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오늘날 뉴스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 가슴에 와 닿는 격언일 것이다. ‘신해철 위독’ ‘차승원 친부 논란’ 등 원 출처를 알 수 없는 베껴 쓴 기사가 포털 뉴스를 점령하고 기자들이 공들여 취재한 기사가 뒷전으로 밀릴 때가 비일비재하다. 또 거의 모든 언론사가 트래픽 확보라는 미명 아래 순간적으로 많이 검색되는 단어를 뉴스처럼 만드는 ‘검색어 대응 뉴스’도 양산하고 있다. 

단추는 잘못 끼워진 것일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실마리는 한국의 포털과 온라인 뉴스의 역사를 거슬러보는 데 있었다. 올해는 한국의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 꼭 20년. 조선비즈 인터넷 대중화 시리즈 기획팀은 ‘한국 인터넷 대중화 20년’ 시리즈의 7번째 아이템을 ‘포털 공화국을 연 새 리더십 이해진 네이버 의장’으로 잡고 취재에 들어갔다. 

한국 인터넷 역사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의장 리더십부터 서비스 전략까지 깊숙이 팠다. 네이버 뉴스 서비스도 자세히 다뤘다. 그 내용이 ‘포털 공화국을 연 새 리더십 이해진 네이버 의장 ③’으로 정리했다. 네이버도 각 언론사도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많은 이해관계자를 만나 내용을 정리했다. 네이버 전현직 뉴스 편집 담당 임원을 만나고 언론사에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포털과 협상을 해 본 ‘유(有) 경험’ 기자와 임원, 편집 기자들도 두루 인터뷰했다. 

뉴스 유통업체인 포털과 뉴스 공급업체인 언론사의 관계를 싸움으로 비유할 수 있다면, ‘네이버 백전백승, 언론사 백전백패’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2002년 이후 온라인 뉴스 서비스 역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정보 유통업자로서 뉴스 확보(소싱)를 통해 보다 풍부한 검색 거리를 제공한다’는 일관된 목표로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언론사들은 좀 더 많은 트래픽, 조금 더 높은 콘텐츠 전재료 등 ‘한치 앞’ 이익만 보고 내달렸다. 종합지, 경제지, 통신사, 전문지, 스포츠지인지에 따라, 전국지인가 지방지인가에 따라, 오래된 신문사인지, 신생 온라인 지인지에 따라 이해가 엇갈릴 때 언론사들은 여지없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택하고 흩어졌다. 이것은 네이버에 협상에 유리한 수많은 카드를 주는 셈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 뉴스 편집 정책이 바뀔 때마다 각 편집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편집 기자의 속사정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했다. 편집기자들은 뉴스 가치가 낮은 기사에 ‘헉’ ‘경악’ 등 센 제목을 붙이고 물음표(?)를 달아 네티즌의 마음을 자극하는 데 연연했다. 뉴스 캐스트에서 뉴스 스탠드로 바뀌고 노출 제목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편집기자들은 검색 아르바이트를 뽑아 관리하는 일도 있었다. 신생 매체 대표이사들은 전재료를 받지 않더라도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검색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 경영 목표로 삼았다.  

의외로 연합뉴스에 반감을 드러내는 언론사들이 많았다. 네이버가 ‘연합뉴스 속보’ 코너를 별도로 서비스하고 거액의 전재료를 연합뉴스에 제공하다 보니, 언론사들은 도매업체인 연합뉴스가 고객사인 신문사와 소매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연합뉴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네이버가 주는 전재료가 주요 언론사들이 주는 전재료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합뉴스가 네이버와의 공생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말을 했다. 기사에는 쓰지 않았지만, 지방지들은 지방지대로 네이버 측에서 전화를 잘 안 받아 주는 등 애로 사항이 있었다.

   

▲ 류현정 조선비즈 기자

 

 

네이버도 네이버대로 고민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당장의 과실보다는 중장기 이익을 택했다. 네이버 뉴스 트래픽이 크게 감소한 뉴스 캐스트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홈페이지의 뉴스 박스를 각 언론사가 편집하도록 했을 때, 네이버 편집팀이 트래픽 하락으로 일을 손에 놓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덕분에 네이버는 ‘뉴스를 편집한다’는 각종 정치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를 선택할 때는 포털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굳힌 뒤였다. 지금이라도 각 언론사에 묻고 싶다. 취재 결과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장기적으로 디지털 전략을 세운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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