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말 뉴욕타임스 스노우폴 등장 이후 온라인 기사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여러 언론이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아래 디지털뉴스)’를 제작하며 디지털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기사의 질 향상을 이끌며 언론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지면 중심의 조직구성, 수익모델 부재 등의 한계가 있어 이런 시도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뉴스로 시작된 변화는 트래픽 경쟁과 ‘검색어 낚시’로 점철된 한국의 온라인 저널리즘을 바꿀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에서 집담회를 열고 각 언론사에서 디지털뉴스를 제작한 담당자들의 고민과 디지털 전략을 들어봤다.

   
▲ 장윤석 아시아경제 기획팀장, 김동인 시사인 기자,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 진성기 매일경제 프리미엄부장, 김동현 민중의소리 편집부장(왼쪽부터). 사진=이치열 기자
 
<집담회 참석자>(사진 왼쪽부터)
장윤석 아시아경제 기획팀장
김동인 시사인 기자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
진성기 매일경제 프리미엄부장
김동현 민중의소리 편집부장

- 디지털뉴스를 제작한 이유는.
김동인= 사회팀이 법정 중계 형식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기사를 계속 썼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지만 오래 지속되다 보니깐 인물을 소개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역사적인 한 페이지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계속 쌓여가는 페이지를 구상하게 됐다. 회의에서 발제하니 2주 정도 시간을 빼줬다. 워드프레스를 활용해 저렴한 비용에 큰 기술적 품을 들지 않으면서도 만들 수 있었다.

김동현= 스노우폴을 본 후 우리도 올해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가장 복잡한 주제를 하기로 해서 ‘내란음모 사건’으로 정했다. 그런데 지금도 (기사 내용이) 복잡해서 리뉴얼할까 생각 중이다.

   
▲ 장윤석 아시아경제 기획팀장. 사진=이치열 기자
 
-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장윤석= ‘그섬 파고다’는 애초 편집국이 준비한 기획물을 뉴미디어본부가 디지털뉴스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본래 목적이 온라인용이 아니라 이미 나온 기사를 디지털뉴스로 바꾸는 게 어려웠다. 음성, 영상 등 소스가 굉장히 적어서 다시 취재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다음 기사를 위해서 템플릿을 만들고 있다.

김동인= 사회팀 기자들이 기존 기사를 재구성하기는 했지만, (사이트는) 개발자, 디자이너 없이 안희태 기자와 함께 2명이 제작했다.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가 가진 역량만큼 하기로 했다.

최민영= 뼈대가 되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독자들은 스크롤을 내리다가 재미없으면 바로 나가버린다. 이걸 다듬는데 한 달 반 이상 걸렸다.

진성기= 독자들은 태블릿, 모바일, PC 중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본다. PC에선 그럭저럭 괜찮은데 모바일에선 영상 버퍼링이 있고 글자가 작다. 상당히 신경 썼는데도 읽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크롤 내리다가 삐걱거리기도 하고, 갤럭시와 아이폰의 환경도 달랐다. 이게 과제지만 앞으로 모바일에 최적화한 뉴스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대불패’는 (원고지) 140매짜리 장편 소설이라 모바일에선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어떻게 모바일에서 흥미진진하고 지루하지 않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숙제다.

김동현= 기자들이 ‘기획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자들이 ‘이걸 이렇게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상상을 하게끔 만드는 것. 의료민영화 인터랙티브 뉴스를 만들면서 취재 기자와 일주일 동안 토론하다보니 “촘촘히 질문이 있고, 누르면 화면이 커지면서 답변이 나오는 것도 가능하냐?”고 물어보더라. 기자들이 그런 상상을 하도록 만드는 게 힘들다. 그게 아니면 기획자가 만드는 콘텐츠가 될 수밖에 없다.

진성기= 도입부도 신경을 많이 썼다. 일반 기사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시작하는 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고민했다. 기자들이 여러 영화감독, PD를 만나서 도입부를 상의했다.

