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교육명령’ 받은 기자‧PD 등 구성원 12명을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소시킨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MBC는 4일 오후 “회사가 이들을 위한 교육기관 중 하나로 지정했던 가나안농군학교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온 곳으로 교육내용도 우리 사회 가치를 고양하는 등 좋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면서도 “일부 구성원 등의 의견을 반영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당 프로그램을 대체했다”고 밝혔다. 

MBC는 “대체 프로그램은 교육대상자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업무활동을 개선하고 역량을 증진하는 방안을 강의와 체험학습을 통해 교육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MBC 홍보국 관계자도 6일 “(가나안 농군학교 프로그램이) 직무교육 중심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고 전했다. 

MBC는 지난달 31일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단행했고, 교양국 소속 PD들을 신사업개발센터, 편성국MD와 같은 비제작부서에 배치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사측의 전횡을 비판했던 기자·PD 등 12명에게는 교육명령을 내렸다. 

   
▲ 3일 MBC가 ‘교육명령’을 받은 기자, PD 등 12명을 대상으로 배포한 일정표.
 

지난 3일 MBC가 교육 대상자들에게 배포한 일정표를 보면, 이들은 10일 ‘가나안 농군학교’에 2박3일 입소해 ‘농장견학’, ‘효 사상과 실체’, ‘낱알의 철학’(식탁교육), ‘공동체적 삶의 체험’(농장실습 및 등산), ‘고정관념의 탈피와 창의력’ 등의 과목을 들어야 했다.

입소 대상자는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을 지낸 임대근 기자와 같은 20년차가 넘은 부장급 기자들을 포함해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 편으로 지난 3월 한국PD연합회 작품상을 받은 21년차 이우환 PD,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 등이었다. 제작 업무와 무관한 ‘모욕주기식’ 교육발령에 지난 3일과 4일 언론계는 물론, 노동계, 정치권 모두 반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6일 노보를 통해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직무교육’이라고 이름 붙인 교육프로그램은, 말이 교육 프로그램이지 애초부터 ‘일단 찍어내고 시간 때우게 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이번 인사의 성격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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