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당시 해양경찰청 구조본부가 선내에 승객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퇴선명령과 지시를 하지 않은채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이밖에도 현장에 도착한 해경정장도 선내 진입후 승객들의 퇴선 지시 또는 퇴선 유도 등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보고와 전파도 지연하거나 왜곡하는 등 구조 자체가 총체적인 참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최종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에 대한 책임만은 쏙 빼놓은채 해경과 해수부, 안행부의 책임만 묻겠다는 결론을 내놓아 사전에 결론을 정해놓은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8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에 대한 감사진행상황 발표에서 세월호의 도입부터 참사까지 모든 과정이 총체적인 부실이었다고 밝혔다.

왜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는지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현장에 출동한 123정장은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30분 도착한 뒤 “갑판․해상에 승객 대부분이 보이지 않아 승객들의 즉각적인 퇴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도, 즉시 선실內 진입․승객퇴선 유도 등 조치없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9시35분경 세월호 400m 전방에서 승객 탈출 안내 방송을 실시했다’는 123정장의 진술에 대해 감사원은 “상공의 헬기소음 등 고려 시, 승객들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9시49분경 62° 이상 전복된 뒤에야 대원 1명이 밧줄을 이용, 조타실 입구까지 진입했으나 이 대원은 ‘이동이 어려워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채 나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구조를 위해 출동한 목포해경 123정의 고무보트가 세월호 좌현에서 구조하는 동영상. 기울기가 45도 정도로 추정된다. 사진=해경동영상 캡처
 
특히 이들은 상당수 승객이 선내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구조본부에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23정이 9시30분 도착 당시에는 현장상황을 보고하지 않다가, 해경본청이 9시37분 경비전화로 상황보고를 지시하자 그때서야 123정에서는 “갑판과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보고한 뒤 9시43분 TRS(구조본부와 구조세력 모두 청취가능한 공용통신망)로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나오고 있다”고 첫 상황보고를 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이들은 구조된 선장과 선원 등을 통해 승객위치 파악 및 퇴선방안 등을 강구하지 않고 방치해 선내 승객을 구조할 기회를 잃었다고 감사원은 결론을 냈다. 9시48분경 구조된 1·2등 항해사가 선내 승무원과 연락이 가능한 휴대폰과 무전기를 소지했는데도 이들 통신수단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

무엇보다 구조를 지휘한 해경 구조본부는 대다수 승객들이 선내 대기 중인 상황을 파악한 후에도(해경본청 9시37분, 서해해경청·목포해경서 9시43분) 123정과 헬기 등 현장 구조대에 선실 내부진입 및 승객퇴선 유도 등을 직접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경본청의 경우 9시37분 123정으로부터 ‘갑판과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선실진입 등을 통한 승객퇴선 유도’를 123정에 지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해해경청 역시 9시47분 ‘배가 잠시 후 곧 침몰할 것 같다’는 123정의 긴박한 보고에도 즉각적인 퇴선유도보다는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게 안정시키도록’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목포해경서장은 사고현장에서의 구호활동을 지휘할 책임이 있는데도 중국어선 단속을 위해 출항한 3009함에 머물며 상황을 지휘한 점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세월호 좌현이 완전 침수(9시53분)된 이후에도 사고 및 승객대피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해경본청은 100°이상 전복된 10시17분 “여객선 자체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침몰중인 세월호. 사진=해경
 
이와 함께 최초 사고 인지를 했어야 할 진도VTS의 책임론도 지적됐다. 진도VTS는 사고 당시 관제해역에 있는 82대의 선박 중 특별관제대상 선박이 18척이었으며, 이 가운데 세월호가 급변침(8시48분경)후 표류하는 것을 8시50분경부터 관제 모니터상에서 포착할 수 있었는데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16분 후인 9시6분에야 목포해경서의 통보를 받고 사고 발생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교신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지적됐다. 현장에 출동하던 123정은 9시3분경 세월호와의 교신에 실패하자 아예 재교신을 시도하지 않았으며, 이후 조난통신망(VHF CH16)으로 세월호가 2차례 호출(9시26∼28분)했으나 이를 듣지도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목포해경서 역시 “9시10분경 선장과 핸드폰 통화만 2차례 시도”했을 뿐 조난통신망 등을 통한 직접 교신방안은 강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도VTS는 9시7분부터 37분까지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해 선내 긴박한 상황(승객이동 곤란)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으면서도 구조세력 및 구조본부 등에 전달하는데 소홀했다고 감사원 감사결과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해경은 실종자 수색 중인 사고 당일 오후 3시경 언딘과 청해진해운 간의 구난 계약 체결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대응 체계에 있어서 해양수산부의 경우 사고상황 및 위기경보 발령 내용을 관계기관 등에 지연 왜곡 전파했으며, 해경은 8시55분 사고를 접수하고도 중대본·국가안보실 등에 지연 보고(9시33분경)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피해상황에 대해서도 123정 등에서 “학생 2~3백 명이 못 나왔다”고 보고했으나 해경 ‘상황보고서’에 승객 잔류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으며, 실제 잠수요원 6명이 수색 중이었으나 “잠수요원 160名 동원, 격실 등 수색 실시”로 허위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감사원 감사결과 어디에도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의 대응 및 지시 부실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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