   
▲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 사진=이치열 기자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요소는.
최민영= 스토리가 제일 중요하다. 모바일 환경에선 문체가 달라야 한다. 또 필요 없는 사진, 모션 그래픽이 많으면 전체 스토리를 해치게 된다. 욕심을 너무 부리면 안된다. 독자가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가지 치는 게 중요하다. 어떤 디지털뉴스는 읽었지만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 그런 건 지양해야 한다. 영상도 임팩트가 없으면 20초가 최대인 것 같다.

장윤석= 디지털뉴스는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경제지가 경제이슈를 좀 더 재밌고 쉽게 풀 수도 있다. 온라인 뉴스는 휘발성이 강한데 기존 기사를 다시 살려주는 툴이 될 수도 있다.

진성기= 우리는 영상 길이를 1분 수준으로 조절했다. 호흡을 이어가면서도 스토리를 해치지 않는 게 아주 어려웠다.

최민영= 영상 길이는 주제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조선일보가 만든 ‘시베리아의 벌목공들’을 보면 함께 일했던 동료의 묘에 보드카를 뿌리는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은 3분인데 끝까지 봤다. 동료에 대한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런 건 잘 만든 영상이구나’ 했다.

- 언론사들은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진성기= ‘당대불패’는 네이버에 배너를 일주일 동안 걸었다. 그래서 유입경로가 포털 절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절반이다. 그런데 한 달 후 네이버 배너를 달지 않은 컬링 기사는 70%가 SNS를 통해 유입됐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태로 가야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

김동인= 결국 CMS(콘텐츠관리시스템)가 바뀌어야 한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되려면 온라인에 뿌리는 형식이나 틀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분리 제작하면 디지털뉴스는 이벤트성이 되고 ‘반짝 돈낭비’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은 모바일, 태블릿에 맞춰 자동적으로 바뀌도록 사이트를 리뉴얼했다. 영미 언론사들은 이미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웹 환경과 CMS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또 데스크, 기자들의 기술적 이해도도 중요하다.

   
▲ 김동인 시사인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최민영= 한국 언론사 대부분의 CMS는 웹 친화적이지 않다. 이벤트성이 아닌 디지털뉴스를 만들려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논의해보니) WCMS는 비용이 상당히 들더라.

김동현= 목표는 일상화다. 지금까지 나온 건 아주 길어서 많이 읽지 않는다. 그래서 시의성 있는 일반 콘텐츠를 인터랙티브하게 만들기로 했다. 이제 코딩(템플릿)은 되어 있어서 글, 영상, 음성만 얹어서 제작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 트래픽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앞선 여러 시도는 실패했다. 디지털뉴스는 한국의 ‘클릭 저널리즘’을 바꿀 수 있는가.
장윤석= 디지털뉴스는 경향, 매경과 우리가 한꺼번에 내놓자 언론계에서 이슈가 됐다. 그런데 솔직히 ‘잠깐 반짝하는 트렌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단순 트렌드로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템플릿을 준비하고 있다. 워드프레스 등을 사용하면 저비용으로 클릭 저널리즘의 병폐를 깰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성기= 포털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아직 뚜렷한 확신이 없고, 트래픽에 대해선 아직 답을 못 찾았다. 디지털뉴스에 광고를 붙이는 건 가능한데, 수익이 되지는 않아서 답은 아니다. 시간, 인력, 비용을 투자한 만큼 거두어야 하는데 좀 더 모색이 필요하다.

최민영= 남들이 아무리 안 알아줘도 아침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해지듯이 꾸준히 만들다보면 달라질 거다. 기자들도 ‘이렇게도 정보를 생산하는 게 가능하구나’는 자각을 하면서 ‘디지털 저널리즘’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계속하려고 한다.

