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해경 경비함을 타고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한데 이어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 중인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왔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방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민중의 소리 촬영 동영상을 보면 남경필 의원이 대통령 방문을 소개하자 가족들이 거친 항의를 쏟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 이후에도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는 이어졌다. JTBC는 <뉴스 9>에서 현장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일부 말을 하고 서로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그전에 계속해서 해왔던 주문들, 약속들이 다 깨졌다 이러면서 야유와 어떤 고함이 나오면서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JTBC는 또 다른 리포트에서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 중인 진도 실내체육관도 찾았다”며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초동대처와 구조작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MBC도 “박 대통령이 입장하자 애끓는 가족들은 오열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며 구조 작업에 대한 불만을 보였다”며 “가족들의 질타도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 2014년 4월 17일 JTBC 뉴스9 화면 갈무리.
 
그런데 KBS가 전한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 체육관 방문 소식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KBS는 <뉴스9>에서 앵커멘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을 방문해 구조 활동을 독려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며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책임질 사람은 엄벌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어진 기자 리포트에서 송창언 기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이 더 커집니다. 곳곳에서 쇄도하는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줍니다. (박 대통령은) 먼저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도 강조했습니다. 가족들은 탑승자 명단 확인이 안 되는 등 불만 사항들을 건의하자 박 대통령은 즉시 시정을 지시했고 가족들은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KBS의 리포트만 보면 실의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용기를 얻은 듯 보인다.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와 거친 항의는 ‘불만 사항 건의’가 됐고, ‘고함’은 사라지고 ‘박수’만이 남았다. JTBC나 현장에서 생중계된 영상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 2014년 4월 18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SBS도 비슷하다. SBS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에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서자 실종자 가족들은 오열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다만 기사 말미에 “일부 가족들은 정부가 실질적 대책을 내놓으라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KBS는 세월호 사건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체육관 방문 보도만큼은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 위주로 방송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호소문을 통해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해 눈물을 머금고 호소”하는 등 정부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의심과 분노는 증폭되고 있지만 KBS는 그와 같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모양새다.

진도 현지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관련기사 : 극에 달한 언론 불신...현장 기자 쫓겨나고 카메라 보면 고성)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KBS는 스스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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