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기대상 시상식 무대 이후,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모습은 국내 방송에서 사라졌다. 그뒤로 JYJ가 방송에 모습을 다시 비친 것은 올해 9월이 처음이었다. 무려 4년 여만이었다. 그러나 JYJ 방송출연은 방송사 정규 프로그램이 아니라 ‘2014 인천아시안 게임’ 개막식 무대였고 단지 중계 방송되었을 뿐이었다. 애초에 이 무대도 허락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JYJ가 아시안게임 홍보대사로 2년간 활동했는데도 말이다. 불공정 외압 논란이 일자, 조직위원회 측은 서둘러 그들의 개막식 출연을 결정했다. 하지만 애초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JYJ는 개막식에 올랐지만, 그것은 반쪽 약속이행이었다. 폐회식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사실 JYJ에게 흔한 일이다. JYJ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후 비슷한 일이 계속 이어져 왔다. 특히 지상파 3사에서 JYJ라는 이름으로 출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금기였다. SM 등 거대 연예기획사들이 주축인 한 연예산업협회는 공식적으로 각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애초 JYJ의 많은 방송출연스케줄은 취소되었다. 방송사만이 아니라 그들의 눈치를 보는 문화산업관련 단체들은 JYJ출신들을 꺼렸다.

2013년 5월에는 JYJ 멤버 박유천의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출연이 전격 취소됐다. MBC 드라마 <리플리> 출연자들과 함께 하는 콘셉트였는데도 말이다. KBS2 TV <승승장구>에서는 녹화 하루 전에 출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제주 KBS의 <제주 7대 경관 기원 특집방송>은 방송 4일전에 출연취소가 통보됐다. 대한민국에서 그들은 자유롭지 않았다. 

   
▲ JYJ
 

2013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M에 대해 사업활동 방해행위금지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법적인 공방이 끝났는데도 JYJ의 국내 방송활동은 쉽지 않았다. 방송출연만이 아니었다. 지난 2월에는 JYJ의 다큐멘터리 <더 데이>의 극장 상영이 갑자기 취소되었고, 케이블·위성TV 채널 방송 계획도 갑자기 편성이 취소되었다. 이미 예고편도 나간 상태였다. 아시안게임 개막식에는 올랐지만, JYJ의 국내 방송활동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JYJ 사례는 특이한 경우였다. 거대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소송행위였다. 거대 소속사에 밉보이게 되면 국내 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엑소M의 사례를 보자. 3년차 밖에 안 된 엑소의 멤버가 연이어 탈퇴했다. 크리스에 이어 루한까지 전속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외 출신이기 때문에 부적응의 문제가 컸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의 모순이 거론된다. 한국만의 독특한 연예기획시스템으로 불리는 ‘연습생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어야 한다. 또한 각 개인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면도 크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엑소 루한(왼쪽)과 크리스(오른쪽) ⓒ SM
 

문제는 개인이 느끼는 부당함에 대해 기획사나 소속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일수록 그 영향력 때문에 부당한 계약 상황에서 이를 파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SM정도의 연예기획사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해외 출신 멤버들은 이런 점과 별개일수 있다. 해외 출신이라고 해도 중화권 출신은 더욱 그렇다. 애초에 SM이 중화권 출신 멤버들을 연습생으로 선발한 것은 그쪽 시장이 매우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SM은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중화권을 겨냥해왔다. 중화권에서 커뮤니케이션이나 문화적 융화 등 한국 출신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여러 한계를 노출시켜 왔기 때문에 다른 기획 매니지먼트 전략이 필요했다. SM이 선택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었다. 현지화 전략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SM은 중화권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지원자를 아이돌 그룹 멤버로 ‘인큐베이팅’ 했다.

   
▲ EXO
 

하지만 그들을 한국 방식으로 육성하거나 매니지먼트 하는 것이 적절할까. 애초의 계약 사항과 활동상의 불편부당함은 탈퇴의 좋은 명분이 되어 버렸다. 국내 멤버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이후 활동 제약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인내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아예 활동을 끝낼 생각으로 탈퇴를 결행한다. 하지만 해외출신들은 그러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들에게는 넓은 활동 영역이 있다. 중화권의 시장은 할리우드도 좌지우지 할 정도다. SM을 비롯한 대형연예기획사들이 아무리 영향력이 있다지만, 한국처럼 중화권을 ‘컨트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습한 곳에서 곰팡이가 피는 법이겠다. 처음부터 모순이 많은 한국의 연예기획사는 더 넓은 시장으로 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에 불과했다. 이를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한류의 붐을 위한 방편으로 부화뇌동하는 일은 더 이상 곤란하다.

따라서 SM의 현지화 전략은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 한국의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은 한국의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케이팝 한류 현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보편적 시스템으로 적용되기엔 한계가 너무나 뚜렷했다. 아니 이는 비단 해외출신들의 멤버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크리스와 루한 소송전과는 별개로 한국의 연예기획 시스템의 모순을 개선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더 이상 한국 젊은이들의 고통스런 인내와 두려움을 기반으로 ‘케이 팝’의 한류를 지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것은 한때의 모순에 바탕을 둔 비정상적인 현상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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