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체포됐던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18일 오후 10시께 청구됐다. 지회는 “어용노조와 경찰의 합작 함정에 빠진 것 같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지난 16일 오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친회사 성향의 복수 노조는 지회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폭언, 폭력을 행사했다. 홍종인 지회장은 “친사 노조 조합원들 10여명이 무리지어 다니면서 우리 조합원을 둘러쌌다”며 “이유 없이 욕설을 하고 발로 걷어찼다. 묻지마 폭력 비슷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는 얼핏보면 노노갈등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의 성격이 다르다. 현재 유성기업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하나는 전국금속노조 소속의 유성기업지회(지회)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업노조인 유성기업노조(노조)다. 유성노조는 지난 2011년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진행되던 중 만들어졌다. 지회에서는 이를 이른바 ‘어용노조’라고 본다.

갑작스러운 폭언․폭행에 지회 조합원들이 반발하자, 유성노조 안아무개 위원장은 전기충격기까지 꺼내들었다. 홍 지회장은 “안씨가 지회 이아무개 쟁의부장의 몸통에 전기충격기를 두 번이나 갖다댔다”며 “당사자는 쓰러질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홍 지회장은 “그런데 지금 그 피해자에게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가해자는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황당해했다.

홍 지회장은 “우리 조합원들은 절대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예전에도 이런 갈등을 빌미로 지회가 탄압당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회의 주장처럼 폭력행위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전기충격기가 사용됐다면 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집단·흉기 등 상해에 해당된다.

   
▲ 사측의 해고와 직장폐쇄, 노조파괴에 맞서 고공농성 중인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 지회장. 사진=이하늬 기자
 
아산경찰서 관계자 역시 “전기충격기로 위해를 가했다면 불법이다. 위급한 상황도 아니고 말다툼하는 정도에서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면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씨는 경찰에서 “합법적으로 소지했고, 당시 상황에서 위협만 했지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아산경찰서는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노조 양측은 모두 아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사가 끝나자 경찰은 지회 간부들을 급작스럽게 체포했다. 지난 사건들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이유였다. 지회에 따르면 경찰은 조사가 끝날 무렵 "고소할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며 지회 간부를 부른 다음, 고소는 나중에 하자며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반면 전기충격기를 소지했던 안아무개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수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조사를 받으러 오지 않았다”며 “지난달 29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차곤 변호사는 “조합원들이 조사를 받겠다고도 밝혔는데 체포를 강행했다”면서 “지금까지는 경찰, 지회, 변호사가 일정을 맞춰서 조사를 계속 받아왔다. 이런 식의 체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당일 경찰은 갈등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출동한 상태였음에도 노조간의 갈등을 무마하지 않아, 경찰과 노조의 합작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홍 지회장은 “유성노조 조합원들이 지회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했는데도 경찰관들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며 “경찰과 (사측) 노조가 합작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홍 지회장은 “말도 안 되는 체포과정이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런 식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게 어디있냐”며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경찰까지 동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 앞에 평등함은 없다. 너무도 의도적인 자본 편들기”라고 비판했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심각한 폭력이 있었다면 대처했을 것이지만 욕설 정도로는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뚜렷한 범법 행위가 나타나야 개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도 전에 경찰이 출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간 것이고, 신고자의 신분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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