에서 검증된 사람(업계 전문가, 경력기자, 애널리스트)도 데려와서 전문화하는 게 필요하다. 내부에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금 한국경제 신문을 보면 상당히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다. 보도자료나 발표내용 전달만이 아니라 심층보도가 많아졌다." 

- 한국 언론사는 연공서열이 강하다. 전문기자는 부서와 업무를 어떻게 조율해야 하나. 

"전문기자가 '올 라운드'면 진짜 난감하다. 나는 전에 방통위를 출입했는데, 자기 출입처를 갖는 게 좋다. 전문기자가 한 부서에 두 명 이상이 되는 것도 데스크(부장)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데스크와 전문기자가 서로 잘하는 방법밖에 없다." 

- 한국경제신문 정년이 어떻게 되나. 

"현재 55세지만, 우리나라 정년이 전반적으로 60세가 되는 추세니까, 회사도 나름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정년 60세 시대엔 데스크의 나이도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 한경 플러스. (이미지를 클릭하면 한경플러스 사이트로 이동됩니다.)

 

 

- 전문기자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예전엔 정말 친한 후배들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구나 했는데 이젠 많이 공감해준다. 우리 후배들을 '소셜 공간'으로 데려가고 싶고, 좀 더 부드럽게 쓰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 싶다. 나야 늦었지만 30대 기자들은 '스타기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전문기자들은 검증이 덜 된 전문기자지만, 앞으로는 대중들에게 검증된 스타 전문기자가 나올 것이다. 내공과 독자 인지도를 쌓아야 한다. 나이 먹었다고 전문기자 시켜달라고 하면 안 된다." 

- 한경플러스 부장도 맡고 있다. 

"이건 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종이신문으로 안 보고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다. 신문 기반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데 IT를 조금이라도 알고, 신문사에 적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들과 신문의 미래를 위해 한 번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굉장히 재밌다. 온라인에서 익힌 것을 다 녹이고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이런 저런 기능을 넣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예전에 블로그 하듯이 미친 듯이 하고 있다. 

기자들이 한경플러스 전용 기사도 쓴다. 한경플러스 때문에 신문 못 만든다는 게 아니라, 종이신문의 수준을 더 높여주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 기자들이 온라인 글쓰기를 하면서 글이 더 쉬워지고, 독자들과 소통해서 시각이 보증되면 신문은 더 좋아질 것이다." 

<한국의 전문기자들 인터뷰>

 ① 곽정수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
 ② 안윤석 CBS 통일전문기자 
 ③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
 ④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⑤ 박강섭 국민일보 관광전문기자 
 ⑥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
 ⑦ 심재억 서울신문 기자 
 ⑧ 남문희 시사인 남북관계전문기자 
 ⑨ 강진구 경향신문 노동 전문 기자
 ⑩ 김광현 한국경제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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