   
▲ 진성기 매일경제 프리미엄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김동현= PC용 기사의 편집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본다. 예전에 비해 독자는 줄었지만 오히려 신문 편집은 화려해졌다. 종이신문에선 잘 정리된 두 면짜리 편집 같은 게 가능하다. PC에선 볼 수 없는 기사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뉴스는 모바일, 종이신문에서 절대 못 보는 PC만의 기사다. 그런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다.

NYT 인터랙티브 뉴스는 기사 안에 슬라이드 하나를 탑재하는 등 갈수록 간단해지고 있다. 이젠 일반 기사를 인터랙티브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긴 스토리텔링도 필요하지만 PC 기사의 편집 자체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최민영= 대부분 한국 언론사는 지저분한 광고 때문에 새로운 요소를 넣기가 힘들다. 이미 작은 광고들이 가득 차있다.

김동현= 4월에 사이트를 리뉴얼하는데 기사 틀이 두 개다. 하나는 광고가 2개밖에 안 들어가서 큰 사진 등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가능하다.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는 기존처럼 광고가 많은 페이지로 만들 거다. 기자들이 기사 작성할 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광고가 적은 페이지를 광고팀에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더라. 약간의 수익 감소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기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 현재 지면 중심의 조직을 디지털에 맞게 전환이 가능한가. 구성원과 경영진을 설득할 방안은.
진성기= 매일경제 경영진도 디지털 환경을 매우 강조한다. 10년 후에 종이신문이 사라진다는 가정 아래, 디지털을 중심에 두고 어떻게든 하나씩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매경e신문, 유료화를 먼저 한 것도 그런 차원의 시도다.

작년에 교황 즉위식에서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서있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전 즉위식 사진과는 완전히 달랐다. 8년 만에 디지털로 전환된 것이다. 경영진도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큰 장애 없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회의에서도 여러 번 강조된다.

   
▲ 김동현 민중의소리 편집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김동인= 뉴스룸의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물어본 것 같다. 시사인은 기자가 직접 자기 면의 레이아웃을 짠다. 인포그래픽 등 무엇을 넣을지 내 페이지는 내가 고민한다. 그래서 이런 작업도 조금 편했던 것 같다.

기술변화를 얘기했는데, 교황 즉위식 사진이 변하는 사이에 실제로 워싱턴포스트가 팔렸고, 버즈피드와 바이스가 1, 2위 언론사로 치고 올라왔다. 한국으로 치면 조선일보는 팔려나가고 갑자기 ㅍㅍㅅㅅ가 1위가 된 것이다. 이게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다. 나는 시사 주간지 기자지만, SNS를 통해 보는 독자들은 시사인이 주간지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경향신문 페이스북 ‘좋아요’가 10만8천개고, 시사인이 8만8천개다. 경향은 SNS에서 ‘짤방 이미지’와 함께 세 줄 요약을 잘 한다. SNS 호흡을 맞춘 상태에서 콘텐츠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미세한 전략이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이미 온라인에서는 기존 언론 영향력의 크기는 상관이 없다.

진성기= 디지털뉴스가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가시적으로 성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계속 바꿔가야 한다. 트렌드나 기술적 환경을 잘 알아야 한다. 모르는 게 용감한 게 아니라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민영= 언론재단 지원을 받아 사내에서 기사 재교육 프로그램을 할 계획이다. 지면에 편중된 시스템 속에선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미디어 환경은 달라지는 데 위에선 옛날식으로 ‘오더’를 내리고, 기자들은 물 먹을 수 없으니 관성적으로 하고 있다.

4월 중순부터 전체기자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모바일 디바이스로 촬영, 편집하고, 빅데이터로 정보를 다루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기자 재교육이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최소한 후배들을 위한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여름 옷 입혀놓고 찬바람 쌩쌩 부는 곳에 어떻게 내보내나.

   
▲ 한국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2014년 2월 20일 기준)
 
   
▲ 한국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2014년 2월 20일 기준)
 

[관련기사 : 디지털 스토리텔링,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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